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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Shot] 정찬수 변호사와 함께 하는 골프관련 법상식 1

골프공에 맞는 건 운명이 아니라 날벼락이오!

[Low Shot] 정찬수 변호사와 함께 하는 골프관련 법상식 1







골프공에 맞는 건 운명이 아니라 날벼락이오!

골프 초보자가 한 순간에 가해자로
하지만 책임이 전부 골프 초보자에게만 있지 않았는데...


쾅! 골프장에 갔던 강태구 씨(가명, 40세)에게 벼락이 내리쳤다. 위에서 친 게 아니라 옆에서 쳤다. 함께 라운드를 했던 지인 김부정 씨(가명, 40세)가 친 골프공이 강태구 씨의 얼굴 쪽으로 날아간 것이다. 불행하게도 골프공은 강태구 씨의 오른쪽 눈을 강타했고, 병원 검사 결과 유리체 출혈과 수정체 탈구라는 진단을 받았다. 강태구 씨는 실명 위기를 맞았고, 함께 있던 가족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애석하게도 김부정 씨는 골프 초보자였다. 오랜만에 골프장을 찾아 마음껏 골프채를 휘두른 김부정 씨는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혼란에 빠졌다. 


푸르른 5월이었다. 강태구 씨는 가족들을 데리고 지인 김부정 씨 가족과 함께 골프 게임을 즐기러 강원도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 그곳은 공군이 운영하는 체력단련장이라 일반인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강태구 씨와 김부정 씨는 가족 나들이로 골프장을 택했다.  

“아빠, 날씨도 좋고, 골프장이 엄청 크고 예뻐.”
“아빠도 오랜만에 민정이랑 엄마랑 골프장 오니까 기분 좋다. 당신도 그렇지 않아?”
“이따가 방심하지 마세요. 김 사장님이 요즘 실력이 부쩍 느셨어요.”

옆에서 걷던 김부정 씨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 아직도 100타가 넘는다고요. 필드는 연습장이나 실내 골프장하고는 차원이 다른 걸요.”
“민정 엄마, 이 사람 매일 집에서 거울보고 폼 잡아도 실전에는 정말...”

김부정 씨가 발걸음을 멈추고 골프채를 크게 휘둘렀다. 피니시 동작에서 김부정 씨는 스텝이 꼬여 휘청거렸다. 
‘하, 하, 하’
이를 본 가족들은 일제히 웃었다. 동행한 캐디 2명도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은 전반전을 시작하기 위해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모였다. 
“자, 시작해 볼까?”
김부정 씨는 들떴다. 티를 꽂고 골프공을 올렸다.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김부정 씨가 먼저 플레이다. 
“어! 김 사장. 배꼽 나왔어.”
김부정 씨가 출발선보다 더 앞으로 나와 티샷을 치려고 하자, 강태구 씨가 지적을 했다.
“뒤로 더 들어가셔야지.”
“아,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김부정 씨가 출발선 뒤로 좀 더 들어갔다. 주춤주춤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골프공을 향했다. 이윽고 멀리 꽂힌 깃대를 노려봤다. ‘딱!’ 김부정 씨가 친 공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와! 나이스 샷.”
김부정 씨의 딸이 환호성을 쳤다. 오랜만에 친 티샷 치곤 거리가 괜찮게 날아갔다. 하지만 공은 왼쪽으로 휘어져 가더니 풀이 우거진 러프로 떨어졌다. 

“공이 비탈에 떨어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안 풀리는 군.”

곧 강태구 씨의 드라이브 샷이 이어졌다. ‘딱!’ 방향과 거리가 적당했다. 볼은 페어웨이에 떨어져 다음 샷을 치기 좋았다. 
“당신은 언제나 저렇게 안정적으로 칠 수 있겠어요?”
“너무 그러지 마. 조금만 더 연습하면 할 수 있어. 필드에 자주 나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김부정 씨 부부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일행 모두 러프에 도착했다. 김부정 씨가 친 공은 풀이 무성한 러프에 있었다. 하지만 공을 구출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어렵진 않겠네. 김 사장 잘 쳐서 그린에 올려보자고.”
“오케이!”

김부정 씨는 골프채를 아이언으로 바꿨다. 얼마 전 새로 산 골프채다. 그는 행운이 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를 악물고 힘껏 쳤다.

“악!”

순간 비명이 들렸고, 피가 튀었다. 민정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여자들도 소리쳤다. 김부정 씨도 놀랐다. 그가 강태구 씨의 얼굴에 골프공을 날린 것이다. 옆에 있던 캐디가 급히 강태구 씨에게 달려들었다. 잔디 위에 쓰러진 강태구 씨는 정신을 잃었다. 혼비백산이었다. 



골프장에서는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골프 초보자는 골프 규칙과 에티켓, 그리고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이용객인 가해자 김부정 씨나 피해자 강태구 씨 모두 부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디가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골프장의 책임이 더 컸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골프장은 공군에서 운영하는 체력단련장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국가가 관리하는 골프장에서 경기를 하던 골프 초보자가 친 공에 그 동료가 맞아 상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시한 겁니다. 국가가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묻게 된 건 경기보조원이 군 골프장에 소속된 직원이었기 때문이지요. 경기보조원은 골프장 이용객이 안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주의를 줘야 했습니다. 그런 책임이 있는 것도 맞고요. 강태구 씨는 김부정 씨가 공을 치는 방향에 서 있었습니다. 샷을 치는 사람 앞 쪽에 서 있는 건 무척 위험해요. 공이 날아오는 방향에 있는 거니까요. 일반적으로 이런 부주의 때문에 골프공에 맞는 사례는 의외로 많습니다. 샷을 하는 사람 뒤쪽에서 관람하는 것이 안전해요. 

이번 사건에서 먼저 짚어야 할 점은 경기보조원의 부주의였습니다. 경기보조원은 골프장 이용객이나 선수들이 경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기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죠. 유명 선수들의 캐디는 그들의 컨디션도 신경 쓰고 국제 경기에서는 통역도 하거든요. 어쨌든 사건 당시 캐디는 강태구 씨에게 ‘타구 방향인 앞쪽에 서 있으면 안 된다’는 안내를 했어야 합니다. 그들은 그런 안내를 하지 않았어요. 더 중요한 점은 경기보조원을 고용한 골프장이 경기보조원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책임이 컸다는 것입니다. 골프공에 맞는 사고는 큰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법원은 강태구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국가가 관리하는 골프장에서 경기를 하던 골프 초보자가 친 공에 그 동료가 맞아 상해를 입은 경우, 이들의 경기를 보조하던 경기보조원들로서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공이 놓인 선상보다 앞서 나가 있지 않도록 주의를 주거나 그로 하여금 그보다 뒤쪽으로 이동하도록 요구하여 위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미리 방지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으므로, 국가는 경기보조원들의 사용자로서 가해자와 함께 위 사고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단, 피해자도 골프 초보자와 함께 경기하면서 골프공이 날아오는 방향에 있었던 부주의가 인정돼 손해배상의 범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가해자 김부정 씨와 공군 골프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피해자 강태구 씨에게 연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강태구 씨의 과실도 40% 인정됐습니다. 피해자 강태구 씨는 가해자 김부정 씨가 골프초보자니까 통상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갈 수 있다는 예상을 했어야 했습니다. 공이 놓인 선상보다 앞에 있지도 않아야 했고요. 또한 공의 진로도 예의주시했어야 했는데 이를 모두 소홀히 한 겁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이미 지불한 기왕 치료비 및 향후 치료비, 입원 치료기간 일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실소득, 우안 시력저하 및 시야감소로 노동능력이 24% 감소되는 영구장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노동능력상실률 24%에 따른 일실소득 및 위자료가 해당됩니다.

Q. 그러면 변호사님... 사설 골프장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면 골프장에게 책임이 있는 건가요? 

군 골프장에서 캐디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건, 사설골프장에서 캐디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건 골프 경기에서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캐디는 골프장의 피용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사설 골프장도 경기보조원인 캐디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와 동일하게 사용자책임을 부담합니다.



정찬수 변호사 약력

사법시험 30회 합격 
사법연수원 20기 수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역임
골프회원권반환소송 카페(http://cafe.naver.com/golflawyer) 운영
현 법무법인 민우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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