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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프로캐디시대’ 오나?” #2

 
Special Report
국내 전문프로캐디의 현황과 전망
“전문 ‘프로캐디시대’ 오나?” #2


 


성공한 프로골프선수들 뒤에는 또 하나의 선수인 ‘캐디’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선수에 있어 캐디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끼치는 영향력 또한 상당하다. 어떤 캐디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기중 스윙상태 등 세심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캐디 뿐이다. 때로는 동반자로, 때로는 코치로서 캐디의 역할은 막중하다.
외국의 경우 아예 직업으로 나서는 전문프로캐디들이 많은 반면 국내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골프 선진국처럼 국내에도 ‘전문프로캐디시대’가 올 것인가? 그 두번째 이야기를 이어간다.  


취재 심용욱 기자 / 사진 이배림 기자, KGT·KLPGT 제공
 


국내 전문프로캐디는 머나먼 이야기
과거 호주에서 ANK남태평양 대회 등 총 1년의 캐디경험이 있는 골프강사 곽호정 프로(28)는 “전지훈련중 친구를 도와 호주투어에서 백을 멨다. 그곳은 90%정도의 선수가 전문프로캐디와 함께한다. 봉급과 보너스가 두둑해 웬만한 스타플레이어 캐디들은 투어 선수보다 훨씬 수입이 좋고 캐디양성에 관련한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있다”며 “귀국 후 국내의 전문프로캐디는 어떨지 알아보니 너무도 상반된 열악한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다른 진로를 찾게 됐다”고 밝혔다.

ANK(호주골프투어프로)에서 전문프로캐디를 경험한 골프강사 곽호정 프로

스승이었던 모 프로(43)의 백을 2007년부터 3년간 짊어지며 필로스오픈, 금호아시아나배 등 총 30 여개의 시합에 동행했던 이 모씨(26)는 “물론 제자로서 스승의 백을 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가르침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를 악용해 백을 메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라며 “선수들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직접 쓰던 클럽이나 스폰으로 들어온 용품 등으로 수고료를 때운다. 심지어 본인이 신던 골프화를 수고료로 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니어시절 같은 골프부 선배인 이승호(26, 에쓰오일)의 백을 맸던 허준녕(세미프로, 25)은 “80% 이상이 나처럼 선후배나 동료 등 지인들이 혈연, 지연, 학연 등 때문에 별 지원없이 메주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 문제는 없는 듯 하다”며 긍정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프로캐디 활성화에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질문에는 “전문프로캐디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뿐 더러 하고자 나서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승을 위해 3년간 백을 멨다는 이 모씨
 

전문캐디 1세대, 긍정의 힘으로…

반면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아예 전문프로캐디계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국내 전문캐디의 1세대라고도 할 수 있는 서정우(29)씨가 그런 경우다.

전문프로캐디 1세대인 서정우 씨


2001년 전문적인 골프를 시작했던 그는 2003년 KLPGA투어프로 송채은의 백을 멘 것을 시작으로 강경남(29, 우리투자증권), 이태희(28, 러시앤캐시), 황성하(51, 현 한국프로골프협회장), 김대현(24, 하이트), 배상문(26, 캘러웨이), 안신애(22, 우리투자증권) 등의 백을 짊어졌다. 현재는 장하나(20, KT)의 전속캐디로 활약중이며 지난 10월 28일 KB금융STAR챔피언십에서 장하나와 첫 우승을 합작했다.

장하나의 생애 첫우승에 함께한 서정우 씨

특히 배상문이 우승했던 2010 SK텔레콤오픈에서도 서 씨가 함께했다. 후에 배상문은 “일본에 함께 가자”며 제안했고 다음해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1년간 총 3승을 거두는 맹활약을 펼쳤다.

대개 백만 운반하고 원하는 클럽을 빼주고 볼을 닦아주는 일반 캐디와는 달리,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선수가 무리한 공략을 하려할때 그를 달래 8번 아이언으로 안전한 공략을 유도해주는 등 탁월한 감각이 있는 서 씨의 기량을 인정한 것이다.

콧수염으로 잘 알려진 나상욱의 캐디이자 과거 짐 퓨릭의 캐디였던 마이크 코완(미국)을 동경하고 롤 모델로 삼는다는 그는 “직접 작성한 국내외 골프장 ‘야드북(시합전날 캐디가 직접 코스를 관찰하며 벙커, 스프링쿨러, 배수로, 나무, 바위, 해저드 등 주요 지형지물과 거리 등을 기록해 알기쉽게 정리해놓은 메모)’만 해도 수십권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인 전문프로캐디 약 20명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서 씨는 이에 대해 “남자대회는 여자대회에 비해 상금 등 규모가 적어 돈벌이가 힘들고 거기에 KPGA사태까지 겹쳐 작년부터 여자대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남자선수중에는 비교적 수입이 안정적인 국내·외 톱 클래스의 선수들이 외국인 전문캐디를 고용하는게 전부이다.

국내 전문프로캐디 1세대인 그들은 하루빨리 한국에도 전문캐디가 활성화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아직 전문프로캐디가 직업의식을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에 말 못할 애로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직접 작성한 수십권의 야드북과(좌) 캐디로 활약중인 서정우 씨(우)

국내 골프계의 문제점

국내에서 전문프로캐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톱 클래스외의 한국선수들은 돈이 부족해 전문프로캐디를 고용하지 못하는 경우와 현실적으로 캐디의 수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 누구든 쉽게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자금의 문제가 없다고 해도 아직 한국에서는 전문캐디 프로그램 등 커리큘럼이 존재하지 않고 전문프로캐디를 양성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뻗칠만한 단체가 없다. 정규, 퍼블릭골프장과 연계 된 일반 아마추어캐디 아카데미 등이 전부다. 

현재 국내외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골프선진국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한국 출신인들이 약 2~ 3만명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 전문프로캐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한데 묶는다해도 한국골프선수들의 전문캐디 수급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을 하나의 단체나 기관으로 통합해 설립하는 것은 그들이 풀어야할 딜레마이자 몫이지만 국내골프계에서 공론을 모으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좀 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뿐더러 세계 여러 골프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줄 것이다.

한국골프계도 언젠가는 이런한 일들과 관련해 손을 써야 할 날이 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