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는 지난 1월 10일자 「뉴스룸 시선, 4개월 멈춘 법원 판단…정릉골 재개발, 조합원만 벼랑 끝에 섰다」에서 정릉골 재개발이 멈춰 선 원인을 ‘법원 판단 지연’이 아니라 구(舊) 조합 체제가 만들어낸 반복적 분쟁 구조로 짚었다. 선관위의 당선무효 선언과 해임총회 추진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동안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고, 그 사이 발생한 이자 부담과 비용,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누적됐다.
이어 12일자 「뉴스룸 시선, “포스코 대부업 진출?”… 비아냥을 듣는 이유」에서는 사업이 멈춰 선 상황에서도 입찰보증금에 따른 이자 수익은 시공사에 귀속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반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신용도 하락 등 직접적인 위험을 떠안는 주체는 조합원들이라는 점을 짚으며, 정릉골 재개발의 위험과 책임이 심각하게 분리된 구조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이번 보도는 그 연장선이다. 정관 위반 논란 → 선관위 당선무효 → 임시총회 해임 결의로 이어진 흐름 속에서 법원이 연이어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음에도 혼선이 멈추지 않는 이유를 되짚는다. 결론은 단순하다. 천재진 전 조합장과 관리·총무이사 등 구 조합 체제가 실질적 영향력을 유지한 채 물러나지 않는 한, 정릉골 재개발은 구조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정릉골 재개발 조합을 둘러싼 혼란은 선거 국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출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천재진 전 조합장 재임 시절, 조합 정관이 명시한 총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금 집행과 약 700억 원 규모로 거론되는 입찰보증금 반환 결정이다. 조합 정관 제21조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율, 상환 방식 등 조합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총회 의결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총회 결의 없이 자금이 집행됐다면, 이는 정관 위반 소지가 크고 향후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쟁점이 된다.
이 같은 재정·절차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장 사퇴와 보궐선거가 이어졌고, 이후 조합 운영은 연쇄적인 법적 분쟁 국면으로 확장됐다. 문제는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구 체제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구조 속에서 ‘조합장 직무를 멈춰 세우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릉골은 ‘사업 추진’보다 권한 다툼과 분쟁 관리가 우선 작동하는 비정상적 구조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선관위 당선무효 결정, 법원은 효력정지
보궐선거를 통해 임동하 조합장이 선출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무효 결정을 내리며 조합장 지위를 박탈했다. 이 결정으로 조합 운영은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채 정지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2025년 4월 18일, 법원은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인용했다. 법원은 선관위가 당선자 공고 후 5일 이내에 당선무효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점, 당선무효라는 중대한 처분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임동하 조합장의 당선 효력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유지되게 됐다.
■ 이번엔 해임총회…법원, 또다시 제동
선관위 결정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이후에도 혼선은 멈추지 않았다. 구 조합 임원 이사진을 중심으로 한 임시총회가 다시 소집되며, 이번에는 조합장 해임과 직무집행정지가 추진됐다.
2025년 4월 19일 임시총회에서 임동하 조합장에 대한 해임 및 직무집행정지 안건이 가결됐다는 통보가 이뤄졌지만, 이 역시 법원의 판단을 넘지 못했다. 법원은 해당 임시총회에 대해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해임 및 직무집행정지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선관위 당선무효에 이어 해임총회까지, 조합장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핵심 수단들이 연이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 반복되는 ‘무효 판단’이 보여주는 구조적 병폐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과 임시총회 해임 결의가 모두 법원에서 효력정지를 받으면서, 사태는 단순한 해석 차원의 분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조합장 직무를 중단시키려는 시도가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정과 총회가 연쇄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다.
여기서 드러나는 구조적 문제는 명확하다. 천재진 전 조합장과 관리·총무이사 등 구 조합 체제가 실질적 영향력을 유지한 채 분쟁의 중심에 남아 있는 한, 정릉골 재개발은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 어렵다. 조합 내부의 ‘사업 추진’이 아니라 ‘무효 가능성이 큰 결의와 법적 다툼’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안팎에서는 이제 자발적 정리만으로는 이 구조를 끊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정관 위반 논란으로 시작된 자금 집행, 선관위와 총회를 둘러싼 반복된 무효 판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인물과 조직이 계속해서 조합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정릉골 재개발은 다시 분쟁 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제기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는 한, 구 체제가 조합 운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피해는 조합원에게 누적됐다
이 같은 혼선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조합원이다. 사업 일정 지연과 의사결정 공백은 금융 비용과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조합원들에게 누적된다. 법원 역시 가처분 인용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본안 판결 전까지 직무 수행이 차단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판단 요소로 제시했다.
■ 정관 위반 책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단계
이번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은 분명하다. 총회 의결 없는 자금 집행과 약 700억 원 규모의 입찰보증금 반환, 그리고 선관위와 임시총회를 둘러싼 연이은 무효 판단은 절차와 정관을 무시한 의사결정이 조합 운영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구 조합 임원 이사진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 책임이 어디까지 귀결돼야 하는지는 더 이상 추상적인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해당 행위들이 조합에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손해 발생 위험을 키웠다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리하는 과정은 불가피한 단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 공익적 검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보도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공격이 아니다. 공적 성격을 지닌 재개발 조합에서 절차와 규범이 반복적으로 훼손됐고, 그 부담이 어떻게 조합원들에게 전가됐는지를 확인하는 공익적 검증이다. 지이코노미는 회의록, 공문, 계약서, 결재 문서, 판결문, 녹취 등 사실 확인이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합 운영의 책임 구조가 흐려지거나 구조적 문제로 은폐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점검할 것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