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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정릉골 재개발 ①] 공가 처리의 민낯…조합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쓰레기 위에 세운 '공가' 확인, 책임은 어디로 갔나
조합 보증으로 열린 LTV 100% 대출의 민낯
공가도 안 됐는데 이주비부터…원칙은 사라졌다
해명은 없고 회피만 남은 구(舊) 조합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이코노미는 서울 정릉골 재개발을 둘러싼 구조적 비리와 책임 회피의 실체를 추적하는 특별기획 ‘겁없는 정릉골 재개발’ 시리즈를 보도한다.

 

공가 처리, 감정평가, 조합 운영 전반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구조와 무책임한 행정은 고스란히 주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서울 전역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병폐다.

 

지이코노미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침묵으로 유지돼 온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해 재개발의 그늘을 끝까지 추적한다.

 

 

지이코노미는 최근 정릉골 재개발 현장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하고 직접 현장을 확인했다. 현장 곳곳에는 쓰레기와 각종 폐기물이 여전히 방치돼 있었고, 일부는 치워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위치만 옮겨진 상태였다. 정상적인 폐기물 처리로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겉으로는 ‘정리된 듯’ 보였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생활 폐기물과 건축 잔재가 뒤섞여 있었고 악취와 훼손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주택들은 이미 ‘공가(空家)’로 처리됐고, 이후 이주비 대출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제보 내용과 현장 상황을 종합하면, 공가 확인이 형식적으로 이뤄졌거나 최소한 부실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릉골 재개발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둘러싸고 조합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 상근 임원들이 특정 인물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사실상 ‘제 식구 챙기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재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공가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들은 단순한 행정 미숙을 넘어, 조합 운영 구조 자체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로 지적된다.

 

■ 공가 처리, ‘정상 절차’였나

 

 

재개발 사업에서 공가 확인은 이주비 대출의 필수 요건이다. 주택이 실제로 비어 있는지, 전기·수도 사용 여부는 중단됐는지, 생활 흔적은 남아 있지 않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정릉골 재개발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일부 주택은 거주 흔적이 남아 있음에도 공가로 처리됐고, 이 과정에서 폐기물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은 채 인근 도로변으로 옮겨지는 수준에 그쳤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즉, 실질적인 정리는 이뤄지지 않은 채 ‘겉모습만 비워진 것처럼’ 만든 뒤 공가 확인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 “조합이 안내한 인물에게 돈을 냈다”…구조화된 의혹

 

문제는 이러한 공가 처리 방식이 일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됐다는 점이다.

 

지이코노미가 확보한 복수의 조합원 증언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은 공가 확인을 위해 조합 측의 안내를 받아 특정 인물(박 모 씨)에게 연락했고, 이 과정에서 10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가량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은 직접 폐기물을 처리해 공가 확인을 받았지만, 약 400여 가구에 달하는 다수의 조합원이 ‘조합이 안내한 인물’을 통해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인물이 조합과 공식 계약을 맺은 업체인지, 단순한 개인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금전이 오갔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조합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공가도 안 됐는데 이주비 대출…조합 보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이코노미 취재 결과, 공가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합의 보증 아래 이주비 대출이 실행된 사례들이 확인됐다.

 

통상 이주비 대출은 주택이 실제로 비워졌다는 공가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 금융기관이 담보 가치를 인정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특히 조합이 보증에 나설 경우, 사실상 LTV 100%에 가까운 대출이 가능해지는 만큼 공가 확인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정릉골 재개발 현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가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조합이 보증에 나서 대출이 실행됐고, 현재까지도 실제 이주가 이뤄지지 않은 채 주택이 유지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곧 공가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조합 보증을 통해 사실상 ‘전액 대출’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조합이 대출 안전장치 역할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조합 대의원이자 선관위 간사를 지낸 박 모 씨(약 4억 원), 올해 1월 조합원 지지로 선출된 신임 조합장을 상대로 선거무효 소송과 두 차례 해임총회를 주도한 강 모 씨(약 1억 원), 조합 사무실에서 고성과 욕설로 물의를 빚은 대의원 이 모 씨(약 4억 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공가 상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주비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이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들 주택은 전기 계량기 차단이나 수도 사용 중단 등 기본적인 ‘빈집 처리’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그럼에도 조합은 해당 보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조합이 전체 조합원의 재산과 안전을 관리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 채, 특정 인물에게만 유리한 구조를 용인하거나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 “쓰레기 처리 대가로 공가 확인?”…의혹의 중심에 선 박 모 씨

 

본지에 내용증명을 보낸 박 모 씨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폐기물·쓰레기 처리와 공가 확인을 연결한 핵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제보자들은 “폐기물이 완전히 처리되지 않았고, 단순 이동에 그쳤다”, “그럼에도 공가 확인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금전이 오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박 씨 측은 현재까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해명은 없고, 압박만 남긴 조합 상근 임원들

 

조합 측은 본지의 질의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고, 잘못을 인정하거나 개선 의지를 밝힌 대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조합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 모 씨, 총무이사 조 모 씨, 관리이사 박 모 씨 등 조합 상근 임원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명확한 해명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발뺌하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공가 처리 과정의 적법성, 이주비 대출 승인 경위, 조합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임원들은 “법적 책임”이나 “민·형사상 대응”을 언급하며 문제 제기 자체를 부담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공공성이 요구되는 재개발 사업의 책임 주체로서 사안의 본질에 답하기보다, 언론 대응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해명이라기보다, 문제 제기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대응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조합 상근 임원들의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관리·감독 책임, 성북구청은 자유로운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조합 내부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공가 확인과 이주비 대출, 조합 보증이 맞물린 구조인 만큼, 관할 행정청인 성북구청의 관리·감독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가 확인 과정에서 불법적인 폐기물 처리나 허위·부실 확인이 있었다면, 이는 도시정비법은 물론 폐기물관리법 위반 소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이코노미는 성북구청에 공가 확인 절차의 적법성, 관리·감독 여부, 조합에 대한 행정 조치 검토 여부 등을 묻는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요청한 시점까지 성북구청으로부터 어떠한 공식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침묵 속에서 조합원들의 피로감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수의 조합원들은 “이제 구청에 민원을 넣는 것조차 지쳤다”, “서울시 감사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감사원 감사 청구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행정기관의 소극적 대응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문제를 바로잡을 마지막 통로는 대통령실이나 감사원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지방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재개발 사업은 민간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기관의 침묵이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 다음 편 예고

 

[겁없는 정릉골 재개발②] 엉터리 감정평가, 새는 조합 자금…‘입 막기’로 덮으려는 조합의 민낯

 

다음 편에서는 정릉골 재개발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감정평가 왜곡 의혹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 자금 유출 구조를 집중 추적한다.

 

지난 12월 27일 본지 취재진이 찾은 정릉골 재개발 현장. 사진= 문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