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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가능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대표팀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사진 KGA 제공 | 한국 골프 대표팀은 ‘제19회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4개의 메달(금 1, 은 2, 동 1)을 획득했다. 

 

남자팀은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로 실질적인 성과를 냈고, 여자팀은 개최국 중국의 LPGA 3인방을 비롯해 최근 위상이 높아진 아시아 여자 골퍼들에 맞서 고등학생 신분 아마추어로서 최선을 다했다. 남자팀과 여자팀이 맞닥뜨린 사정은 조금 달랐지만, 성과와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돌아온 대회였다.
 


◈‘발사대 건설 완료’ 성과 이상을 거둔 남자대표팀

 

프로선수의 참가를 최초로 허용한 이번 대회에서 PGA에서 활약 중인 김시우와 임성재에 ‘프로 잡는 아마’라고 불리는 장유빈과 조우영의 금메달 합작은 납득할 만한 성과다.

 

무엇보다 병역 부담을 던 두 명의 PGA 투어프로와 상쾌한 기분으로 프로턴 하게 된 두 명의 무서운 신인을 배출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은 한국 남자 골프의 미래를 위한 발사대를 건설한 것과 같은 의의로 여길만 하다.

 

 

‘병역혜택’ 김시우·임성재
이미 PGA 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시우와 임성재가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최근 BTS의 군입대로 운동선수의 병역 혜택 공정성 여부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병역은 ‘의무’이기에 어떤 경우든 모두가 공평하게 져야 한다는 의견도 합리적이기는 하다.

 

다만 운동선수에게 병역 혜택이란 월드클래스의 성적을 낸 그에게 ‘병역의 의무를 지기보다는 더욱 정진해서 가뜩이나 물리적 전성기가 짧은 그 종목에서 우리나라를 더욱 빛내달라’는 의미도 있다.

 

이것이 마치 ‘메달을 땄으니 병역을 면제해준다’와 다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메달을 못 땄으니 군대에 가라’는 식으로 들린다는 지적도 충분히 납득할 만하지만, 당초의 본질적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병역 혜택이 이들의 개인 커리어에 큰 발판이 될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더 좋은 활약상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장유빈·조우영 ‘앞만 보면 된다’
이번 금메달 합작이 이미 ‘프로 잡는 아마’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키고, 프로로 전향한 장유빈과 조우영의 깔끔한 ‘프로턴’이 됐다는 점도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성과다.  


스포츠에서 ‘커리어의 흐름’은 무시할 수가 없다. 좋은 흐름으로 아시안게임을 시작했고, 마무리 지은 것은 이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부터 프로 자격으로 신인왕 경쟁에 뛰어드는 두 선수를 위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현실의 벽은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조우영은 공동 18위, 장유빈은 공동 2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바로 다음 대회이자 KPGA 코리안투어 최대 이벤트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조우영은 7위, 장유빈은 공동 8위로 함께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조우영은 ‘제네시스 챔피언십’ 첫날 1라운드에서 7개의 버디와 2개의 보기로 5언더파를 기록하며 한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내년까지 코리안투어에 집중하면서 PGA 투어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싶다”고 밝힌 그는 이를 위해 올해 아시안투어 Q스쿨에 도전하고, 내년에는 PGA투어의 2부격인 콘페리투어 Q스쿨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제 발사하고 지켜볼 때
현재 국가대표 골프 선수로 선발되려면 지난해부터 KGA가 운영하는 ‘KGA 랭킹 시스템 남자부/여자부’에서 상위 6인에 올라야 한다.

 

KGA 랭킹 시스템은 최근 1년간의 성적을 점수화해 순위를 매긴 것으로, 과거의 선발전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선발전이 열리는 주의 성적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검증의 순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 만큼 현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준은 한국 골프의 미래를 그대로 투영하는 지표가 된다.


가장 최근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프로턴을 한 조우영과 장유빈의 활약상이 더 반가운 이유다. 한국 남자 골프는 여자 골프보다 총상금 등 규모와 흥행도에서 밀리고 있지만, PGA 등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의 성과와 점유율은 점점 올라가는 중이다.


1998년 박세리의 우승이 한국 여자 골프의 저변을 만들었다면, 한국 남자 골프도 그런 계기를 맞이할 날이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시점에서 이 같은 탄탄한 신예들의 행보를 더 기대하며 주목하게 된다. 발사대를 잘 지었으니 이제 쏠 일만 남았다. 그들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는 골프팬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흥미로움이 될 것 같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가능성 보여준 여자대표팀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3개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 금메달 이후로,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단체전에서는 2014년(인천)과 2018년(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2위를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같은 은메달이라도 이번 대회의 은메달은 의미는 조금 다르다.
 

한동안 LPGA투어를 주름잡던 한국 여자 골퍼는 최근 그 위상을 다소 잃은 모습이다. 이에 따른 우려와 지적도 종종 나온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대표팀은 마지막 날 최종 합계 29언더파 547타를 기록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우리 대표팀에 5타 앞선 34언더파 542타를 기록한 태국이 금메달을, 3타 뒤진 26언더파 550타를 친 중국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개인전에서는 유현조가 동메달(16언더파 272타)을 추가했다. 김민솔은 개인전에서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공동 5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태국의 아르피차야 유볼(19언더파 269타)이, 은메달은 인도의 아디티 아쇼크(17언더파 271타)가 각각 차지했다.

 

유현조는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에서 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선전했지만 최근 10여 년간 ‘세계 최강’ 타이틀에 익숙해진 골프팬들은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유현조(천안중앙방통고)와 김민솔, 임지유(이상 수성방통고) 등 순수 고등학생 신분 아마추어 3인만으로 대표팀을 꾸렸다는 점, 그럼에도 이같은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국내 여자 프로의 수준이 유지 또는 향상됐음을 증명했다고도 볼 수 있다.

 


쟁쟁한 프로들 사이에서의 선전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아르피차야 유볼(태국)은 2002년생으로 지난 2018년 태국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16세의 나이로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선수다. 올해 LPGA투어에 도전했으며 14개 대회에 출전했고, 현재까지 최고 성적은 지난 8월 스코틀랜드오픈 공동 13위다.


한편 중국은 LPGA투어 10승의 중국 여자 골프 레전드 ‘펑샨샨’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인뤄닝 외에도 린시위, 류위 등 LPGA투어 상위 랭커들을 총출동시켰다. 최근 심상찮은 중국 여자 골프의 약진을 이끄는 트로이카 3인이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에서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단체전 동메달에 그쳤다. 단순 비교를 하자면 LPGA 3인방의 중국을 한국의 고교생 3인방이 꺾은 것이다.


8언더파 280타로 공동 8위에 그치며 비록 개인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중국 대표팀의 인뤄닝은 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인 선수다.

 

특히 린시위와 인뤄닝은 모두 펑샨샨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선수들이고, 1995년생인 류위는 올해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성유진과 함께 공동 2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은 린시위의 단독 4위(15언더파 273타)였다.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솔과 공동 5위를 기록한 김민솔의 성적을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다.

 


펑샨샨의 후계자, 누가 될 것인가
태국 여자 골퍼들이 이름을 알리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LPGA를 지켜보지 않는 이들에게는 다소 가려졌겠지만, 사실 중국 여자 골퍼들의 약진이 더 눈에 띈다. ‘펑샨샨 키즈’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인뤄닝(20)은 현재 LPGA투어 2년 차를 맞은 신인임에도 놀라운 성과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지난 4월 디오임플란트 LA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니, 2개월만인 지난 6월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챔피언십’에서 2승째를 따냈다.


이는 2012년 펑샨샨(34)의 LPGA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두 번째로 기록된 중국 여자골퍼의 L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컵이기에 의미가 더 컸다.


인뤄닝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2번째 메이저 타이틀이) 많은 걸 의미한다. 많은 아이들이 골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1998년 박세리의 우승 이후 ‘세리키즈’로 불리는 세대들이 골프에 입문했고, 몇 년 뒤 세계적인 성과를 냈던,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아는 일련의 사례와 겹쳐 보인다.


복귀전 나선 고진영, 발목 잡은 린시위
특히 인뤄닝은 당시 린시위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같은 대회에서 린시위도 3위에 올라 ‘한 지붕 아래 나온 겹경사’라며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인뤄닝보다 먼저 펑샨샨의 후계자로 촉망받던 린시위는 15세 시절부터 중국투어를 거쳐 유럽여자투어를 지나 2014년부터는 LPGA투어에서도 뛰고 있다. 다만 장타력과 정교한 아이언에 퍼트감까지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음에도 10년여 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아시안게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린시위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다음 주인 지난 10월 8일 홍콩 골프클럽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팀시리즈’에서 고진영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한 달여 간의 휴식 후 복귀전에 나선 고진영이었다.


태풍 예보로 최종 3라운드가 취소됐다. 따라서 2라운드 후 동타를 이룬 고진영과 린시위가 연장에 들어가게 됐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고진영은 벙커에 공을 빠뜨렸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린시위도 15m 장거리 버디 퍼트 남겨두고 있어 파를 기록할 확률이 컸다. 그러나 린시위는 보란 듯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메달 색으론 안 보이는 성과와 가능성
프로선수의 참가가 최초로 허용된 이번 대회지만, 국제대회 금메달 획득 시 병역 혜택의 기회를 받을 수 있는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서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비록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 여자 골퍼들이 이번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은메달에 그쳤다곤 하나 LPGA 랭커로만 팀을 구성한 개최국 중국이나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자 칼을 간 일본, 태국 등 다른 국가를 맞은 ‘고교생 3인방’이 엄청난 선전을 했다고 평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대회의 은메달은 지난 2개 대회에서보다 더 뛰어난 성과로 인정할 만하며, 약진 중인 다른 국가와 다를 바 없이 한국 여자 골프도 꾸준히 발전 중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증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