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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골프장 안전사고 절반 이상이 ‘카트 사고’

WRITER 이원태 |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절반 이상이 카트 사고다. 경사진 비탈에서 발생하는 낙상으로 인한 카트 추락사고는 거의 자동차 사고에 버금가는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많고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많은 대형사고다.

 

5월은 시원하고 쾌적해 연중 최고의 달이라 ‘가정의 달’로도 정해진 것 같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은 조금 쪼들려도 역시나 빨간 날이 많은 달이기에 골퍼에게도 천상의 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골프장에서 가장 많은 안전사고를 당하는 달도 5월이다.

 

카트 사고 사례
2023년 6월 경기 용인시 모 골프장에서 캐디 A 씨(50대)가 몰던 카트가 커브 길에서 전복되면서 여성 골퍼 B 씨(40대)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결국 뇌사판정을 받았다.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캐디 A 씨는 나흘 후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캐디 A 씨는 골프장에서 무려 30년 동안 일해 골프장 곳곳을 잘 알고 있었고, 카트에는 속도제어기가 장착돼 최대 시속 14㎞까지로 제한돼있었으며, 안전 설명서도 지켰지만, 이렇게 한순간에 두 집안을 풍비박산 낼 만큼의 대형사고의 가해자가 돼버린 것이다.

 

국내 골프장 카트 도로의 경사가 가파르고 도로 폭은 너무 좁은 데다 급커브가 많아 실제로 큰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겪은 직접 일도 있다. 지난 4월 여주 모 골프장에서 캐디가 전동 키를 조작해 카트를 후진시키고 있었는데, 근처의 동반자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가벼운 부상에 그쳤지만, 평소 골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자주 접하고 다루는 필자로선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안전사고의 절반 이상은 ‘카트 사고’
이러한 카트 사고는 다양한 형태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다. 지난 5년간 전국골프장에서 발생한 카트 사고(전국골프장 내 유형별 사고 현황)는 총 1751건으로 5년 평균 매년 350건의 카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충돌사고가 13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사고 369건, 전복사고 69건 순이었다.

 

이들 사고로 1560명이 다쳤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벼운 접촉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경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 발생 건수는 이보다 2배나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해의 55%는 뇌진탕과 뇌출혈이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국가 전자상해 감시시스템(REISS)’에 등록된 사고 사례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 15만6040명이 골프 카트 관련 사고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여전히 미흡한 골프장의 안전 준비태세
이처럼 유사한 형태의 안전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데도 골프장에서의 안전장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물론 작년 10월 카트추락사고로 인한 경각심이 높아졌던 시기에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한 골프장 사례도 있다. 썬힐 골프장은 지난해 10월 모든 카트에 이탈방지용 안전 기둥 3개를 추가로 설치해 내장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은 골프장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일단 국내에 보급된 골프 카트의 약 30%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통상 수명은 8~10년 정도)이다. 카트와 안전시설물에 손잡이나 팔걸이가 있더라도 수납 바구니, 가림막 등 다른 물품이 그 위로 설치된 경우가 많았고, 야간 라운드가 일상화됐음에도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설치한 카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흔한 안전띠와 문이 설치된 카트 비율도 한참 낮다.


카트 도로 경사각 권장기준인 11.3°를 초과한 구간도 많았으며, 무려 16° 이상의 급경사 구간이 있는 골프장도 있다. 이러면 미끄럼방지 포장이나 주의 표지 등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마저 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 비탈면과 인접한 구간 중 일부 시설물은 방호 울타리나 조명시설이 없거나, 파손됐는데도 복구하지 않은 안전불감증 골프장도 전국에 산재하고 있다.


골퍼의 안전불감증이 더 큰 문제
골프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골프 카트는 ‘위험한 탈것’에 속한다. 골프 카트는 ‘카트의 전복, 추락, 충돌, 낙상, 화재 등 관련 안전사고가 잦은 운송수단’으로 정의됐다.


본래 캐디의 첫 번째 ‘사명’은 안전사고 예방이다. 그러나 캐디가 사전에 아무리 경고해도 들은 척도 않는 골퍼가 많다. 공을 찾기 위해 카트길을 태연하게 걸어 다니거나. 급경사의 카트 길 이동 시 ‘카트 손잡이를 꼭 잡으라’는 안내도 무시한다.


캐디의 안전의무 준수 안내에 골퍼들이 관심을 가져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캐디도 안전을 위해 반복적으로 안내해야 하며 골퍼들도 이에 따르는 것을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라운드 도중 벌어진 사고는 그 경중을 떠나, 먼저 골프장에 관리 책임이 있다. 카트가 법적으로 골프장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 시 골프장이나 캐디에게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일반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가벼운 사고는 골프장에서 보험으로 처리하지만, 대형사고는 반드시 법정에서 진위를 가린다는 점을 잊지 말자. 골프장 측은 최대한 골퍼 책임을 찾으려 할 것이고 골퍼는 골프장과 캐디의 잘못을 따져 부담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골프장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서로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걷는 라운드가 카트 사고 100% 예방한다
특히 카트 사고 중 많은 사례가 카트 탑승에 집착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 그래서 카트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라운드’다. 걸어가는 골프를 즐기면 건강한 체력과 함께 카트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정력은 하체에서 나온다고 하고, 모든 골퍼의 화두는 단연 비거리다. 반면 인간의 근육은 하체부터 퇴화하는데, 하체의 리드가 장타를 만드는 것이고, 하체는 걸을 때 튼실해진다. 카트비 아깝다고, 공만 치고 싶다고 카트 탑승에 집착할 게 아니라 걷는 라운드로 골프도 즐기도 체력도 키우면 ‘일석다조’다.


그뿐인가. 걸으면서 라운드하면 펼쳐진 장관과 초목,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다. 생각하면서 걷고, 걸으면서 생각하면 생각이 도중에 끊어지지 않아서 좋다. 무엇보다 스코어가 좋으면 정신 건강에 좋고, 스코어가 나쁘면 육체 건강에 좋은 운동이 바로 골프다. 카트 대신 걷는 골프를 즐겨보는 5월을 보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