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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삼 변호사 칼럼] 몰카 성범죄, 그 불확실성의 세계

 

 

지이코노미 문승욱 기자 |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A씨가 이른바 ‘몰카’ 피의자로 입건됐다. 경찰은 유튜버로 활동 중인 A씨에 대해 여성의 신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내사를 진행해 왔고, 최근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정식 수사를 개시했다. A씨는 자신을 고발한 여성 B씨를 두고 “6개월 정도 만났는데 간통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아내에게 연락하면서 관계가 정리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인터넷에 유포한 행위는 이른바 ‘초대남’을 구하기 위해 상호 합의 하에 이루어진 거라고 했다.

 

성범죄 피의자 중에도 억울한 이들이 있다

 

성범죄 혐의에 처한 의뢰인들을 만나다 보면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얘기한다. 이 중에는 실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잡아떼는 이들도 있지만, 진짜 ‘억울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A씨 사건은 이 두 경우 중 어떤 쪽이 맞을지 애매한 사건이다. 그가 억울하게 모함을 당했느냐 아니냐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문제는 A씨 같은 피의자는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반박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이다. A씨 와 B씨가 만나 깊은 관계를 맺었으며, 여성이 나온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당연히 모든 사건들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졌고 이들의 진술이 수사 대상의 거의 전부다. 피의자의 유무죄를 결정짓는 데 양 측의 논리적 진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사실상 형사전문변호사의 몫이다.

 

아마 A씨의 혐의는 사진 유포가 ‘무단’인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 여부에 상관없이 촬영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한 자 또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B씨가 촬영 자체에 동의했더라도 온라인 상 유포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A씨는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유포의 목적이 두 사람 공동의 목적, 그러니까 ‘섭외’ 때문이었다면 B씨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몰카 성범죄의 불확실성 극복하기

 

사무실이 위치한 서초동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성범죄 피의자들을 적잖이 만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즉흥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몰카’의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은 신분과 나이를 막론하고 생겨난다.

 

형사전문 변호사로서 필자가 치열하게 법리 다툼을 벌이는 경우 중 하나는 몰카 미수 사건이다. 모든 범죄가 그렇듯 성범죄도 행위와 결과가 범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데, 몰카의 경우 법원 상 ‘미수’의 범위가 모호한 게 사실이다. 숙소에 몰카를 설치해 둔 업주가 투숙객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지만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고, 동영상 촬영 중 경찰에 발각돼 저장 없이 촬영을 중단한 피의자도 처벌받은 바 있다.

 

이처럼 법 집행의 일관성 측면에서 성범죄, 특히 몰카 범죄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범행 자체의 고의성과 악의적 목적 등 일반 범죄에선 분명하게 입증될 만한 부분들도 흐릿한 경우가 많다. 성범죄 사건 피의자들을 변론하는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런 불분명한 경계선을 확실하게 긋는 법조인들이다. 이 세상에 누가 봐도 뻔한 범죄자란 없고, 피의자의 진심을 마주할 누군가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 바람직한 법치주의 사회라면 단 한 명도 억울하게 처벌받게 해선 안되니까.

 

도움말 : 법무법인 더쌤 김광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