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그를 보면 세 번은 놀란다. 보디빌더같은 외모에 놀라고, 탁월한 골프장 경영에 놀라고, 드라이버 장타력에 또다시 놀란다.
UDT(해군 특수전전단(特殊戰戰團, Naval Special Warfare Flotilla) 출신의 ‘외유내강’형이다. 스포츠맨을 연상케 하지만 섬세하다. 디테일에 강하다. 이 때문일까. 골프장 CEO로 골프장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예비역 해군 준장 이재은(59) 동여주 컨트리클럽 사장이다. 동여주CC를 정확히 말하면 동여주체력단련장이다. 동이 트기 전부터 코스를 돌아보며 티박스, 페어웨이, 그린 등 코스 상태를 점검하는 그를 만났다.
Q: 골프장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골프장은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골프장과 달리 군인들을 위한 체력단련장입니다. 군인이 회원인 셈이죠. 하지만 수익을 내야 골프장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경영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계획에 따라 이뤄지죠. 골프장의 중요한 자산은 무엇보다 고객입니다. 홀당 입장객 수에 따라 손익이 갈리기 때문에 고객 한 분, 한 분이 우리 골프장을 살리는 원천이라고 보면 됩니다.”
Q: 그러면 고객을 위한 가치경영을 한다고 보면 될까요?
“물론입니다. 고객의 가치를 중심으로 경영 활동과 의사결정을 하죠.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서 신규로 유입되는 고객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익은 물론 골프장의 품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단 고객뿐만 아니라 우리 골프장에 근무하는 임직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임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즐겁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원팀(One Team)으로 움직이죠. 어느 특정 부서가 아닌 캐디, 코스 관리, 운영지원, 식당, 골프숍 등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각자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할 때 고객과 임직원이 함께 기쁨을 창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고객 감동’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시발점이 된다는 얘깁니다.”
이재은 사장은 조금 특별하다. 아마도 국내 골프장 CEO 중 잠수함 함장에다 UDT 출신의 대표는 처음이 아닌가. 지옥훈련을 하다가 90% 이상 포기한다는 UDT 훈련 과정은 평범한 일반인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UDT 14기는 125명 중 단 7명만이 수료했다. 지옥주(Hell Week)는 미국 해군 NCDU의 선발훈련 중 극한의 1주일 교육으로 악명높다. 이는 현재 네이비 씰(Navy SEAL)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유명하다. 이 지옥주 과정은 NCDU가 해체되고 부대원들이 미국 해군 UDT로 편입됨에 따라 UDT로 전수됐고, UDT의 후신인 Navy SEAL의 BUD/S 교육에도 핵심 과정으로 쭉 이어져서 오늘날까지 계속된다.
Q: UDT를 지원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졸업 시 해군이나 해병대를 선택합니다. 해군을 선택하면 1년간 함정을 의무적으로 탑니다. 항해병과 이면서도 특수전에 관심이 있어 UDT에 도전한 것이죠. 평균 UDT 훈련 수료율이 40% 정도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특수부대란 매력이 더 크기에 도전했습니다. 6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은 지금 생각해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특히, 지옥주 훈련은 1주일간 잠을 재우지 않습니다. 육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겁니다. 1주일 훈련 중 퇴교자가 90%에 이릅니다. UDT 훈련을 수료하고 바로 육군 특전사에 들어가 공수 기본교육을 한 달간 받고, 해중 침투 전문지역대에 배치받아 '사자(獅子)' 기본교육을 1기로 수료했습니다. 사자는 SDV(Swimmer 또는 SEAL Delivery Vehicle)의 익명으로 소형잠수함에 부착해 이동 후 특수전 요원들이 잠수함에서 나와 침투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를 말합니다. 이때부터 별명이 ‘사자(獅子)’가 되었죠, 지금도 저를 잘 아는 동기생이나 선후배들은 저를 사자라고 부릅니다.”
이 때문일까. 그의 이메일 주소도 유디티라이온(udtlion)이다. 침투정 익명이 사자이고 사자처럼 용맹하며, 의리 있고 수염을 깎지 않으면 수사자의 갈기처럼 자라서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그는 특수전전단에서도 근무했다. 함정 근무 제의를 받아 당시 최신예 전투함인 울산함으로 전출 갔다. 울산함 근무 중 잠수함 승조원 모집 공문이 시달됐다. 국내에 최초로 잠수함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지원자가 없었다. 재공고 공문이 전달됐다. 이때 그는 생각했다. ‘왜 지원을 안 할까?’하고. 궁금해서 공문을 들고 동기생들을 찾아갔다. 동기생은 전 세계적으로 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한 척 이상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 힘든데 뭐 하러 지원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UDT 훈련도 받았는데 ‘사나이 한번 죽지, 두 번 죽느냐?’며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이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잠수함 기본과정 1기로 지원해 수료 후 잠수함에 승조 하고, 소령 때 돌고래급 함장, 중령 때 209급 잠수함 함장, 대령 때 214급 잠수함 함장을 거쳤다. 잠수함 장교 중 소령·중령·대령 때 모두 함장을 한 사람은 2명 있는데, 그가 그중 한 명이다. 209급·214급 잠수함 함장시 최우수 잠수함의 영예도 획득했다.
Q: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인가요?
“2000년 해군전투발전단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그곳 실내에서 골프 연습을 시작했죠. 1988년 해사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해서 야전 생활을 했습니다. 소령 진급 후 계룡대에 있는 전발단에서 근무도 했습니다. 당시 군에서는 테니스가 대세였으나 골프로 이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죠. 골프는 고위급 장교들만의 운동이라 생각해서 중령 이하 장교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2001년 10월 실내 연습만 했죠. 사관학교 동기생이 남수원체력단련장에서 현역의 날은 일찍 가서 도착순으로 줄 서면, 운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부랴부랴 골프용품을 준비했지요. 새벽에 출발해 얼떨결에 처음으로 라운드를 뛰었습니다. 넓고 푸른 잔디와 멀리 보이는 누렇게 무르익은 가을 들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사실 그는 ‘골프매니아’다. 그에게 골프는 ‘인생’이다. 이유가 뭘까. 연습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골프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없으면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없듯이 인생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23번 라운드를 뛰었고, 연속해서 11일 동안 코스에 나갈 정도로 골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골프장에서 골프하다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골프를 사랑하기에 고객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한다. 골프장 CEO로 준비된 선수라는 얘기다. 그는 드라이버가 장기다. 시원하게 멀리 때린다. 살살 쳐도 280야드 이상 날아간다.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도 한 해에 두 번이나 했다. 2019년 7월 진해체력단련장 17번 홀과 10월 밀양CC 4번 홀이다. 잊지 못할 골프 기억도 있다. 2018년 7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18년 7월 30일에 의성 엠스클럽에서 열린 철인골프대회에 출전해 64홀을 돌았다. 베스트 스코어는 구룡대체력단련장에서 친 76타다.
Q: 골프를 좋아하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되었습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저도 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업무를 하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하죠. 이는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힘을 발휘할 수가 없죠. 그런데 자신이 애착을 갖고 있는 업무에 종사한다면 전문성과 함께 동시에 행복도 얻지 않을까요. 전문지식은 확고한 골프장 경영을 위한 실천적인 행동계획을 통해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들고 합리적인 경영을 해나갈 수 있죠.”
Q: 골프장 경영이 어렵지 않았나요?
“준비는 많이 했지만 쉽지 않았죠. 물론 조직 관리를 비롯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군에서도 모두 익혀 어려움이 없었지만 코스관리 및 고객 서비스가 쉽지 않았죠. 아무래도 군문화와 다른 점이 많았거든요. 골프장과 군생활이 닮은 점도 있죠. 체력과 정신력으로 중무장해야하고, 동반자와 전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규칙과 예절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점은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는 취미나 운동으로 선택적으로 할 수 있지만 군생활은 의무나 직업적이며 강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죠. 골프장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지만, 군생활은 직급이나 계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골프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인 반면 군생활은 엄격하다는 것이죠.”
Q: 코스 관리에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잔디죠. 특히, 여름철 코스 관리는 ‘풀과의 전쟁’입니다. 이 때문에 종종 어머니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머니께서 ‘풀은 잠도 안 자고 자란다’고 하셨죠. 아마도 잔디가 왕성하게 자라고 비록 말은 못 하지만 생명력이 길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끼고 잘 보살피지 않으면 잔디도 아프고 고통을 느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골프장도 하나의 생명체겠죠. 생명체를 관리한다는 것은 골프장 경영을 위한 특별하고, 새로운 작업인 셈이죠. 골프장 운영을 하면서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어머니 말씀에 실감합니다. 꼭두새벽부터 그린의 잔디를 깎고, 페어웨이 잔디를 깎고, 법사면 잔디를 깎고, 잡초 제거를 합니다. 하루 종일 해도 시간이 모자라죠. 물론 첨단 기계가 도입돼 조금 수월해 졌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30만 평을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골프로 인한 행복과 만족을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보다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
Q: 코스 외에 골프장 운영을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계획과 조직화, 그리고 지휘, 통제가 필요합니다. 군 조직 같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지만 우리 골프장은 일반 고객들도 플레이하기 때문에 관리 면에서 조금 다릅니다. 계획은 골프장의 미래를 예측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전략과 전술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틈틈이 골프장의 현재와 미래환경을 분석하고 예측을 해보죠. 예상되는 조직화는 리스크관리에도 신경을 씁니다. 조직화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작동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이익을 확보하면서 고객의 만족을 위하는 골프장이 되기 위한 것이죠. 지휘는 비전을 수립하는 한편, 조직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커뮤니케이션, 훈련 등을 통해 의욕을 고취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끝으로 통제는 올 한해 골프장이 수립한 목표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임직원들의 성공에 대해서는 보상하고, 실패하면 바로 잡아야 하죠. 이는 모든 부서에 동일 적용합니다. 코스관리부를 비롯해 운영지원부, 캐디, 식당, 프로숍 등 모든 부서가 조화를 이뤄 ‘원팀’이 돼야 가능합니다. 임직원과 캐디가 고객에 대한 작은 언행 하나하나가, 코스관리부 직원의 빈틈없는 잔디 관리가 골프장의 품격이라 생각하죠. 부서 간 단합과 융합이 중요합니다.”
이 덕분일까. 동여주CC는 최근 국군복지단에서 경영실적 분석한 것을 보면 영업 이익율을 대폭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은 사장의 디테일 경영과 성실, 그리고 뚝심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향후 골프장이 생존에 대해서 그는 “골프장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접근성, 비용, 코스, 편의시설, 서비스 등이 있다”면서 “또한, 단순히 체육시설이 아니라 관광·레저·숙박·웨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시설로 발전 및 차별화 전략 필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골프장업계는 골프장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그린피 등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환경친화적인 골프장 운영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Q: 동여주CC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요?
“동여주CC는 군체력단련장으로써 군 골프장 특성상 회원복지 수혜와 이윤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캐디와 노 캐디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이 비회원을 동반 시 20% 그린피(카트비 포함) 할인 병역의무를 다한 고객에게는 10%의 그린피(카트비 포함) 할인 혜택을 주고 있죠.”
세계적인 골프선수이자 골프 코스 설계가인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동여주CC는 마운틴 코스와 레이크 코스로 파72, 전장 6209m이다. 군 골프장이지만 공략이 쉽지 않게 설계하는 니클라우스의 디자인 특성상 나름대로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홀을 공략해야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는 골프 코스다.
그는 학구열도 넘친다. 전문 서적을 안고 살며 다독한다. 한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해양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충남대 정책전문가 합동 고급과정, 국방대학교 고위정책결정자 과정을 수료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해양기술연구원도 지냈다.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는 태릉 등 군 골프장 35곳 모두 라운드하는 것. 지금까지 31곳을 돌았다. 나머지도 조만간 플레이할 계획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원한 몸 다듬기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아침 출근 전 1시간씩 헬스를 한다. 1995년 경남도민체전에 보디빌딩 미들급 진해시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UDT 훈련보다 골프장 경영이 더 쉽지 않다는 이재은 사장은 임기를 마치면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의 CEO가 꿈이다. 그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