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담양군에서 벌어진 ‘국제학교’ 논란은 행정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법적으로는 학원에 불과한 교육시설을 두고 행정이 수년 동안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붙여 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시설은 국내법상 학원이다. 학위 인정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담양군은 보도자료와 의회 발언에서 이 시설을 ‘국제학교’ 또는 ‘학교’로 불러왔다. 한 번의 실수라면 설명이 가능하지만, 반복된 공식 표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정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런 표현을 계속 사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더 눈에 띄는 장면은 홍보다. 담양군이 배포한 자료에는 해당 시설의 문의처와 홈페이지, 이메일이 그대로 실렸다. 여기에 “3년간 학비 20% 지원”, “담양군민 우선 선발” 같은 문구까지 붙었다.
지자체 홍보자료에서 특정 교육시설의 학생 모집 안내와 할인 정보가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다. 군청의 공식 채널이 사실상 학생 모집 창구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논란은 의회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정철원 군수는 담양군의회 시정연설에서 해당 시설을 ‘국제학교’라고 언급하며 글로벌 교육 거점을 이야기했다. 행정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미인가 시설을 학교로 부른 것이다.
행정의 언어는 가볍지 않다. 특히 교육 문제에서는 더 그렇다. 행정 책임자의 발언은 주민과 학부모에게 행정이 보증하는 정보처럼 들리기 쉽다.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사람이 군수다.
행정 내부 인식도 허술했다. 담양군 홍보실 관계자는 해당 시설을 국제학교로 알고 있었다며 경기도와 제주 국제학교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들 학교는 국내법에서 특례를 인정받은 인가 교육기관이다. 미인가 학원과는 법적 지위부터 다르다.
행정 조직이 기본적인 구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홍보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인가받지 않은 시설이 의무교육 대상자를 선발해 공교육 시간에 운영되는 것은 공교육 체계를 흔드는 일”이라며 “담양군이 이를 사업 성과처럼 홍보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정철원 군수의 자질 문제까지 거론된다. 미인가 시설을 ‘국제학교’로 부르고 이를 지역 성과처럼 내세운 과정이 행정 판단의 균형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명칭 하나가 아니다.
행정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다.
학원이 학교로 불렸고, 군청 홍보는 학생 모집 안내문처럼 흘러갔으며, 군수의 발언은 그 이미지를 공식처럼 덧칠했다.
그 과정에서 행정의 공신력은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이 사실을 설명하는 자리를 떠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순간, 주민이 믿을 수 있는 마지막 기준도 함께 흔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