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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작은 거인들의 위대한 반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미 프로농구협회(NBA)에서 183cm의 작은 키로 거구 샤킬 오닐에게 도전했던 앨런 아이버슨이 한 말이다. 아이버슨은 평균 2m 이상의 키, 100kg가 장대 숲 사이를 뚫고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버슨의 몸은 견뎌내지 못했고, 부상으로 신음하다 은퇴를 했다. 그만큼 그의 작은 키가 그의 열정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EDITOR 방제일
 
최근 스포츠를 보다 보면 아이버슨의 말이 심장을 울린다. 각 프로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신체 조건은 과거와 달리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골프만 해도 마찬가지다. 여자 골퍼들의 신장과 체격은 남자 선수들을 위협할 정도로 크고, 남자 골퍼들 또한 타고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골프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었다. 이런 선수들을 보는 것은 눈이 즐겁다. 반면 단신 선수들이 열정을 불살라 필드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마음이 동한다. 그들의 열정이 스크린 속 화면을 뚫고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의 휘젓는 작은 거인 ‘둘’
출범 42년(대회는 38회)을 맞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이저 대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 원)이 올해 처음으로 일본에서 개막했다.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아시안투어 등 3개 투어의 대표 선수 40명이 출전한 가운데 우승자가 흥미롭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일본 국적의 히가 가즈키다. 그는 1999년 일본남자프로골프투어(JGTO)가 생긴 이래 최단신 우승 골퍼다. 그의 키는 158cm.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신장인 160cm보다 작은 것이다.


당연히 현역 일본 투어 선수 중 최단신이다. 히가는 신한동해오픈 대회 이전까지 이미 두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일본 투어 상금 랭킹 1위였고 이번 우승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시즌 3승 및 통산 5승이다. 3개 투어 공동 주관 대회라 한국과 아시안투어 출전권도 가지게 됐다.


히가의 가장 큰 장점은 드라이버를 똑바로 친다는 것이다. 작은 체구임에도 온 몸으로 스윙하는 그는 320야드(그린 에지까지 290야드)로 조성된 마지막 홀에서 1온을 시도할 정도로 과감했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293야드다. 이는 일본 투어 평균 거리 26위다. 드라이버샷 정확성은 59%로 31위, 드라이버샷의 퍼포먼스를 종합 평가하는 토털 드라이빙에서는 6위였다. 아이언 샷 정확성은 일본 투어 최고 수준이었다. 오히려 퍼트와 쇼트 게임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일본에 히가 가즈키가 있다면 한국에는 권오상이 있다. 한국 투어 최단신 선수인 권오상의 키는 히가 가즈키와 같은 158cm이다.


권오상과 가즈키는 둘 다 ‘역대급’ 단신에 속한다.
골프계에서 그동안 ‘작은 거인’으로 불리던 이언 우스남의 키는 164㎝였다. “골프 선수치고는 작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게리 플레이어의 키는 168cm. 권오상과 가즈키보다 10㎝나 크다. 권오상은 여자 프로선수와 비교해도 작은 축에 속한다.


올해 아시아드 CC 부산오픈에서 준우승했다. 늠름하고 당당한 신체를 가진 선수들을 보는 것은 눈이 즐겁다. 그들이 친 드라이버가 허공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거구의 선수들보다 어쩐지 작은 체구의 선수들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그들이 일반인 골퍼들과 비슷한 모습이어서 일까.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은 영원히 회자들 클리셰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골리앗과 같은 거인들이 즐비한 세계 속에서 다윗과 같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은 언제나 응원의 대상이다. 그런 선수들 속에서 히가 카즈키나 권오상 같은 선수들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