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5.0℃
  • 흐림강릉 6.9℃
  • 서울 8.0℃
  • 대전 5.6℃
  • 대구 6.9℃
  • 울산 8.6℃
  • 광주 8.8℃
  • 부산 10.4℃
  • 흐림고창 8.8℃
  • 제주 12.3℃
  • 흐림강화 5.6℃
  • 흐림보은 3.8℃
  • 흐림금산 4.9℃
  • 흐림강진군 10.0℃
  • 흐림경주시 5.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중동 리스크에 얼어붙은 외화조달…공공기관 채권 발행 줄줄이 연기

전쟁 여파에 미 국채금리 급등, 조달 환경 악화
환율 1500원 위협…대외 신인도 부담 확대
가스공사·수은 등 외화채 발행 일정 줄줄이 연기
“고금리 발행보다 관망”…정부, 일정 조율 착수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공공기관들의 외화 조달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금리 급등과 환율 불안이 겹치면서 무리한 채권 발행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관망 기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주요 공공기관들은 예정했던 외화 표시 채권 발행 일정을 잇따라 연기했다. 중동 긴장 고조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조달 조건이 급격히 악화된 영향이다.

 

가스공사는 이달 만기가 도래한 약 2억 달러 규모 외화채를 차환 발행하지 않고 상환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외화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이달 초 계획했던 공급망안정화기금 채권 발행을 잠정 보류했다. 수은의 외화채는 한국물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만큼, 시장 충격이 큰 상황에서 발행 시기를 조절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또한 해외 채권 발행을 위한 준비는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 확정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맞물려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최근 4.2%를 넘어섰고, 국내 공사·공단채 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AAA등급 3년물 기준 금리는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뛰며 조달 비용 부담을 키웠다.

 

환율 불안도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넘나들며 변동성이 확대됐고, 한국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리스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한 외화채 발행은 오히려 국가 신인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발행 자체는 가능하지만 불리한 조건에서의 조달은 한국물 가치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발행 일정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간 발행 시점이 겹칠 경우 수요 분산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물밑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향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올해에만 200억 달러가 넘는 외화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시장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변수다. 이란 사태가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환율 상승과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외화 조달 환경이 장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공공기관들의 선택은 명확해지고 있다. 지금은 무리한 발행보다 시장의 소나기를 피하며 타이밍을 재는 국면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