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금녀(禁女)의 벽 허물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여성회원 입회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의 금녀(禁女)의 벽이 마침내 허물어졌다.
세계최고 권위의 골프토너먼트인 '마스터스 대회'의 개최지로 유명한 오거스타내셔널은 미국 조지아주 한가한 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은 20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투자회사인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가 새 회원으로 가입됐다고 발표했다.
오거스 내셔널은 1933년 골프의 거성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와 월스트리트의 자본가인 클리퍼드 로버츠의 주도로 문을 연 이후 남자 회원만 받아왔다.
1990년 흑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됐으나 여성단체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거스타내셔널은 여성회원의 입회를 불허해 왔었다. 요지부동이던 오거스타내셔널의 성차별이 이번에 허물어진 것은 마스터스의 오랜 후원사인 IBM 최고경영사(CEO)의 자동 회원 입회 논란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거스타 골프장측은 올 4월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관례에 따라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 CEO에게 회원 자격을 줘야 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로메티가 끝내 마스터스 외빈 환영식에 회원이 입는 그린 재킷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나자 시민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여성 입회가 허용됐지만, 외부 압력에 의한 이번 변화가 마스터스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금녀의 벽이 마스터스만이 가진 `신비주의'를 만들고 고조시키는 데 크게 작용한 탓이다.
벌써부터 현지에선 여자 마스터스 대회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려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녀의 벽을 허문 오거스타가 자존심을 굽히고 여자골프대회를 개최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소순명 기자 ssm6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