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이 또다시 강등됐다. 수년째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도 뚜렷한 체질 개선 없이 '시장 영향은 제한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을 두고 건설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2+'에서 'A2'로 한 단계씩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도 잇따라 신용등급을 낮췄다.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은 여전히 위험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PF 우발채무다. 롯데건설은 최근 2년간 보증 규모를 축소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약 2조8000억원)을 훌쩍 웃도는 3조6000억원 규모의 PF 보증을 떠안고 있다. 2022년 말 6조8000억원에 달하던 규모에서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시장에서는 '생색내기' 수준의 감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PF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온 만큼, 부동산 경기 하락 시 연쇄부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PF 자금 조달 구조 특성상 부동산 분양률이 악화되면, 건설사가 사실상 최종 지급 보증자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등급 하향이 유동성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롯데건설 측은 “이미 조정된 등급 기준으로 자금 조달을 진행해 온 만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차입금리 인상, 기관투자자의 투자 기피 가능성 등 현실적인 후폭풍을 감안하면 결코 가벼이 넘길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등급 강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내부 자본력 개선 없이 PF 보증에 의존하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롯데건설은 언제든지 제2의 HDC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