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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했던 건 김민별 ‘믿고 있었다구!’ 무관의 신인왕, 김민별에 대한 근거 있는 기대감

돋보인 건 황유민과 방신실, 강했던 건 김민별 ‘믿고 있었다구!’
'기복있어도 저점은 낮지 않다는 게 저력'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사진 KLPGA 제공 | 치열한 루키 3인방의 경쟁과 활약이 큰 볼거리를 제공한 올해 KLPGA투어. 우승 타이틀마저 따낸 방신실과 황유민을 제치고 무관의 김민별이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월 유독 두드러진 루키들의 존재감 속에서도 김민별이 올해 신인왕이 될 것이라 믿고 표지모델로 세웠던 에디터도 동료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혹시 제가 왜 표지모델이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뜩이나 주변의 기대감이 높았을 시기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됐다.

 

 

“제가 왜 표지모델이죠?”
지난 4월호 표지모델을 김민별 프로로 선정하고선 그에게 연락했었다. ‘당신은 골프가이드 4월호의 표지로 선정되셨습니다’라는 '뜬금포'에 김민별은 “감사합니다”라면서도 “그런데 혹시 제가 왜 표지모델이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라며 얼떨떨해했다.


사실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 국내 개막전을 몇 주 앞둔 3월 말 ‘신인상에 가장 가까운 선수’로 언급됐던 건 김서윤2(21, 셀트리온)였다. 직전 시즌 드림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왕까지 오른 김서윤에게 “2022시즌의 이예원이 겹쳐 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김서윤과 같은 3승을 한 정시우(22, DB손해보험)와 최가빈(20, 삼천리).손주희(27, BHC그룹), 2승을 한 조혜림(22, 지벤트)도 드림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KLPGA투어에 입성한 유망주들이었다.

 

김민별은 이른바 3개의 수석 타이틀에 빛나는 선수였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선발전과 KLPGA 정회원 선발전, KLPGA 시드 순위전 본선에서 수석을 차지했었다.


그중 특히 눈길이 갔던 건 ‘지옥의 시드전 수석’ 타이틀이었다. 프로들 사이에서도 ‘지옥’으로 불리는 시드전에서 수석을 차지해본 경험이 있다는 건 그만큼 ‘단단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김민별의 기복이 덜한 플레이스타일도 그런 성적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시 김민별과의 연락 중에는 이제 막 본격적인 시즌을 앞둔 루키에게, 안 그래도 주변의 기대감이 높을 시기에 부담을 한 스푼이라도 얹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기에 ‘이번 시즌 루키 중에서 우리는 김민별을 응원하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생애 첫 승과 상금왕
2022년 12월 프로 데뷔전이었던 ‘PLK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 이후 60일간의 전지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은 물론 숏 게임과 클럽별 캐리 거리 점검에 공을 들였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출발은 산뜻했다. 4월에 진행된 3개 대회에서 연속 Top10 진입에 성공하며 투어에 연착륙하는 듯했다. 시즌 초 주목받던 루키 중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다만 짧은 퍼트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순위를 더 올리지는 못했고, 이어 5~6월 초까지는 다소 침묵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방신실은 5월에 열린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일찌감치 우승까지 차지했고, 이 대회에서 김민별은 컷 탈락했다.

 

그러다 6월 15일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여자오픈은 지난 3월 당시 김민별이 “어린 시절부터 꿈이기에 꼭 우승하고 싶다”던 2개 대회 중 하나다. 홍지원, 마다솜과의 연장 승부를 벌였으나 패했다.

 

7월 7일 열린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김민별은 다시 한번 연장 승부를 경험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자는 신인상 경쟁 중인 황유민이었다.

 

이후 2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하게 되는데, 최종전 이후 인터뷰에서 김민별은 이 시기에 대해 “기회가 있었는데 스스로 무너졌던 부분들이 아쉽다. 우승 욕심에 내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도 ‘우리’의 눈에는 기복의 저점이 꽤 높은 편이던 김민별은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시점까지 이미 그는 369,096,667원의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원동력은 역시 꾸준함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연속 컷 탈락한 김민별은 바로 다음 대회인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 9언더파 단독 3위로 치고 나간다. 본격적인 공세 전환이었다.

 

이후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평균 순위를 끌어올렸고, 시즌 종반까지 376,656,334원의
상금을 더 벌어들였다. 그리고 최종전에서 신인왕 포인트 122점을 보태며 최종 2,969점을 쌓아 황유민(2,656점)과 방신실(2,399점)을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원동력은 역시 ‘꾸준함’이었다. 김민별은 올해 29개 대회에 참가했다. 이중 Top10 진입은 12회에 달했다. 우승은 못 했지만, 준우승만 3회를 했고, 3위도 2회를 기록하며 한때 상금 랭킹 5위, 대상 포인트 2위 등 주요 타이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돌이켜 보면 경기를 지켜보는 재미로는 화끈한 장타력의 방신실과 도전적인 코스 공략의 황유민이 좀 더 돋보였던 게 사실이지만, 골프 선수로서 더 강했던 건 김민별이었다.

 

 

결국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작성하는, 길을 여는 골퍼가 오래, 또 멀리 간다. 김민별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고무적인 루키 시즌 성과
지난 3월 당시 김민별의 올 시즌 목표는 생애 첫 승과 상금왕이었다. 그는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상이 상금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민별은 올해 상금 랭킹 6위(745,753,001원)에 랭크됐다.

 

한편 2회의 우승이 있었던 방신실이 694,571,333원으로 9위에, 1회 우승하며 닥공의 묘미를 선사한 황유민은 11위(655,429,334원)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국 상금왕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우승 없이도 루키 3인방 중 가장 앞서는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11월 열린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김민별은 대회 완주만 해도 신인상이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김민별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올해 목표는 우승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대회는 우승을 목표로 과감한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최종전이 됐지만,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대회를 소화한 한 해였고,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기술적으로 퍼트와 숏 게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 겨울에 보완할 계획이다.”


그만큼 우승을 따내지 못한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는“올해 목표가 신인상보다는 우승이었기에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신인상으로 ‘보상’ 받은 것 같아 (결과적으로) 잘 한 루키 시즌이라 생각한다. 다음 시즌에는 시즌 2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근거 있는 기대감
황유민과 방신실의 등장으로 자칫 가려질 뻔한 김민별은 어느새 2022시즌 이예원과의 ‘평행 이론’까지 이루고 있다. 올해 김민별은 역대 10번째 무관의 신인왕이자 2019년 조아연 이후 4년 만에 시드순위전 1위 선수의 신인상 수상 사례가 됐다. 한편으론 2022시즌 이예원에 이어 2년 연속 무관의 신인왕 계보를 잇게 됐는데 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개인 성적이나 경쟁 구도 등이 이예원과 많이 닮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민별도 3승과 대상, 평균 최저타수상을 휩쓴 이예원의 2번째 시즌 활약상에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내년 시즌 자기도 그러한 활약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김민별은 “국내 무대에 잘 적응한 뒤 3년 안에 LPGA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먼저 LPGA에 진출한 유해란은 2023시즌 신인왕이 됐다. 김민별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해 나간다면 다음의 평행 이론은 유해란과 매칭될 수도 있다.


잘 나가다 한순간에 고꾸라지기도 하는 게 골프다. 평행이론도 좋지만, 결국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작성하는, 길을 여는 골퍼가 오래가고 멀리 간다. 김민별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지옥의 시드전에서 수석을 했고 곧바로 이어진 첫 시즌에 우승 없이도 신인상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나오는 기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