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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골프지 같지가 않대’

#1
2022년 1월호부터 조금씩 시동을 걸다 3월호부터 본격적으로 〈골프가이드〉에 합류했다. 창간을 함께 했던 〈시니어가이드〉를 딱 열두 권 만들고 나서다. 28년째가 된 회사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랜 붙박이 방기자와 의기투합해 나름대로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좋아진 건 알겠는데 골프잡지 같지가 않대.” 위쪽에서의 피드백이 전해졌다. 내심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직장인 된 이의 본분에 따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지면서도 골프잡지 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금세 나왔다. ‘골프잡지 같아야 하나?’였다. 방기자와의 의기투합은 ‘골프는 플랫폼, 골퍼들이 읽어볼 만한 주제면 다 써버리자’는 지점에서 시작했다는 데 착안했다.

 

‘쓰는 사람이 즐거운 걸 쓰자.’

 

…라는 감동적인 워딩은 솔직히 아니었는데, 요지는 그랬다. 골프잡지 같은지 아닌지보다 먼저 챙겨야 할 건 좋아지고 있는지 아닌지였다.

 

 

#2

군복무 시절을 빼고 중학교 1학년부터 스물아홉 정도까지, 거의 매년 사물놀이 공연을 했다. 대부분이 지역 성당 ‘풍물부’로서였고, 스무 살이 넘어서는 두어 번의 자체 공연, 또 몇 번인가의 찬조 공연이었다. 어떻게 인연이 돼 모 기업체의 ‘그룹 합창 경연 대회’에 해당 기업 자회사의 공연기획을 해주기도 했다. 따지고 보니 최소 15년은 매년 ‘공연’을 계획했던 것 같다.

 

라이언킹의 OST 〈Circle of life〉와 〈King of pride rock〉이 섞인 편곡에 난타를 가미했던, 그래서 단원들에게 ‘걱정마세요, 이 구성이면 망해도 최소 열정상 류는 받을 거예요’라고 말했고 실제로 딱 열정상을 받았던, 공연에 앞서 긴장하는 그 회사 신입사원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공연은 하는 사람이 즐기면 보는 사람은 알아서 즐기게 돼요. 즐기세요.”


그러고 보면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선배들에게 배웠던, 남의 앞에 설 때 가장 중요한 진리가 바로 ‘내가 먼저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3
12월호 마감을 앞두고, 문득 한 해를 돌아봤다.

 

‘쓰면서 즐거웠나?’

 

선뜻 답이 안 나왔다.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이 든다. 한 해를 돌아보며 던진 이런 질문에 시원하게 예스, 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나. 그저 언젠가부터, 솔직히 좀 희미해져버린, ‘쓰는 사람이 쓰면서 즐거운 걸 쓰자’라는 다짐을, 마침 이맘때쯤 다시 떠올렸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그러면 내년에는 좀 더 좋아지겠지. 그럼 되는 거 아닌가.

여전히 골프잡지 같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편집장 박준영 ⓒ골프가이드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