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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풋내기 전국구 등극한 사연, 꿈나무 하지민

 
INTERVIEW / Ha Ji Min 

2년차 풋내기 전국구 등극한 사연, 꿈나무 하지민  
‘진심을 담아 즐기기 때문이죠’





골프 뿐 아닌 모든 스포츠에 있어 천재다 아니다를 선정하는 기준은 애매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이틀을 가지고 특정인을 평하곤 한다. ‘최연소 우승’, ‘최연소 합격’ 등 눈으로 보이는 기록들 말이다. 여기에 골프입문 2년만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한국초등골프연맹회장배 전국골프대회’를 제패한 한 선수가 주목 된다. ‘비결은 오로지 진실 된 골프 사랑’이라는 하지민(태봉초교 5년)을 만나 보자.   
인터뷰 심용욱 기자 shimyongwook@naver.com / 장소협조 도봉스카이돔
(본 인터뷰는 2014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로리 매킬로이, 타이거 우즈, 노승열, 유소연, 김효주… 국적을 불문하고 골프계를 주름잡는 수 많은 선수들, 이들은 하루아침에 스타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골프 꿈나무 시절, 기초공사부터 튼실히 체계적으로 기반을 다져 온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늦깍이 골프’의 대명사 양용은 등 예외는 많지만, 어차피 골프의 길로 들어설 운명이라면 일찍 입문하는게 유리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입문 2년만에 전국대회를 제패하며 수면위로 떠오른 태봉초교 하지민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운이 아닌 실력으로 말이다. 기이학적인 천재 감각은 없어 보였다. 구매한지 1년도 안 된 새 아이언 클럽에 코팅된 숫자가 닳아 없어진 썰렁한 헤드만이 그를 대변했을 뿐.   


▲ 하지민 선수의 아이언은 구입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겨진 숫자가 벗겨져 버렸다. 왜 그런 것일까? 



골프에 있어 ‘물불’ 안가려  
골프는 누가 일찍 시작했냐는 중요치 않다. 그저 묵묵히 실력향상을 위해 정진할 뿐이다. 그러다보면 또 언젠가 특정 지점에서 맞닥드리게 되고 그들은 진검승부를 펼친다. 승패가 중요한 자리든 아니든 패자는 또 다시 그와 겨루기 위해 노력을 거듭한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스스로의 희망으로 골프를 시작했다는 포천힐스아카데미 소속의 하지민(스승 이길희)은 의지로 똘똘 뭉친 다부진 성격의 소유자다.
운동을 지원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말을 단 한번도 거스린 적 없는 효자지만 골프에 있어서는 불 같은 성격을 드러낸다. 안좋게 말하자면 조금 버릇이 없다 볼 수 있는 것이고 좋게 표현하면 골프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지민이도 아직 초등학생인 만큼 잘못한 일이 있으면 벌을 받곤 한다. 하지만 지민이의 벌은 약간 독특하다. 그것은 바로 ‘골프연습’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에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하호제 씨는 “(지민이가) 말을 안 듣다가도 ‘연습장 가지마라’는 불호령이 떨어지면 꼼짝없이 말을 따르곤 합니다. 남들이 듣기엔 재밌는 이야기지만, 지민이는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죠(웃음)”라며 “처음 골프를 해보고 싶다 했을때 ‘호기심으로 시작한 골프, 얼마 못가 그만 두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예 평생 업으로 삼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가 초심을 잃지 않은채 자발적으로 말이죠”라고 설명했다. 
연습을 하지 못하게 하는게 벌이라니… 이런 모습들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골프를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골프와 우정, ‘잘 조율할게요’
지민이는 학교수업과 연습장을 병행한다. 운동 스케줄상 전교시를 다 마치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나름 제법 학업에 대한 욕심도 있는 것 같다. 이에 지민이는 “골프가 너무 좋아 ‘하루종일 연습장과 필드에만 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 들 때도 많지만, 멀리 내다 봤을땐 학교란 반드시 나가야 하는거라 생각해요. 공부도 문제지만, 그보다 친구들과의 시간도 소중하니깐요. 운동하기전 친했던 친구들과도 지금은 연락이 뜨문뜨문해져서 조금 서운하기도 합니다”라며 우울해 했다. 
이는 아버지의 고민으로도 이어졌다. 이를 위해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두번은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놀라 배려한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민이는 연습에 몰두한다. 아무래도 골프실력이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인 것 같았다.    
“처음 운동을 시킬때부터 우려했던 일이에요. 지민이도 본래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운동선수면 선수답게 정진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놔야 한다 생각합니다. 함께 운동하는 동기·동생·형들도 있지만 지민이가 커서 동창회에 나가 보게 될 친구들도 중요하단 거죠”
이에 지민이는 달라지려고 한다.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란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에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기 보단 운동과 학업, 그리고 우정까지를 잘 조율 해야겠다’는 맘을 먹는 듯 했다.  


▲ 하지민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성숙미가 넘쳤지만 아버지와 있으니 영락없는 개구쟁이로 돌변한다.



상승세 정점 겪었으니, ‘이번엔 릴렉스’
언급했듯 지민이는 진심을 다해 실천하는 노력파다. 그가 입문 2년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일은 부모님은 물론, 주최사인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등 단체를 감탄시키기 충분했다. 우승이 터진 뒤로는 준우승 한번을 포함해 벌써 톱10안에 수차례 진입하는 등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에 초등골프연맹 김칠수 사무국장은 “하지민 선수는 나이답지 않게 형성된 자기조절력과 회복탄련성이 우수한 선수라고 볼 수 있겠어요. 한마디로 성취력이 강한 선수”라며 “대개 다른 선수들은 (골프에 대한) 꿈을 스스로 꾸지 않고 부모가 대신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핵심은 자율성과 집념에 있는 만큼 하지민 선수의 태도에서도 이런게 보인다면 큰 기대를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입문 2년차였던 그가 혜성같이 나타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국초등골프연맹회장배 전국골프대회’는 우승 할 경우 대한골프협회 국가대표·상비군 선발 포인트가 무려 100점이 지급되는 대회다. 하지만 초등부 상비군은 5학년부터 지원 자격을 주기 때문에 당시 4학년이었던 지민이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낳았다. 
이에 아버지는 (지민이가) 남은 5학년 기간을 운동 성적에 매진하는데 쏟기 보단 여유를 갖고 어느정도 기반을 다스리며 뒤를 돌아보는 재정비 시즌을 갖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눈 앞의 목표는 지민이가 6학년이 되고 전국적으로 남·여 각 3명씩 선발하는 주니어국가상비군에 발탁 되게 하는 겁니다. 그곳에서 더 큰 대회 등 좋은 경험을 쌓게 하고 싶어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가 더 튼튼해야 겠지요. 무조건 앞만 보고 앞서 가려고 하는건 언젠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함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되어 돌아올 거라 봅니다”






지민이도 이에 묵묵하기만 할 뿐이다. 아버지의 뜻에 매우 공감하는 듯 했다. 
“저는 로리 매킬로이를 좋아해요. 약 2년여 동안이나 입상도 못하고 컷오프 탈락하는 등 망신만을 당했지만, 급하게 생각치 않고 되려 다시 되돌아간단 기분으로 여유를 가지고 임하니 다시 올라서쟎아요”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초등학생 골프선수 하지민, 그에겐 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환경에 여의치 않고 한발한발 올라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의지로 불타오르는 저 눈동자가 오랜 후 반드시 큰 빛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