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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잘했어, 잘했다고!” ―마스터스 데뷔전 공동 16위 김주형에게

가정의 달이라고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들어가게 된 5월호가 됐다. 가족은 아니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선수들에게 마음이 많이 쓰인다. 이야기를 다룬 모든 선수의 팬클럽이 된다. 그래서 이들을 응원하다 못해 옹호하게 될 때가 많다.


투어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고민이나 애환, 슬럼프 얘기를 듣자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이들이 그래 봐야 20대 초중반의, 거의 평생을 연습장과 잔디에서만 살아온, 막상 얘기를 나눠보면 그냥 ‘20대 어린 친구’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고민의 깊이는 상상보다 훨씬 깊다.


멘탈 스포츠라 불리는 골프이기에 더 그렇다. 골프에서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그건 결과가 나온 다음에 뒤돌아보니 그렇다는 거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지옥 같다. 이건 아마추어에게도 마찬가지다. 가만 보면 골프라는 스포츠에 계속 도전하면서 끙끙 앓는 게 혹시 변태 성향인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으니까.


2023시즌은 초반부터 뜨겁다.


2022 마스터스의 키워드가 ‘타이거 우즈의 복귀’와 ‘스코티 셰플러의 도약’이었다면, 2023 마스터스의 키워드는 ‘PGA vs LIV’가 기대감을 높였다.

 

사실 지난 4월호에 다뤘던 넷플릭스 다큐 〈풀스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듯, 얄미울 정도로 평온하게 어마무시한 커리어를 쌓아 올리는 스코티 셰플러가 이번에도 선전할 것 같았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셰플러의 파죽지셰’라는 제목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혹은 마스터스와는 인연이 없던 ‘매킬로이의 참교육’을 기대하기도 했고, 3R까지 과거의 ‘그’ 모습을 선보인 ‘켑카의 카운터펀치’를 기다리기도 했다.


각 선수 개인 커리어 면에서도 많은 게 걸려있던 이번 마스터스는 그러나 갑.분.람(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으로 마무리됐다. 물론 실제로는 1R부터 꾸준한 경기력을 보인 결과였고, 2위와 4타 차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4R가 시작될 때는 켑카가 람을 2타 차로 앞서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18홀 만에 6타를 따돌린 셈이다. 그 덕에 PGA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진 켑카에게 ‘리브 골프는 3일제라 그랬을 것’이라는 조롱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한 호에 딱 1페이지인 이 특설 지면에서 언급하고 싶은 건 그들 말고 김주형이다.

 

좌주형, 우킬로이를 끼고 웃으며, 이벤트 샷을 함께 치는 우즈라니…‘나이키 3형제’ 쓰리샷이 최근 다소 식었던 에디터의 국뽕마저 자극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


김주형은 2언더파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하다’는 인터뷰를 통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니 이것보다 잘해버리면 그건 또 그거대로 비현실적인 것 아니겠나 싶었다.

 

그는 자신의 마스터스 데뷔전에 대해 “100점 만점에 10점도 못 된다”고 했다. 실수가 잦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마스터스 우승자가 나오면 골프도 축구처럼 사람들이 관심도 많이 갖고 좋아하게 될 것”, “월드컵 축구 대표팀처럼 국민 여러분께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
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디터가 이 특설 지면을 김주형에게 할애하기로 마음 먹은 건 이 코멘트 때문이었다. 프로 스포츠에서 성적은 처음이자 끝인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딱 그걸로만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정해지는 게 아닐뿐더러, 그가 가지고 싶은 게 개인으로서의 트로피를 넘어선 ‘영향력’이라면 그는 이미 그런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요컨대 “잘했어! 진짜 잘했다고!”

 

 


편집장 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