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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반짝 호황 누리는 골프장, 이 틈을 타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올리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코로나19로 반짝 호황 누리는 골프장, 이 틈을 타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올리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데스크칼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골프장이 뜻밖의 호황이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의 웬만한 골프장도 대부분 사람들로 북적인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는다. 한때 골퍼들이 예약을 꺼리던 시간대도 요즘은 아예 찾기 어렵다. 사람들이 워낙 몰리다 보니 새벽이든 오후 늦게든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한달에 보름씩 두 차례로 나눠 컴퓨터와 모바일 예약 접수를 받는 수도권의 한 대중골프장 사이트엔 접수 시작 5분 만에 거의 모든 티타임 예약이 끝날 정도다. 
“요즘은 빈 자리가 거의 없어요. 거의 매일 풀로 돌아가요. 아마 다른 골프장도 마찬가지일걸요.”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의 얘기다.
골프장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대행하는 A사의 예약율도 올들어 30% 안팎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7월 21~23일 강원도 정선으로 가족 여름휴가를 다녀온 윤모 씨는 “휴가지 인근 골프장에 예약을 하려고 이곳저곳 알아봤는데 빈 자리가 없어 9홀짜리 골프장에 새벽 5시 30분대에 겨우 예약해 쳤다”고 했다. 
이처럼 골프장에 사람이 몰리고 있는 것은 골프장이 코로나19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이라고 여기기는 데다 해외로 나가던 골퍼들이 발이 묶여 국내 골프장을 찾기 때문이다. 골프장측으로선 모처럼 만난 특수가 반갑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문제는 이런 틈을 타 일부 골프장에서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 좋을 때 고기 잡자’거나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에 다름 아니다.
한 골프장이 먼저 올리면 다른 골프장도 따라간다. 그 바탕에는 우리만 손해볼 수 없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누군가 먼저 총대를 메면 우르르 따라나서기는 쉽다.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핑곗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골퍼를 봉으로 여기지 않고는 이같은 행태를 함부로 보이기는 어렵다. 고객인 골퍼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흔히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거나 “고객만을 위한 골프장”이라고 주장하는 얘기는 적어도 이럴 땐 허울일 뿐이다.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는 꽤 비싼 편이다. 지난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은 주말 비회원 1인당 그린피가 25만 원대, 대중제 골프장은 21만 원대였다. 올들어 일부 골프장이 그린피를 3만원 안팎 인상했다. 회원제나 대중제 가릴 것 없이 인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동남아 골프장 그린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골프장 그린피가 비싸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일부 고급 골프장의 경우, 주말 1인당 그린피가 30만 원을 넘는 곳도 있다. 국내 최고가 그린피는 39만 원이다.
카트비와 캐디피도 계속 인상되고 있다. 온라인 골프부킹 서비서 XGOLF에 따르면 이 업체와 제휴한 전국 300여 개 골프장 중 카트비 10만 원을 받는 곳은 26개, 캐디피 13만 원을 받는 곳은 46개다. 1, 2년 전만 해도 카트비 8만 원, 캐디피 12만 원이 대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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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트비를 12만 원으로 올린 곳도 여럿 있다. 캐디피의 경우 15만 원을 받겠다는 곳이 등장했다. 소수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 이천 W골프장은 8월 15일부터 캐디피를 15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최근 회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측은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과 원활한 캐디 수급을 위해 캐디피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국 회원제골프장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선 W골프장측에 캐디피 인상 방침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대중제 골프장인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CC는 7월 1일부터 캐디피 14만 원을 받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5월 발간한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대중제 골프장 캐디피는 평균 12만2900원, 회원제 골프장은 12만5200원이었다.
지난 2011년 조사 때 9만 원대 중반에서 26.5%나 올라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 10.7%의 2배를 훨씬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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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를 인상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이 골퍼들을 쉽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스를 개선한 것도 아니면서 그린피를 올리고, 카트가 달라진 것도 없는데 카트비를 올리고, 캐디의 서비스가 더 좋아진 것도 없는 데 캐디피를 올리는 일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그 피해가 골프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골프장이 이때다 싶어 한푼이라도 더 돈을 벌려고 꼼수를 쓰다간 골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잡히고 해외골프가 다시 가능해지면 골퍼들이 값싼 해외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더구나 완전한 골프대중화가 이뤄지지도 않고 아직도 골프가 부자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시점에 골프 비용이 자꾸 오르면 골프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커녕 장기적으로 골프 인구를 감소시키는 등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