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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공사현장 감독 인원 미달 심각...전관예우, 개인비위 이상의 현장 문제까지 뿌리 뽑아야

법정 감독인력도 못 채운 상태로 설계기간 단축까지,
LH 감독 1인당 확인해야 할 철근만 수십 만 이상 “철근 누락 찾는게 신기”
부동산 관련 문제마다 LH에서 해결 찾던 국토부, 이제는 꼬리자르기?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LH는 “기획재정부에 몇 년에 걸쳐 현장 법정 감독인원 보충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며 “설상가상으로 2021년 기획재정부가 LH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정원 1,064명을 감축하면서 LH는 추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법정 기준인원 대비 45% 부족했던 현장 인력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계미흡 A지구는 배치인원 4.94명으로 법정 기준인원 8.3명 대비 40%가 부족하며, B지구는 배치인원 4.62명으로 법정 기준인원 8.4명 대비 45%가 부족하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LH는 기획재정부에 몇 년에 걸쳐 현장 법정 감독인원 보충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며 “5년간 공공주택 주택 100만 호 공급, 뉴홈 50만 호 공급, 1·2기 신도시 재개발 등 부동산 정책물량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누적되는데 인력 충원은 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만성적인 감독인력 부족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최근에 입사한 신입사원에 따르면 “심지어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적게는 4~5개 지구, 많게는 9개에 가까운 지구를 겸무하며 감독을 하고 있는데 준공일정은 터무니없이 촉박하다. 1명이 4명 몫을 허덕이며 겨우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 4개월 가량 걸리는 실시설계 기간을 연내 사업 착공을 위해 2.7개월로 줄이는 등 국토부의 무리한 착공 실적 쌓기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획재정부는 LH가 몇 년에 걸쳐 건설현장 감독 및 품질,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요청한 1,437명의 증원 요청 중 381명(26%)만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 기획재정부가 LH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정원 1,064명을 감축하면서 LH는 추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정부 정책 수행에 대한 부담과 현장 감독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감축시켜 현장 인력부족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사태 어떻게 되고 있나?

LH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관련 업체를 수사 의뢰 조치했다.

 

수사의뢰 대상은 LH 자체조사 결과 철근이 설계도면과 다르거나 설계에서 누락된 20개 단지, 설계사 및 시공사와 감리사를 포함해 총 103개 업체다.

 

이한준 LH 사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사태가 “설계, 감리 업체 등으로 취직한 퇴직 직원과의 유착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LH는 2021년부터 모든 설계공모 심의위원에 임직원 참여를 금지시켰고, 설계공모는 교수나 업계 전문가 등 외부위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문제로 지적되는 전관예우 문제처럼 전직 직원의 영향력이 미친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토교통부, 지방 국토청 등 내부 직원을 심의위원으로 포함시키는 곳과 외부위원의 금품수수 등의 문제로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한 민간 건설사 아파트에는 LH보다 훨씬 앞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고, 지하주차장에만 무량판을 적용한 LH와는 달리 주거동에도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8월부터 2개월여 동안 293개 단지, 25만여 세대에 이르는 민간아파트의 무량판 철근 시공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무량판 구조의 철근 조사와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드러나 이번 사태에서 국토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관예우도 문제지만 만성적인 현장 문제도 제대로 파악해야

최근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사업물량과 인력 축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주택 관련 문제(전세사기 물건 매입, 홍수피해 반지하 매입 등)가 발생할 때마다 LH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습했다.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함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정밀한 판단 없이 LH의 문제로만 축소시킬 경우 가장 중요한 국민의 안전 문제와 동떨어진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LH 노동조합은 “설계나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전관예우로 거론되는 비위 문제가 있는 경우 당연히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 모든 직원들은 동의한다”며 “다만 국토부의 무리한 정책물량 떠넘기기와 현장 인력 충원부족 역시 이번 사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전관예우같은 악습과 폐단이 뿌리뽑히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동조합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작금에 만성적 감독 인력 부족과 촉박한 공사일정 등 LH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적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전관예우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