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산업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다. 생산은 위축되는데 가격은 오르는, 이른바 ‘수산판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어업인의 소득은 줄어들고 조업은 멈추는데,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산물 가격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산업의 앞과 뒤가 동시에 무너지는 비정상적 상태다.
이 위기의 출발점은 비용이다. 특히 유류비 상승은 수산업의 손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수산업은 출항부터 조업, 보관, 운송까지 전 과정이 에너지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최근 선박용 유류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조업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비용 상승이 단순히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정 수준 이하의 어획량에서는 아예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조업을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일부 어업인은 출항 자체를 포기하고, 생산 기반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유통 구조에 있다. 수산물은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산지 위판, 중도매, 도매시장, 소매를 거치는 동안 가격은 여러 번 재조정되고, 각 단계마다 비용이 덧붙는다. 이 구조는 평시에도 비효율적이지만, 비용 상승기에는 왜곡이 더욱 커진다. 유류비 상승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단계별로 전가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은 빠르게 오르지만, 산지 가격은 그만큼 상승하지 않는다. 가격 상승의 과실이 생산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여기에 가격 결정 구조의 한계까지 겹친다. 수산물 가격은 대부분 위판장 경매를 통해 형성된다. 공급량과 수요, 입찰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개별 어업인은 가격에 대한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비용은 통제할 수 없고, 가격도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구조. 이 이중의 제약 속에서 어업인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악순환을 만든다. 비용 상승으로 출항이 줄면 공급이 감소하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격 상승은 소비 위축을 불러온다. 소비가 줄면 거래가 감소하고, 거래 감소는 다시 생산 의욕을 떨어뜨린다. 생산 감소와 소비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 전체 규모가 축소되는 흐름이다. 지금의 수산업은 ‘풍년의 역설’이 아니라 ‘고비용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잡을 수 있어도 잡지 않는 산업, 잡아도 남지 않는 산업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위기는 반복된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산지 중심의 직거래 구조를 확대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산지 물류 통합 시스템을 통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의 왜곡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수협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단순 위판 기능을 넘어 유통의 핵심 주체로 전환해 집하, 도매, 계약 거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가격 안정 장치를 현실에 맞게 고도화해야 한다. 생산비와 연동된 보전 장치, 유류비 연동 지원, 최소 가격 보장 체계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수산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식량 안보와 직결된 기반 산업이며,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지금의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다면, 수산업은 완만한 침체가 아니라 급격한 붕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가격이 오르는가”가 아니라, “왜 생산자는 남지 않는가”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원이 아니라 재설계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바다는 여전히 풍요로워도 어업인은 계속 가난할 것이다.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