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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라고 무조건 뒤집어써야 하나요?" 서진룸살롱사건 피의자 P씨의 호소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 대지 조성공사 PF 제안서’ 사기
-”무단침입과 현금 5억 원 훔친 자로 일방적 지목“ 억울하다.
-허위사실 유포와 통신법을 통해 고소, 고발 이어갈 것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3개의 대형 언론사가 전과자인 자신을 악의적으로 끌어들여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는 이유로 해당 매체들을 상대로 1인 시위와 고소,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1986년 서진룸살롱 사건의 피의자 P씨 이야기다. 그는 최근 용인역삼지구 도시개발사업 대행사인 D사의 부회장으로 취임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P씨는 D사의 전직 대표이사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해임되더니 회사와의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자신을 ‘활용’해 언론과 함께 P씨를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월) 강남역 부근에서 P씨를 직접 만나봤다.

 

 

지난 1월 3일(수), 3개의 대형 언론 매체들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해당 기사 중 발췌) '1986년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서진룸살롱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인 A씨(63)가 부동산개발업체 사무실에서 현금 5억 원 등을 훔친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보도에 등장한 A씨는 P씨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부동산개발업체 사무실’이란 지난 12월 D사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아들 K씨'의 사무실을 말한다.

 

 

해임된 대표이사 '아들 K씨'

'아들 K씨'는 과거 2022년 1월경 H증권에 근무하던 당시 ‘용인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을 빌미로 H증권사 명의의 투자약정서 및 인감 등을 모두 위조해 작성한 뒤, 투자자들을 속여 100억여 원을 편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로 기소된 인물이었는데, 작년에는 D사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그러다 D사의 창업주 강 모 회장과 주주들이 이를 알게 됐고, 2023년 12월 초 주총 이사회를 거쳐 K씨와 그 일가를 대표이사와 이사에서 해임했다.

 

K씨 일가와 창업주의 악연

D사의 창업주인 강 회장은 투자자 G씨에게 약 8억여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으나 이를 갚지 못하게 됐다. G씨는 “투자금의 일부를 변제하면 주식양수도계약서를 반환하겠다”는 조건을 제안했고, 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약속된 일부 변제금을 갚았지만 G씨는 주식을 넘겨주지 않았고, 강 회장과 G씨의 소송이 시작됐다. 이후 강 회장은 또 다른 채권자들에게 고소를 당하게 돼 2019년 12월경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때 K씨 일가가 나섰다. “형사합의금 및 G씨의 주식을 반환받는데 필요한 금액 등을 만들 테니 D사의 등기 이사로 해달라”고 제안했고, 강 회장은 이를 수락했으나 이는 결국 사기였다.

 

법원은 2023년 6월경 2023년 6월, G씨에게 넘겨준 강 회장의 지분(주식)을 강 회장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P씨는 왜 아들 K씨의 사무실로 동행했나

시간을 되돌려 아들 K씨가 해임된 이후, 새로 선임된 대표이사는 12월 28일 취임 등기를 마치고, 아들 K씨에게 회계장부 등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신임 대표는 이튿날인 29일 오전, 이삿짐센터 직원 6명과 P씨를 포함한 D사 임직원 5명을 대동해 강남구 삼성로에 위치한 아들 K씨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대표이사 인수인계 관련 서류와 집기류 등을 옮기려 했으나 아들 K씨의 사무실 직원의 만류로 결국 일부 서류만 챙겨 나오는 데 그쳤다. P씨는 ”신임 대표이사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그저 동행했을 뿐, 과정에 참여한 사실도 없고 심지어 현금, 그것도 5억 원을 훔쳤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1986년 서진룸살롱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한 바 있다. P씨는 “출소 후 18년 동안 후회와 참회로 살아왔다”며 “경찰서나 검찰청 간판만 봐도 몸서리칠 정도였기에 그야말로 준법시민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P씨는 D사의 창업주 강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깊다. 2023년 6월 옥중 사망한 강 회장은 P씨에게 보낸 옥중 편지를 통해 “(남은) 가족들을 잘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아들 K씨의 후임자인 신임 대표가 부회장직으로 입사를 제안해 현재는 D사의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출근한 지는 한 달이 채 못 된다.

 

요컨대 D사의 창업주 강 회장과 K씨 일가와의 소송전은 이미 벌어져 있던 상황이었고, 신임 대표이사가 인수인계를 위해 전임자인 아들 K씨에게 서류 등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새로 회사에 들어가게 된 P씨가 단순 동행을 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해임 불복한 아들 K씨가 악의적으로 P씨를 끌어들인걸까

사문서위조와 사기 건으로 기소된 사실로 D사의 대표직에서 해임된 아들 K씨는 현재 해임에 불복해 지난 1월 10일 자로 서울중앙지법에 후임자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 건에 이해관계가 없는 P씨의 과거 기사와 출소 후 화제가 됐던 그의 혼인 관련 기사에 사용됐던 사진 등을 뜬금없이 해당 직무집행정지신청에 대한 자료로 제출했다는 점이다.

 

D사 법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들 K씨가)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P씨의 가십성을 악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최근 P씨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보도한 언론도 사건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건에 대해 확정적으로 P씨를 지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통신법 위반에 대해 고소 및 고발을 이어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황상 본인과 일가가 얽힌 불미스러운 일로 해임된 아들 K씨가 앙심을 품고, 자기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건과는 무관한 인물이자, 전과를 가진 유명인 P씨를 끌어들여 언론플레이를 벌인 ‘물타기’는 아닌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전과자라고 해도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조차 없이 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훔친 범죄자로 매도한 매체와, 해당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를 언론에 흘린 강남경찰서도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