‘동네 주민의 원포인트 레슨’
한 골프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제목이다. ‘인도어 훈수 빌런 생각하고 들어왔는데’라는
한 이용자의 댓글처럼 에디터 역시 ‘이번엔 또 어떤 고구마 사연이려나’하고 게시물을 클릭했다.
EDITOR 박준영 PHOTO 김영식
훈수 빌런인가?
최근 골프연습장을 갖춘 아파트 단지들이 늘면서 이런 사연이 종종 올라온다. 원치 않은 훈수로 싸웠다거나, 당황스러웠지만 받아주다 보니 어느새 1시간 동안 ‘조련’당했다는 후기들이다.
백돌이 내지 보기 플레이어는 먼저 나서서 가르쳐주고, 80대 타수 플레이어는 지켜만 보다 물어보면 한마디 해주고, 진짜 싱글 플레이어는 커피 한 잔 대접받으면 원포인트 정도 해주며, 프로는 레슨비를 받아야 가르쳐준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런 훈수들이 다 틀렸거나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원치 않는 훈수를 길게 이어가는 건 빈축을 살 수밖에 없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게시물을 클릭해 들어갔는데 의외의 사진이 걸려있다. 한진선 프로다. 누가 봐도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레슨을 하고 있다.
알고 보니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2022’에서 1부 리그 데뷔 6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거둔 한진선 프로의 기념행사였다. 소속사에서 마련한 자리인가 했더니 아니다. 부친이 우승 기념 떡을 돌리자 주민회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한진선에게 2022년은?
소속사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회신이 없다. 더더욱 이 미담을 기사로 내고 싶어졌다. 소속사에서 마련한 행사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순전히 한진선 프로 본인과 부친, 주민들의 합작품이라니 미담의 순도가 높지 않은가. 해당 게시물에 대한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이 일을 계기로 그의 팬이 되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대거 갤러리로도 등장했다.
한진선은 고향이 속초다. 강원도에서 첫 우승하게 되어 기쁘다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한 그의 2022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고향에서 우승하고, 동네 사람들이 팬이 됐으니까.
한진선 프로와의 Q&A
Q 평소 입주민들과 이런 소통을 해본 사례가 있는지?
우승하면서 아파트 관리해주시는 분들께 100개 정도 떡을 돌렸는데 골프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바로 행사를 하자고 제안을 주셨어요!
Q 수원 동탄, 용인 등지가 이른바 ‘골프 8학군’으로 불린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주민들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든지, 은둔고수가 있었다든지?
Q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Q 다시 우승한다면 이런 깜짝 행사를 또 기대해봐도 좋은가? 앞으로 우승을 더 하거나 성적이 좋다면, 기부하거나 봉사처럼 다양한 부분으로 선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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