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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하재일 일곱번째 신작 시집 `달마의 눈꺼풀`

■신간 소개

길은 꿈에서 꿈으로 이어진다

하재일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달마의 눈꺼풀>을 통독한 독자들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깊고도 독특한 시 세계와 만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시집 제목인 “달마의 눈꺼풀”에 대한 일화는 다음과 같다. 참선 중인 달마가 그만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 버렸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눈꺼풀이 차나무로 자라났으며, 그 이후 선승들은 참선 중에 차를 마시며 졸음을 떨쳐 버리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달마는 왜 눈꺼풀을 잘라 버린 것일까? 그것은 언제나 뜬눈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겠는가.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겠다는 의지. 하재일 시인은 이 일화를 가져와서 표제작을 썼고, ?시인의 말?에서도 이 일화를 활용하여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 응축적인 말을 남겨 놓았다. 

“내가 스스로 베어 낸 눈꺼풀을/이제 아득한 별자리에 버리겠다”는 시인의 말. 

시인에 따르면 그 “머나먼 우주”에 있는 “아득한 별자리”에는 ‘마이트레야(미륵)’ ‘혈액형’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먼 미래에서 도래할 부처인 미륵은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와 같은 존재 아닌가. 그러한 구원의 피가 흐르는 곳이 저 “머나먼 우주”의 “아득한 별자리”라고 한다면, 그 ‘별자리’는 시인의 마음속 우주에 있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미륵의 세상이 도래하는 구원에 대한 시인의 희구가 시인의 마음속 우주에 미륵의 ‘별자리’를 형성했을 것이기에. 시인은 자신이 자른 ‘눈꺼풀’을 그 ‘별자리’에 버린다. 그곳에서는 달마의 차나무와 같은 ‘나무-시’가 자라날 터, 그 나무의 이파리(시편들)의 모음이 이 시집이겠다. (이상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하재일 시인은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나 태안에서 자랐으며,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4년 <불교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아름다운 그늘> <타타르의 칼> <코딩> <동네 한 바퀴> <달마의 눈꺼풀>, 청소년시집 <처음엔 삐딱하게>(공저) 등을 썼다. <달마의 눈꺼풀>은 하재일 시인의 일곱 번째 신작 시집이다.

■ 추천사

하재일 시인은 수립된 범주의 사유에서 벗어나려 한다. 삶의 흔적에서 미륵을 찾는 그의 시는 노마드 일상에 의미를 두는 오도송이다. 인연의 속삭임과 날것들이 지닌 내음을 잊지 않는다. 종소리에 실린 무쇠 같은 인연들과 탑의 그림자를 담은 용의 꿈틀거림을 마구니조차 보듬는 사랑이어야 한다고 구어로 노래하니 이는 오로지 통찰과 직관의 힘이다. 시인은 질서와 힘을 앞세운 거대한 세력을 거부한다. 하찮게 여겨질 것은 어디에도 없다. 초록과 어울린 게국지, 배불리 쌀을 담은 가난한 주꾸미, 살덩이는 떠나도 투명하게 남은 박대묵, 시인은 그것들을 갈무리하여 햇살을 담은 광목천을 타고 천수만을 나서서 유영한다. 천수만은 시인의 갠지스다. 갠지스를 떠난 시인의 여정은 험난하다. 우기에도 비가 오지 않는 사막을 지나고, 우주를 향할 때에는 여인이 보내 준 문자를 타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그 우주선은 무릇 마이트레야다.

나는 시인의 우주선에 동석하려 한다. 시인의 고독한 식사에 동석할 수 없으니 가끔 우주선 밖에 머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파할 일은 아니다. 시클라멘 꽃송이를 오려 붙인 문자를 받거나 다가와 속삭이는 눈발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칠지도 모를 일이니 구름 위를 밟는 새털 걸음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참이다. 혹시 나도 시인을 따라 뜨겁게 우는 새 떼가 되거나 닭 울음에 막 피려는 도라지꽃을 보거나 크레용으로 입술을 그린 채송화 꽃씨를 받을 수 있거나 천둥소리를 듣고도 눈을 살포시 감는 달마를 만나게 될지.
―김홍정(소설가)

■ 시인의 말

내가 스스로 베어 낸 눈꺼풀을
이제 아득한 별자리에 버리겠다.

밤하늘에 빛나는 저 물고기자리처럼,
내 별의 혈액형은
머나먼 우주, 마이트레야(彌勒)다.

천애절벽에서 허공을 보며
다시 한 번 헛발질을 한다.

■ 저자 소개

하재일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나 태안에서 자랐다.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4년 <불교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아름다운 그늘> <타타르의 칼> <코딩> <동네 한 바퀴> <달마의 눈꺼풀>, 청소년시집 <처음엔 삐딱하게>(공저)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