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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에 처음 나선 최호성, 스폰서 없어 민모자로 경기 나서

-대회 선수 중 유일하게 메인스폰서 없어, 세계랭킹 200위 이내도 유일

민모자를 쓴 채 연습 라운드에 나선 최호성.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골프가이드 김남은 기자]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해진 최호성(45)이 처음으로 PGA(미국프로골프협회)투어에 출전하지만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메인스폰서가 없어 민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최호성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리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한다. 그런데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 나선 최호성이 쓴 모자에는 대회가 열리는 페블비치골프링크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골프장에서 관광객에게 파는 모자였다.

연습 라운드 때 쓰고 나온 모자에는 아예 아무런 로고가 박혀 있지 않았다. 이른바 '민모자'다. 프로 골프 선수가 '민모자'를 쓰는 건 메인 스폰서가 없다는 뜻이다.
최호성은 작년까지 일본이나 국내에서 대회에 출전하면 'MEGA'라는 로고가 박힌 모자를 썼다. 하지만 이 기업은 최호성의 메인 스폰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지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로고를 달았을 뿐 정식 후원 계약 관계는 아니었다.

놀랍게도 최호성은 프로 골프 선수가 된 이후 20년 동안 정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모자에 새긴 로고는 늘 '메인 스폰서가 생길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고 새긴 '임시'였다. 클럽을 대준 용품 기업 로고가 많았고 'MEGA'처럼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기업 로고도 적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네 번이나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고 대회 때면 드물지 않게 우승 경쟁을 벌이는 정상급 선수인 최호성이 이렇다 할 메인 스폰서가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그는 주니어 선수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골프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26살에 프로 선수가 된 그는 '상품성'을 미리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또한 그의 전성기는 너무 늦게 왔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첫 우승을 거뒀을 때 최호성은 35살이었다. 두 번째 우승은 38살 때였고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우승을 따낸 건 마흔살 때였다. '낚시꾼 스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데 이어 일본 무대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은 그는 현재 45살이다.

최호성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하는데 필요한 항공료, 숙박비, 현지 캐디피 등도 모두 개인 돈으로 충당했다. 최호성은 클럽, 의류 등도 계약이 없다. 클럽은 다행히 손에 맞는 제품을 용품 회사가 지원해주는 형식이지만 옷은 직접 사서 입는다.

최호성 본인도 "세계랭킹 200위 이내 선수 가운데 민모자를 쓰고, 경기복을 사 입는 선수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호성에 대한 PGA와 골프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증거로 이번 AT&T 페블비치 프로암 말고도 올해 5차례 이상 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현재 초청 의사를 보인 대회가 7개 가량이다. 스윙뿐 아니라 '모든 게 특이한' 최호성의 '스토리'가 팬과 PGA투어 대회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다시없는 기회를 맞은 최호성은 그러나 "거액의 후원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최호성은 "아무런 로고도 달리지 않는 민모자를 쓰고 경기를 한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기업들이 무능한 것이지. 이번 대회 하나만으로도 본전 뽑을 계약을 아직껏 모르고 있으니", "너무 인간미 넘치고 유쾌한 골프 선수. 메인 스폰서 좋은데 붙어서 한 5년 정도는 이슈 바람 하셨으면", "이재용 부회장님 후원 좀 안되나요? 안양베네스트에서 골프 시작했다는데 상징성도 있고","낚싯대 회사 로고 박히면 대박" 등 댓글을 달며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최호성이 다시 맞은 이번 전성기는 최호성의 가치를 알아주는 든든한 후원 기업과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