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넷플릭스와 ‘골프’, 그리고 풀 스윙

세계 최대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Netflix)가 왕좌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넷플릭스는 ‘춘추 전국 시대’를 맞은 OTT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로 눈을 돌린다. 그렇다.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 중에서도 넷플릭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골프’다. 넷플릭스는 왜, 골프에 눈을 돌린 것일까?

 

EDITOR 방제일

 

애플, 쿠팡,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테크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OTT 플랫폼이 ‘스포츠’ 중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NFL 등과 스트리밍 계약을 통해 스포츠 생중계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은 쿠팡 플레이를 통해 축구, NFL, 야구 등의 스포츠 중계를 하고 있다.


애플TV 또한 향후 NBA를 중계하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다. 치열하게 움직인 이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그동안 스포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해 왔을 뿐, 스포츠 중계 자체에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소위 그들이 그동안 잘해 왔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뉴스와 스포츠는 서비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OTT 생태계는 빠르게 변하고,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은 법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한계를 보이자, 넷플릭스도 승부수를 던졌다. 이 승부수의 중심에는 ‘골프’가 자리 잡고 있다.

 

웃을 수 없는 넷플릭스의 ‘위기’
OTT 시장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 업계 1위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빠지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패러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45.2%를 차지했던 넷플릭스의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은 그해 4분기 39.6%로 5.6%포인트 떨어졌다.

 

2년 전인 2021년 1분기 점유율이 50.2%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공고했던 넷플릭스의 지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선 넷플릭스가 1위 자리를 뺏겼다는 통계도 나왔다. 스트리밍 검색 엔진 저스트 워치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가 시장점유율 21.0%를 차지해 넷플릭스(20.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간발의 차지만, 부동의 업계 1위로선 매우 자존심을 구기는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다 국내 사정도 녹록지 않다. 티빙은 예능과 국내 드라마 중심으로, 웨이브와 합병 논의 중에 있다. 쿠팡 플레이는 스포츠와 로켓 배송이라는 뒷배가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넷플릭스지만,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는 디즈니 플러스 ‘무빙’, ‘비질란테’ 등을 통해 넷플릭스를 바짝 쫓고 있다. 미국의 OTT들도 호시탐탐 한국 시장에 대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깨닫는다. 기존의 콘텐츠로는 확장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하다는 것을 말이다.

 

F1에서 골프로 체제 전환 꾀하는 넷플릭스
그동안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보다 스포츠 오리지널 콘텐츠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시작은 ‘F1’이었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는 F1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했다. F1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F1 드라이버와 F1 팀, F1 산업에 대해 이해를 할 정도였다.

 

그만큼 인기를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F1 시리즈의 다큐멘터리를 매년 제작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매년 같은 포맷으로 반복되는 내용에 시청자가 지친 것이다. 여기에 F1은 유럽에서 주로 즐기는 스포츠이기에 흥미로 한 번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을지언정, 지속해서 보기엔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속사정을 넷플릭스도 빠르게 캐치했다. 넷플릭스는 변화를 꾀한다. 그렇게 넷플릭스가 낙점한 스포츠는 바로 ‘골프’다. 야심 차게 준비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지난해 2월 방영한 골프 다큐멘터리 ‘풀 스윙’이다. ‘풀 스윙’은 그야말로 300야드가 넘는 대박을 터뜨리며 역시 넷플릭스란 찬사를 들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다소 딱딱하다는 장르적 한계를 딛고 넷플릭스의 ‘주간 글로벌 톱10’에 오르기도 했다. 에디터와 박준영 편집장 또한 풀 스윙을 보면서 골프란 스포츠와 PGA 투어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졌다. 몇몇 에피소드에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성과를 발판으로 넷플릭스가 골프 중계 시장에 뛰어들 거란 소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맛보기로 넷플릭스는 일단 ‘넷플릭스 컵’이라는 이름의 대회를 최근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컵은 F1 드라이버 4명과 PGA 투어 최정상급 선수 4명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포맷이다. 넷플릭스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했고, 현재는 풀 영상을 넷플릭스 앱을 통해 볼 수 있다.

 

스포츠 중계는 과연 OTT 수익에 도움이 될까?
스포츠 중계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계권을 사야 한다. 이 중계권은 당연히 꽤 비싸다. 천문학적 금액까지는 아니어도, 분명히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다. 아무리 OTT 기업이 매달 구독료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해도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런데도 OTT 기업들은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매년 경쟁하고. 있다. 그럼 스포츠 중계는 OTT 기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일단 스포츠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큰 인지도를 쌓은 OTT는 ‘쿠팡 플레이’다. 쿠팡 플레이는 2021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하면서 가입자를 단숨에 끌어모았다. 지난해 7월엔 한국 축구선수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를 국내에 초청해 친선 경기도 열었다. ‘손흥민 카드’의 효과는 뛰어났다. 2021년 1월까지 불과 68만 명에 불과했던 쿠팡 플레이 앱 이용자 수는 올해 상반기 431만명으로 6.3배나 늘었다.

 

넷플릭스, 티빙에 이어 업계 3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라이브 중계를 선호하는 스포츠 마니아 중 상당수가 쿠팡 플레이 구독을 지속하면서 이용자가 급증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골프 콘텐츠를 론칭하면 쿠팡 플레이와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한가지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쿠팡 플레이는 쇼핑 앱 ‘쿠팡’과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쿠팡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에 월 4990원을 내고 가입하면 쿠팡 플레이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한 철 장사’ 성격이 짙은 다른 OTT와 달리 쿠팡 플레이 가입자들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쿠팡 플레이와 다르다. 시청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수단은 꾸준히 흥행 콘텐츠를 내놓는 것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골프 중계는 넷플릭스의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넷플릭스로서는 이 골프 중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번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도 천문학적 액수가 들어간다. 대박을 터트리는 콘텐츠가 있지만, 쪽박을 차는 콘텐츠도 있다. 그러나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중계는 다르다. 대박도, 쪽박도 없다. 그야말로 중박이다. 구독자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OTT 특성상 이런 ‘중박’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다. 특히 ‘왕좌의 게임’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전 세계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고,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골프’야 말로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한 풀 스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