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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적도원칙,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제공]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올해 7월 사이의 1년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9762㎢에 달했다.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전부터 산림과 같은 자연이 초토화 되며 댐, 도로, 관광지 등이 탄생했다. 요즘엔 개발도상국들의 열대우림지역이 주요 타깃이 되어 자연은 계속해서 공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는 역시 항상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기반으로 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적 금융기관들은 '적도원칙'이라는 자발적 행동협약을 만들었다. 1000만달러 이상의 대형 개발사업을 할 경우 환경파괴나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해치는 경우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금융기관이 나서 재벌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무분별한 파괴 행위에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다. 적도원칙은 전세계적으로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된다. 

적도원칙에는 현재 38개국 109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산업은행이 최초로 가입했고,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적도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도 가입을 고려중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최근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ESG 경영이란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를 경영에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의미다. 적도원칙 가입도 ESG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들이 ESG를 강조하며 나선 시기는 채용비리, 모피아 등 이슈로 CEO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직후다. 일부 금융그룹이나 은행의 경우 1심 유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CEO들은 대부분 연임에 성공해 아직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영 방침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금융기관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를 강조해 보여주고 있지만, 속도보다는 방향성에 유의해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구호가 보여주기에 그칠 것인지, 뉴노멀 시대에 맞춘 진화의 시작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방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적도원칙의 주요 적용 대상은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개발도상국 개발 사업 진출도 활발한 상황이어서다. 

영국 톰슨파이낸셜그룹 글로벌 PF 전문지인 PFI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은 23개 사업, 총 약 50억 달러의 PF 금융주선 실적을 기록했다. 조사에 포함된 전세계 금융기관 249개사 중 13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은 호주. 시드니, 뉴욕,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 IB데스크를 설치하고 해외 PF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건설사 등 대기업들도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적도원칙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진행중이던 개발 사업에서 금융기관이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네덜란드 공적연금은 P사에 대한 투자 철회를 발표한 적이 있다. P사가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팜유 농장을 운영하며 약 8200만평에 달하는 열대림을 파괴하고 원주민들과 토지 분쟁에 얽혀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2014년에는 한국 수출입은행에 P사와 인도 탄광회사 아다니 마이닝이 추진 중인 호주 퀸즈랜드주 ‘카마이클 광산’ 철도사업에 투자하는 계획을 철회하라는 서명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업이 세계 7대 경관 중 하나인 호주 퀸즈랜드주 앞바다의 한반도 크기 대산호초를 파괴할 우려가 높아서였다. 

금융기관들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알아서 잘 하겠지만 약간의 노파심이 든다. 주먹구구식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어느정도는 봐주고 넘어가기 보다는 정확하고 엄격한 심사로 열대림, 대산호초 등 대자연 파괴를 통한 개발 이익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게 되길 바란다. 누가 최초인가 보다 누가 똑바로 이행했는지가 주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