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이제는 통신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다. 송금, 인증, 예약, 구직, 결제까지 스마트폰과 인터넷 연결 없이는 일상이 멈춘다. 통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이며, 곧 주권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국민이 요금 부담으로 통신망에서 배제되고 있다. 요금을 제때 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결이 끊기고, 채권추심이 자동으로 개시되는 현실은 디지털 시대의 빈곤층을 사실상 사회로부터 퇴출시키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통신주권’이라는 개념은 바로 이런 배제의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다. 통신은 국가 인프라이자 공공재다. 전기와 수도처럼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접근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자사 망을 무기 삼아 시장을 독점하고, 요금제 구조를 통해 국민을 통제해왔다. 알뜰폰 사업자는 협력자가 아닌 하청업체로 취급당하며, QoS(속도제어 서비스)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
그 결과는 실적에서 드러난다. 올해 1분기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1조5363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6.2% 증가한 수치다. KT는 7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51.4% 급증하며 3사 중 최대 수익을 올릴 전망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각 5258억원(5.9%), 2433억원(10.1%)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같은 실적 호조를 ‘전방위 비용 감축’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는 총 6조6107억원으로, 전년보다 13.7% 줄었다. 5G 전국망 구축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투자 여력은 줄고, 이익은 커진 것이다. 통신 3사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동안, 요금제 구조는 바뀌지 않았고,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는 최근 ‘전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를 통해 통신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기본 데이터를 다 써도 추가 요금 없이 일정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이다. 데이터 기본권을 제도화하려는 새로운 실험으로, 통신 복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알뜰폰의 5G 종량제 요금은 기본 제공량 초과 시 1MB당 22.53원의 추가요금이 붙는다. ‘1만 원대 20GB 요금제’에 혹해 가입한 소비자들은 데이터를 약간만 초과해도 수십 배 요금폭탄을 맞고 물러선다. 통신 3사는 QoS를 회피하며 알뜰폰의 공공성과 신뢰도를 훼손해왔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세금과 정부의 주파수 정책, 인프라 구축 지원으로 성장한 통신사들이 왜 ‘공공재 위의 군림자’가 되었는가.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도 왜 요금 체계는 시장 논리에만 매몰돼 있는가.
정부는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통신망은 민간 사업의 수단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 기본권의 기반이다. 전기요금에 정부가 개입하듯, 통신요금과 이용 구조에 대한 감시와 조정도 공공의 책무다. 특히 요금을 못 낸 이들이 자동으로 추심 대상이 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통신 끊김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의 고립이자 인권 침해다.
통신 3사는 더 이상 ‘투자 부담’이나 ‘시장 논리’로 공공성을 회피할 수 없다. 독점적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알뜰폰에도 QoS를 전면 적용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데이터 기본권 보장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신주권 시대’의 첫걸음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단 하나다. 경제적 약자가 ‘인터넷 속의 유령’이 되지 않도록 막는 일. 통신망은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망은 국민의 것이며, 통신은 권리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