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의 그린 주변 벙커. 공은 모래 위에 멈춰 있었고, 우승의 무게는 형의 손끝에 놓여 있었다. 맷 피츠패트릭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계랭킹 3위의 샷은 핀 옆에 부드럽게 멈췄고, 남은 거리는 사실상 한 발짝이었다. 동생 알렉스 피츠패트릭이 퍼터를 들었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버디 퍼트. 공이 홀 안으로 사라지는 순간, 형제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잉글랜드의 피츠패트릭 형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유일의 정규 팀 대회인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맷과 알렉스는 27일 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 TPC 루이지애나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포섬 방식, 즉 한 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경기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는 31언더파 257타. 알렉스 스몰리-헤이든 스프링어 조, 크리스토페르 레이탄-크리스 벤투라 조를 한 타 차로 따돌린 극적인 우승이었다. Golf Channel은 피츠패트릭 형제가 최종 합계 3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맷의 벙커샷이 알렉스의 우승 퍼트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우승은 맷에게는 또 하나의 확인서였다. 그는 한 주 전 RBC 헤리티지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를 플레이오프 끝에 꺾었다. The Guardian에 따르면 맷은 RBC 헤리티지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셰플러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어 취리히 클래식까지 제패하면서 2주 연속 PGA 투어 우승이라는 뜨거운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루이지애나의 이야기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동생 알렉스에게 있었다. DP월드투어를 주 무대로 뛰어온 알렉스에게 이번 우승은 PGA 투어 첫 승이자 커리어의 문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Golf Channel은 알렉스가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2년 우승자 출전권을 얻었고, PGA 챔피언십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주요 대회 출전 기회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SB Nation 역시 맷이 동생의 PGA 투어 카드와 2년 출전권 확보를 도운 “꿈 같은 일요일”이라고 표현했다.
피츠패트릭 형제의 우승은 숫자로도 컸다. 올해 취리히 클래식 총상금은 950만 달러였고, 우승팀 두 선수는 각각 137만2천750달러를 받았다. 둘의 합산 우승 상금은 274만5천500달러다. SI는 2026년 취리히 클래식 우승 상금이 선수 1인당 137만2천750달러라고 정리했다.
승부는 순탄하게 끝나지 않았다. 피츠패트릭 형제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12번 홀에서 균열이 났다. 맷의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향했고, 알렉스의 다음 샷은 나무를 맞고 튀어나왔다. 결국 더블보기. 14번 홀에서도 보기가 나오며 여유 있던 리드는 사라졌다. Golf Channel은 12번 홀 더블보기와 14번 홀 보기로 형제의 선두가 공동 선두까지 좁혀졌다고 전했다.
그때 남은 것은 기술보다 믿음이었다. 동생은 형이 돌아올 것이라 믿었고, 형은 동생에게 마지막 퍼트를 남겨주었다. 18번 홀 파5. 맷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지켰지만, 알렉스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다시 위기였다. 그러나 맷은 35야드 벙커샷을 핀 바로 옆에 붙였다. 알렉스는 떨리는 손으로 퍼트를 마무리했다. 형제가 어릴 적 상상했을 법한 장면이 PGA 투어 우승의 실제 장면이 됐다.
형 맷에게 이번 우승은 강자의 연속 질주였다. 동생 알렉스에게는 자신의 이름으로 PGA 투어에 들어서는 통과의례였다. 그리고 둘에게는, 한 명이 아니라 둘이 함께 완성한 커리어의 한 페이지였다. 형의 그림자에 머무는 대신, 알렉스는 형과 같은 그린 위에서 자신의 첫 PGA 투어 우승을 만들었다. 맷은 또 한 번 우승했지만, 이번만큼은 트로피보다 동생의 포옹이 더 오래 남을 장면이었다.

취리히 클래식의 마지막 홀에서 공은 30㎝ 옆에 멈췄다. 하지만 그 짧은 거리는 알렉스 피츠패트릭이 PGA 투어로 넘어가는 가장 긴 다리였다. 형이 놓은 길 위에서, 동생이 마침표를 찍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