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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코로나19 보다 더 무섭다 미세먼지의 습격

OECD 최악의 공기질, 대한민국
‘대기환경 좋아졌다’ 응답이 늘어나는 이유

코로나19 때는 전염 때문에 못 나가고, 이제는 공기 때문에 못 나가고...

최근 날씨 소식에서 빠지지 않는 당부의 말이 있다. 외출을 삼가라는 안내다.
미세먼지와 황사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고 일반 질병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엔데믹 분위기가 한창이다. 지난 코로나 시국을 떠올리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 마스크다. 가장 큰 변화였고, 일상의 불편을 초래한 것이 마스크였기 때문이다. 드디어 엔데믹을 맞게 됐고, 이제는 의무도 아니지만 우리는 차마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됐다. 맑은 하늘 아래 숨 쉴 만한 날이 도무지 없어서 말이다.

 

WRITER 이승엽

 

황사와 미세먼지는 전혀 다른 문제
‘떠다니는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단순한 황사와는 절대 다르다. 황사는 중국 황토지대와 사막에서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온 것을 말하는데, 거기에 추가로 중국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나 산업용 먼지가 함께 타고 들어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미세먼지는 산업용 또는 가정에서 석탄 및 석유 등의 연료가 연소 되면서 발생하는, 어디까지나 인위적 오염물질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우리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애월읍 ‘매우 나쁨’ 기준의 5.5배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오후 1시 기준 전국 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77㎍/㎥였다. 이는 오후 1시까지 측정값을 산술평균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었다. 다만 황사가 당일인 13일까지 빠져나가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던 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국내 대기환경 기준(24시간 평균 100㎍/㎥)’의 2.5배 이상으로 오른 건 올해 처음이다. 2023년 들어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건 1월 7일의 125㎍/㎥였다. 시·도별 오후 1시까지 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서울은 255㎍/㎥였고, 제주가 346㎍/㎥로 제일 높고, 부산이 224㎍/㎥로 가장 낮았다.


특히 제주에서는 오전 9시 제주시 애월읍 측정소 미세먼지 농도(1시간 평균)가 828㎍/㎥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 하한선인 151㎍/㎥의 5.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청정지역 제주의 낯선 고민

“관광객 안 오면 어쩌나…”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제주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호텔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물론 ‘코로나19 시기에 최대의 관광 상대국인 중국에게 문을 닫았었으니 그랬겠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엔데믹 이후라고 나아질까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기 질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기 질은 ‘나쁨’으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필 이런 걸 1등을 하고 있으니 하늘색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우리나라를 관광하기 위해 세계인이 티켓을 끊을지…

 

코로나 끝나니 고농도 황사로 몸살
올해는 이 같은 ‘고농도 황사’가 자주 나타나는 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서울 기준 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은 날은 이날을 제외하고도 올해 들어 1월과 3월에 각각 이틀씩 총 나흘이다.

 

반면 2022년에는 서울 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은 날이 한해를 통틀어 사흘이었다. 2021년에는 총 11일이었고 2020년에는 이틀에 그쳤다.


고농도 황사, 높은 기온 때문
고농도 황사가 잦은 이유는 내몽골고원부터 만주까지 황사발원지의 눈 덮임이 적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황사가 발원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행히 내몽골고원 등에서 황사가 추가로 발원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다만 고기압 중심이 우리나라 남서쪽에 중심을 두고 자리하면서 애초 북서풍을 타고 서해상에 유입됐거나 서해상으로 빠져나갔던 황사가 서풍을 타고 서쪽 지역에 다시 들어오고 다른 지역은 고기압 영향에 대기가 정체하면서 황사가 빠져나가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대기환경 좋아졌다’ 응답이 늘어나는 불편한 진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기 질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현재 거주 중인 지역의 대기환경 만족도에 대해 ‘매우 좋다’ 또는 ‘약간 좋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016년31.7%에서 2022년 42.3%로 늘어났다. 어떻게 된 걸까?

 

 

일단 미세먼지 허용치 면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의 차이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국내 기준으로는 초미세먼지 수치가 76 이상일 때 ‘매우 나쁨’ 기준을 적용하지만,WHO에서는 36이면 ‘매우 나쁨’으로 판정한다.

 

미세먼지는 한국이 151부터 WHO는 71부터 ‘매우 나쁨’이라고 판단한다. 요컨대 한국에서 ‘나쁨’ 수준은 WHO 기준으로는 이미 ‘매우 나쁨’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WHO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용이 너무 넉넉하다. 산업과 대기업에 바탕을 둔 우리나라 경제기반과 이것만을 맹목적으로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정치권의 문제라는 결론이다. 이것이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결과를 낳았다.

 

 

숫자에 민감한 우리 국민이지만, 숫자에 민감하기에 ‘허용치’라는 ‘기준’을 절대적으로 믿는 이들이 많다.
 

WHO 권고 2배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한국
한국 인구 10명 중 5.5명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수준의 2배가 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 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가 발간한 ‘2020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최신 집계 기준으로 한국 인구 중 99.2%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10㎍/㎥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10㎍/㎥는 WHO가 제시한 초미세먼지 농도 권고치로 한국인, 체코, 그리스, 헝가리, 이스라엘, 멕시코, 네덜란드 등과 함께 인구 대부분이 10㎍/㎥의 초미세먼지 농도의 대기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WHO 권고치의 2배인 20㎍/㎥ 이상 초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된 인구 비중은 55.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2위인 칠레의 42.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대책’ 챗GPT에 물었더니
국립환경과학원 등 여러 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원인은 국내 요인이 50~60%, 외부요인은 40~50% 정도로 파악된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내외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율이 가능한 국내산업, 교통, 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기 오염 배출 감소를 위한 정책과 기술을 도입하고, 국민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부요인 중 큰 점유율을 가진 중국과의 협력을 병행하면서 대기 오염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으로 현재의 국면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공기를 흡입하며 파란 하늘을 느끼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전 세계 도시 오염도 순위 TOP10

10위 인도 뉴델리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는 어디일까. 의외로 10위에 인도 뉴델리가 뽑혔다.
이곳은 거리를 빽빽이 메운 릭샤의 매연도 심하고 대기가 정체되어 있어서 세계 최악의 공기 수준을 자랑한다. 뉴델리 시민들은 정부에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지만 별다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뉴델리 시민들은 공해를 일으키는 공장을 수도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중국을 부러워한다는 후문도 있다. 상수도는 갖춰져 있으나 하수도와 쓰레기 처리체계가 아직 미비해서 오히려 상수도를 오염시키는 상황이라 1년 내내 수인성 질환이 끊이지를 않는다.


9위 방글라데시 다카
우리나라와 국토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는 우리보다 3배나 많아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방글라데시의 최대 도시 다카가 9위다.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시민의식도 부족해 환경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대기, 수질, 거주환경 그 어느 것 하나 괜찮은 게 없다.
특히 도시 외곽에 수천 개의 벽돌공장과 디젤 발전기, 플라스틱 불법 소각장 등이 맞물려서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수질오염으로 특히 비소 중독이 심각한데 다카 사망자 10명 중 2명은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다.


8위 모잠비크 마푸토
모잠비크의 수도이자 인도양의 최대 항만도시로 1,400만 명이 거주하는 아프리카의 대도시, 마푸토가 8위를 차지했다. 엄청난 인구가 온갖 쓰레기를 배출하지만, 매립장이 부족해 환경오염이 극심하고 슬럼가와 비공식 정착촌에 사는 이주민이 많은데 이들은 말 그대로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는 실정이다.


7위 러시아 모스크바
유럽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이자 세계에서 7번째로 면적이 큰 모스크바가 가장 세계에서 오염도가 높은 도시 7위를 차지했다. 1970년대 모스크바의 대기 오염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이후 유해가스 방출을 규제하며 대규모 공장시설을 외곽으로 이전함으로써 오염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연간 5천여 명이 대기오염이 직·간접 원인이 되어 사망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하여 우리나라 공기청정기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6위 중국 린펀
린펀은 중국 전체 에너지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화석연료 발전은 물론이고 제철공장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규모 공장이 많아서 역사 고적 탐방 등의 이유로 린펀을 방문하려면 기관지 건강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빨래를 밖에 널면 옷이 새까맣게 업그레이드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



5위 러시아 제르진스크
구글에서 제르진스크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제르진스크 오염’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2007년 이 지역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허용치의 수천 배에 달하는 다이옥신과 페놀이 검출되어 기네스북에 ‘가장 오염된 지역’으로 등재되는 오명을 얻었다. 말 그대로 오염이 지역 명물이 된 셈.
제르진스크는 화학 무기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의 핵심 화학 산업 지역이다. 1930년에서 1988년 사이에만 30만 톤의 화학 폐기물이 제르진스크와 주변 지역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로 이 도시의 남성 평균 수명은 42세에 불과하다.


4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와 더불어 원자력 사고의 대명사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이 4위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로 당시 22만 6천 명이 피폭됐는데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도시로 남아 있다.


3위 일본 후쿠시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과 더불어 원자력 사고의 대명사인 일본 후쿠시마가 3위다.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오염물질이 유출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40㎞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겨우 70㎞ 떨어져 있는 아즈마 구장에서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예정되면서 전 세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제 곧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전 세계를 긴장하게 하는 현재 진행형 오염 지역의 대명사와 같은 지역이다.


2위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구소련의 핵실험장이 있던 비밀의 도시로써 40년간 약 450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체르노빌 사고의 5천 회 분에 해당하는 방사능 오염이 되었다고 한다.
1991년 8월 29일 핵실험장은 문을 닫게 되는데 UN은 이날을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로 선포했다. 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암 환자와 기형아 출산율, 유아 사망률이 선진국의 5배가 넘는다.


1위 러시아 카라차이 호수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는 마야크 재처리 공장을 건립하고 폐기물을 호수에 방류하기 시작하면서 방사능 수치가 체르노빌의 30배까지 높아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