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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액션의 진수를 다시 알리다" , 박정률 무술감독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액션의 진수를 다시 알리다”
박정률 무술감독

박정률 무술감독
 

 

개봉 36시간 만에 100만, 72시간 만에 200만, 12일차에 526만7,937명의 위대한 기록을 세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는 누적 조회 수 2억5,000만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액션코미디 영화다.
꽃미남 배우 삼총사 김수현-박기웅-이현우를 주인공으로 이미 개봉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으며 ‘역시나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주연인 김수현(원류환 역)은 경력 20년 차의 박정률 무술감독의 권유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액션연기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를 품은 달’로 스타덤에 오른 김수현에게 50여 편의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웹툰 원작에 매료된 그는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택했다.
그는 1년 가까이 액션 연습을 하고, 몸을 만들 만큼 이 영화에 공을 들였다.

영화 ‘아저씨’의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박정률 무술감독 역시 장철수 감독, 김수현 등 배우와 ‘의기투합’ 하며 이 영화에 몰입했고 대박을 내기에 이른다.

이번 작의 흥행에는 그들의 ‘어떤 노고’가 있었고 ‘어떠한 스토리’가 뒤따랐을까?
이와 관련해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인터뷰 심용욱 기자 shimyongwook@naver.com


 

 


주인공 원류환과 실제 김수현은 닮은 점이 많다. 귀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마스크, 순박함과 강한 에너지가 동시에 표출된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바보로 매일 구르고 넘어지고 아이들에게 짱돌을 맞지만, 진짜로 싸워야 할 때는 다부진 몸을 드러내며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소화해낸다.

이 영화의 개봉에 앞서 관객들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다름아닌 ‘웹툰원작의 느낌을 과연 얼마나 똑같이 살릴 수 있을까?’였다.
만화에서 나오는 액션 신은 강렬한 그림에 ‘쉭쉭-’, ‘퍽퍽-’ 등 글씨로 효과를 넣어주면 된다. 하지만 만화와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연구해야 했다. 이에 대해 박정률 무술감독은 “한컷의 액션 신을 틀어놓고 관객 100명이 본다고 쳤을때 100명 다 틀린 상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각자만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술감독의 역할이다”며 “물론, 찍기 전 ‘그 만화속에 추상적 그림의 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등 질문도 많이 받았다. 더구나 이번 작은 15세 등급으로 표현력 제한의 어려움도 뒤따랐다. 하지만 북한에서 쓰는 격술을 참고로 해서 시시하지도 않고 너무 잔인하지도 않은 강렬한 신을 만들게 됐다. 배우들도 아주 멋지게 잘 소화해줘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작에서 김수현은 대역을 쓰지 않았다. 다른 연기는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지만 어떠한 위험도 감수해야하는 액션연기 만큼은 그 어떤 배우에게도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박정률 무술감독은 “어느날 김수현 배우가 체육관에 와서 함께 족구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발목에 통증이 있다’며 약한 척(?)을 하더니 막상 시작되니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매달렸다”며 “이때 배우 김수현에 대해 두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좋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승부욕과 근성이 정말 장난 아니라는 것이었다. 요즘의 관객들은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신을 보면 스턴트맨이 하는 것인지 배우가 하는 것인지를 높은확률로 파악한다. 관객들에게 최고의 생동감을 전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결국엔 배우 김수현이 최고의 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주고 싶었고 ‘직접 연기를 할 것을 제안’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까지 촬영을 하며 한 겨울에 비를 맞으며 찍는 날이 많았다”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격투 신은 전부 비를 맞으며 싸우는 장면이다. 어느날은 30시간이 넘게 비를 맞으며 촬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성과물을 놓고 돌이켜 보면 너무 웃기기도 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10년 8월 개봉한 영화 ‘아저씨(감독 이정범, 주연 원빈)’는 박정률 무술감독의 이름을 알리게 된 야심작이기도 하다.
‘‘아저씨’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중 어느 작품이 더 마음에 드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선 어느작이 좋다나쁘다 할 것 없이 내게는 다 소중한 작품들이다(웃음)”라며 “차이점이 있다면 단순히 19세 등급(아저씨)과 15세 등급(은밀하게…)의 차이가 있다. 즉 창작과 표현력의 범위가 다른다는건데 15세 등급인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될 수 없었다는 것이 무술감독으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내가 걸어온 인생사, 내가 액션을 하게 된 이유”



박정률 무술감독은 이 바닥에서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스턴트맨이 되기 위해 매일같이 격한 운동으로 몸이 성할 날이 없었고 선배들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전세계 어디에도 내 자식이 ‘스턴트맨’이 된다고 했을때 쉽게 찬성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정률 무술감독은 당당하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스스로 이 험난한 길을 택했다.
그는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액션계에 뛰어든 것일까?


유난히 운동을 좋아했던 박정률 무술감독은 초등학교때 축구선수를 지냈다. 이어 중학교 진학후에는 바로 합기도를 시작했다. 남 다르게 홍콩액션영화에 푹 빠졌던 그는 하루 중 무술과 운동으로 5시간 이상 땀을 빼야 직성이 풀렸다. 그는 유도, 복싱, 기계체조,우슈, MMA(종합격투기) 등도 병행하며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운동은 거의 다 마스터했다.

하루에 1편 이상의 성룡, 이소룡, 원표, 홍금보 등이 등장하는 액션영화와 무협만화도 즐겼다.
그렇게 하루도 거르지 않던 그에게 어느덧 고등학교 졸업시기가 왔다.

“그때쯤 되니까 되게 심심하더라구요. 대학 간 애들 군대 간 애들, 그럼 난 뭘 해야 되지? 아버지는 대학을 가라고 하시고, 아버지와 담을 쌓고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 밖으로 평생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어요(웃음)”라며 박정률 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평생 밖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가 몇일쯤 지났을까… 꾀죄죄한 모습으로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됐다. ‘많이 심심했겠다’라며 아버지의 권유로 앉아서 드라마까지 함께 보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컷의 액션 신을 보게됐다. 그는 그때 ‘웬지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쳤다고 한다.

그는 방안에서 지내는동안 스케치북 등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림마다 쌍절곤과 진검, 샌드백이 곳곳에 있었고 전부 주인공과 악당들이 무술 격투를 벌이는 그림이었다. 수십장을 그렸는데 한장한장 넘기며 보니 마치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고 한다.

속으로 ‘아 이게 내가 갈 길이구나!’를 외친 그는 무작정 거리로 나서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스턴트맨’이라는 단어도 몰랐던 그는 “저기요. 액션이나 무술연기, TV에 나오는 그런거를 좀 하고싶은데 하려면 어디로 가야하죠?”라고 물어댔다. 당시에는 인터넷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상세히 알려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TV에 나오는 그런걸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됐다.
그곳은 바로 ‘종로 YMCA’다. 체조, 유도, 리듬체조, 연극, 뮤지컬, 스턴트연기 등 액션영화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들은 다 모여 있었다.
그는 그날부로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렇게 꿈을 키워나갔다.

 



‘재밌게 살자’라는 좌우명을 가진 그는 오늘도 배우들에게 자신의 철학이 담긴 열성의 지도를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목표는 간단해요. 우선 안 해봤던 장르나 다른 형태의 액션을 해볼 생각이구요.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토종액션을 헐리우드에 보여주고 평가도 받아보고 싶어요. 한국의 액션이 빛을 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라며 포부를 밝히고 말을 마쳤다.

 





이번 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 장르가 액션이었던 것 만큼 말 그대로 액션을 담당한 사람들의 실제 부담은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최고 액션 스턴트팀으로 군림하는 ‘熱血男兒(열혈남아)’의 박정률 무술감독은 남달랐다.
앞만보고 달린 20년이란 세월은 결코 그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박정률 무술감독(스턴트팀 熱血男兒)

·1974년 4월 5일 출생
·2010 제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각효과상
·2010 제31회 청룡 영화제 기술상
주요작품: 은밀하게 위대하게, 아저씨, 광해, 늑대소년, 사생결단, 하울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