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한국의 수출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부진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당초 올해 수출이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발 관세 압박과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이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0.6% 줄어든 3,329억 달러, 하반기는 3.8% 감소한 3,35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간 수출은 6,685억 달러로, 전년보다 2.2% 줄어들 전망이다.
美 관세·수요 둔화, 전방위 악재
무협은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대부분의 주력 품목이 미국 관세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며, 기존의 ‘플러스 성장’ 전망을 공식 철회했다. 수입도 6,202억 달러로 1.8%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연간 무역수지는 4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겠지만 지난해보다 흑자 폭은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13대 수출 품목 중 9개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그중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 대비 19.5% 줄어들어 가장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며 수출 단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車 수출도 하락폭 커
철강과 자동차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강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등에서의 관세 인상 및 무역 구제 조치 강화로 상반기 4.8% 감소에 이어 하반기에는 7.2% 줄어들어, 연간으로는 6.0%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는 전기차 수요 정체와 미국 관세 여파가 맞물리며 상반기 -2.4%, 하반기 -7.1%로 연간 수출이 4.6%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 ‘AI 수요’로 선방했지만…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상반기 10.6% 증가(727억 달러)했지만, 하반기에는 -5.1%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연간 기준으로는 2.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무협은 “AI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PC·스마트폰 등 일반 IT기기 수요가 꺾이면서 수익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성장 산업 육성·관세 협상 시급”
홍지상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만료, IT 수요 둔화, 환율 하락, 지정학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출 환경이 상반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율해야 하며, AI·모빌리티·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