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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혁신과 갑질 사이, 논란’의 KLPGA 시즌권

이것은 혁신일까, 아니면 갑질일까. 시즌권은 한국프로여자골프협회(KLPGA)가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사업이다. KLPGA는 약 10년 전 처음으로 아이디어가 제기된 이후 매해 도입 여부를 검토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말 KLPGA는 전격적으로 올 시즌 정규 투어 모든 대회 관람이 가능한 시즌권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혁신이다. 문제가 생겼다. 이 시즌권 판매가 대회 주최사들과의 동의나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혁신을 표방한 KLPGA의 ‘결단’은 갑질 논란으로 치닫고 있다.

 

EDITOR 방제일

 

10년을 고민하다 나온 KLPGA투어 시즌권이 혁신 대신 갑질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논란이 확산했지만, KLPGA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생각이 없던 것인지도 모른다. KLPGA 시즌권은 이미 국내 포털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구매자 또한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KLPGA에서 판매하는 시즌권은 대한골프협회 주관인 한국여자오픈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회 출입이 가능하다. 


스포츠 경기 시즌권은 주로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에서 홈팬들에게 홈경기 티켓을 미리 선매하는 개념이다. KLPGA 투어는 이 프로야구 시즌권에서 착안해 전 세계 골프 투어 최초로 이 개념을 도입한 사례가 됐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시즌권은 LIGHT, PRIORITY, PREMIUM의 세 등급으로 나뉜다. PRIORITY와 PREMIUM 등급은 각각 6회와 12회 KLPGA 스위트 라운지 출입도 가능하다. 가격은 낮은 등급부터 15만 원, 30만 원, 50만 원이며, 수량은 총 1750장이다. 이는 투어 갤러리 평균 입장객 수 대비 적게는 15%, 많게는 30% 수준이다. 가격은 각 대회 입장권 가격의 평균을 기준으로 책정했는데, 모두 팔린다면 총 4억2500만 원 상당이다. 


KLPGA는 현대판 왕서방?
물론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시즌권 하나로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선 골프 팬으로서 반가운 소식이지만 대회 주최 측은 입장이 곤란하다. 대회 주최사 입장에서 KLPGA 시즌권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격’이다. 주최 기업은 한 대회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다. 여기엔 홍보뿐 아니라 사회공헌 목적도 있다. 


게다가 그동안 갤러리 입장권 판매는 대회 주최 기업의 소관이었다. 사실상 갤러리 입장권은 대회 주최사의 고유 권한이나 다름없었다는 얘기다. 티켓 판매 수익을 통해 주최사는 기부도 하고 운영비로도 사용해왔다. KLPGA가 대회 주최 기업과 협의 없이 시즌권 판매를 시작한 게 논란이 된 이유다. 협회가 일종의 월권행위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KLPGA 측에서는 ‘공문을 보내 협조와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KLPGA는 시즌권 판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LPGA 관계자는 “스폰서들과의 대회 개최 계약서에는 입장권 판매 조항이 없다”며 “그동안 관례적으로 대회 주최사가 입장권 판매를 한 것이며, ‘협회가 시즌권을 판매해도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법률자문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즌권 수익으로 마련된 재원은 기부 또는 재투자에 쓰인다”고 강조했다. 


기업 측 입장은 어떨까. 한 대회 주최사 관계자는 “협회서 공문 한 번 온 것이 전부”라면서 “대응할 시간도 없이 시즌권 출시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즌권 판매에 동의한 적도 없다”며 주최사는 시즌권 판매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무엇보다 KLPGA가 밝힌 ‘사용처’에 대해 대회 주최 기업들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대회 주최사 관계자는 “우리 대회에서 나온 수익으로 왜 협회가 기부 활동을 하나.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회 주최사에 대한 권리 침해 아닌가. KLPGA 투어 대회를 유치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니, 그동안 대회를 후원해온 기업을 무시하는 것 같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최사들은 시즌권 구매자의 대회장 입장 및 관람 등 관리를 협회 측에서 직접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모 대회 운영 관계자는 “그동안 갤러리의 입장부터 동선 및 안전 관리 등은 주최 기업 또는 대행사가 맡아 왔다”면서 “협회에서 직접 시즌권을 판매했기에 관련 관리는 직접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협회는 판매만 하고 관리 등은 주최 측에 넘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이해관계자 간의 이권 다툼보다 더 큰 문제는 시즌권을 구매한 팬들이다. 제대로 혜택을 못 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즌권 중 PRIORITY, PREMIUM 등급은 각각 6회와 12회 KLPGA 스위트 라운지 출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KLPGA는 상반기 KLPGA 투어 챔피언십과 롯데 오픈 그리고 하반기 1개 대회에만 스위트 라운지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 시즌을 통틀어 3개 대회에서만 스위트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PRIORITY, PREMIUM 시즌권 스위트 라운지 이용 횟수를 모두 소진하려면 3개 대회를 여러 번 가야만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동반자가 있다면 이용 횟수가 인원수대로 차감되므로 사용하기 벅찬 게 아니라고 해도 묘하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스템이다.


이 지적에 대해 KLPGA는 ‘향후 스위트 라운지를 늘릴 것’이라 밝혔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스위트 라운지를 만드는 것에만 수억 원이 들기에 이마저도 난색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쟁점이 하나 더 남았다. 결론적으로 KLPGA는 시즌권 판매에 대해 ‘전 세계 프로골프투어 최초 시즌권’이라는 타이틀을 챙겼다. 그러나 이렇게 논란이 될 정도로 사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시즌권’ 운영이 이루어질지 미지수라는 점. 나아가 주최 측과 협회 간의 이같은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측은 명백하게도 시즌권을 구매한 팬이라는 점이다. 바로 KLPGA 투어를 그 누구보다 애정해 앞다퉈 시즌권을 구매하고 설레한 그 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