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효도하겠다는 의지로 힘든 순간을 이겨냈다.
2002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주희정은 늘 할머니와 함께 뛰었다. 경기 전 늘 할머니에게 "오늘도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주희정은 프로에서만 20시즌을 뛴 뒤 은퇴를 선언했다.
KBL 최고의 가드로 성장한 최고의 손자였지만, 늘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었다.
주희정은 18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정말 어렵고, 아프신 가운데 손자 하나 잘 키우기 위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효도다운 효도를 못해드린 것 같아 죽을 때까지 가슴이 아플 것 같다"면서 "할머니를 늘 생각한다. 매 경기 마음 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빌었다. 잘 해드린 게 없는데 마음 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빈 것 자체도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늘 보고 싶다. 이제는 할머니 얼굴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매일 보고 싶고, 매 경기 기도를 했다"면서 "전생이 있다면 나중에도도 내가 못다한 것을 해드리고 싶다. 나중에 할머니 곁으로 같다면 그 때 정말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희정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해 결혼식을 올렸다. 3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키우는 가장이 됐다. 가족들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 주희정의 버팀목이 됐다.
주희정은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사실 주희정은 2016-2017시즌정규리그 종료 후 첫째와 둘째에게 약속을 했다. 아이들은 "1년 만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안 되겠다"고 물었고, 주희정은 "꼭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눈물이었다.
주희정은 "정규리그가 끝난 다음에 약속을 한 게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가장 가슴이 아프다"면서 "1년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안 되겠댜고 물어서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지켜주지 못해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제 주희정은 잠시 평범한 가장으로, 또 아빠로 돌아간다. 본격적인 지도자 준비 전까지 주희정의 역할이다. 아내도 "수고했다. 오빠는 조금 쉬어도 될 사람"이라고 어깨를 다독였다.
주희정은 "당장 변하는 것은 없다. 시즌 종료 후처럼 아이들 학교를 데려다는 평범한 가장, 아빠처럼 지낼 것 같다. 놀이터도 가고, 놀러다니면서 지낼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 아빠는 똑같다. 한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로 어깨가 무겁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쉬면서 앞으로 미래를 설계하겠다. 지도자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아이들과 원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