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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감성 따라, 담양의 여름… 음악과 풍경 속으로 스며들다

- 영화음악 시네콘서트부터 창평 남극루까지, 담양이 품은 예술의 온기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담양군이 여름을 맞아 깊은 감성의 무대를 준비했다. 플레이리스트 한 곡처럼 쉽게 지나치는 공연이나 여행지가 아니다. 음악과 영상, 건축과 풍경이 하나의 예술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재단이 기획한 ‘시네콘서트’와 창평 남극루의 고요한 풍경은,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을 선사한다.

 

(재)담양군문화재단은 오는 6월 13일과 14일 담빛예술창고에서 영화와 음악이 결합된 ‘시네콘서트’를 선보인다.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가 흐르고, 그 장면에 맞춰 전문 연주자들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지는 이 공연은 감상 그 이상의 ‘현장감 있는 몰입’을 전달한다.

 

첫날에는 고전 명작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된다. 영화의 대표 OST ‘오버 더 레인보우’를 포함해 ‘가시리’, ‘꽃타령’ 등 전통 정서를 품은 곡들을 재즈로 재해석한 무대가 이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재즈보컬 부문 수상자인 남예지가 이끄는 ‘남예지 Old Songs, 틈’은 익숙한 이야기 위에 낯선 감성을 얹으며 세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다음 날은 음악 영화 '하와이연가'가 상영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서사를 담은 이 작품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소프라노 조수미, 세계적 기타리스트 Keola Beamer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했다. 상영 후에는 이진영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관객과의 깊은 소통을 예고한다.

 

무대 위의 연주도 눈길을 끈다. ‘코리안아츠 금관앙상블’은 디즈니와 지브리 OST를 금관악기로 편곡해 선보이고, ‘코리아챔버앙상블’은 담양의 청소년 현악단 ‘담빛스트링앙상블’과 협연해 영화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와 지역 청소년이 함께 만드는 무대라는 점에서 문화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공연장 밖에도 감성은 이어진다. 양일 오후 3시부터 담빛음악당 일대에서는 먹거리 부스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공연을 보기 전후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충분히 머물며 담양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예약은 6월 10일까지 재단 누리집과 SNS를 통해 접수받는다. 사전예약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돗자리 대여와 수제맥주 등 소소한 선물도 제공된다. 재단은 “이번 프로그램이 일상 속 예술을 가까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청소년과 지역 예술인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만큼, 담양의 문화 자생력을 키우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예술이 무대에만 머무르지 않는 곳이 담양이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창평의 들녘 끝에서 고요한 쉼의 장소 ‘남극루’를 만날 수 있다.

 

1830년대, 지역 유림 고광일 등 30여 명이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로 처음 세운 이 누각은 이후 1919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져 오늘에 이른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장수를 상징하는 별 ‘남극성(노인성)’에서 따온 ‘남극루’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마을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누각은 평지에 세워진 보기 드문 2층 구조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다. 외벌대 기단 위에 다른 구조로 짜인 기둥들과 연등천장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누각에 올라서면 창평 들녘과 멀리 월봉산까지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소란스러운 도시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흙길과 바람, 마을을 에워싼 돌담과 정자나무. 그 풍경은 꾸미지 않아 더 깊다.

 

남극루는 현재 담양군 향토문화유산 제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창평 슬로시티의 느릿한 걸음과도 잘 어울린다.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양로정’이라 부르며, 이 누각을 통해 마을의 정과 안녕을 이어가고 있다.

 

담양의 여름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다. 시네콘서트의 생생한 음악, 창평 남극루의 고요한 풍경. 그 사이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삶이 느려지고 감정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