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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갑질 추적③] 책임의 공백, 이제 총수의 시간…정의선 회장이 답할 차례

14년 미정산,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
김중겸·이한우 침묵, 책임 공백 지속
계약은 남았지만 판단은 사라졌다
인수 이후에도 미해결, 총수 책임론
글로벌 신뢰의 시험대에 선 현대차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ㅣ지이코노미는 지난 16일자 「카타르 공사 하도급대금 14년째 미정산 논란…현대건설 입장은」, 19일자 「현대건설, 카타르 하도급대금 미정산 논란…‘영국법 강제’는 대금 착취 구조인가」를 통해, 현대건설이 카타르 비료공장 건설공사에서 합의타절 이후 이미 이행된 공사에 대해 하자보수까지 완료했음에도 하도급대금을 14년째 정산하지 않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연이어 보도했다. 현지 파트너의 과도한 대금 요구, 전속적 중재조항과 해외 중재 강제라는 계약 구조, 그 결과로 이어진 하청업체 부도와 임직원·가족의 생계 붕괴까지 사안의 윤곽은 상당 부분 드러났다.

 

 

그러나 두 차례의 보도 이후에도 당시 현대건설을 이끌던 김중겸 전 사장과 현재 책임자인 이한우 대표이사 가운데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해결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14년째 이어진 하도급대금 미정산 사안을 두고 과거와 현재의 경영 책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회사 차원의 설명은 여전히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피해자는 분명한데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단순한 ‘무응답’이 아니라, 책임이 존재함에도 설명과 판단이 부재한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으로 확장된다.

 

■ 책임질 자리에 있던 이름들, 그러나 판단은 없었다

 

이 사안이 장기화되는 동안 현대건설의 경영 책임이 공백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정산 문제가 본격화되던 시기 회사의 수장이었던 김중겸 전 사장, 그리고 현재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이한우 대표이사 등, 각 시점마다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던 인물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미 이행된 공사에 대한 대금이 14년째 정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서도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공식적인 판단이나 설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임이 있음에도 결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침묵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키운다. 왜 이 문제는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는지, 왜 피해 회복을 위한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은 어느 단계에서 멈췄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 인수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았다…총수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현대건설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을 담당해 왔다. 그럼에도 장기 미정산 사안은 해소되지 않았고, 문제의 계약 구조 역시 유지됐다.

 

이 지점에서 논의의 초점은 더 이상 개별 사장이나 실무진에 머물 수 없다.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정의선 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에도 지속된 문제라면, 이는 그룹 차원의 관리·점검과 최종 판단의 문제, 즉 총수 책임경영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정의선 회장을 소환할 수밖에 없는 논리는 명확하다. 문제가 발생했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으며, 책임질 자리에 있던 사장들의 침묵이 이어졌다면, 최종 책임은 자연스럽게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자에게로 향한다는 것이다.

 

■ 글로벌 명성의 축적과 이번 사안의 파장

 

현대차그룹은 1970년대 본격적인 해외 진출 이후, 수차례의 실패와 품질 논란, 브랜드 인지도 한계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북미·유럽·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값싼 차’라는 인식을 극복하고 품질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하도급대금 장기 미정산 논란이 현대차그룹이 어렵게 쌓아온 글로벌 신뢰와 명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과 상품성으로 축적한 브랜드 가치가, 협력사와의 거래 구조에서 제기되는 공정성 논란으로 훼손될 경우, 그 파장은 특정 계열사를 넘어 그룹 전체의 글로벌 평판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협력사 보호와 공정거래 여부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이 장기화될수록 현대차그룹의 책임경영에 대한 국제적 평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책임경영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책임경영과 동반성장을 주요 경영 원칙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선택을 했는지로 평가된다. 이행된 공사에 대한 정산, 협력사의 존속과 생계 회복을 위한 조치, 불공정 논란을 낳은 계약 구조의 재점검은 모두 총수의 결단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합의타절 이후 이미 이행된 공사에 대해서는 대금이 정산되는 것이 계약과 거래 질서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전속적 중재조항과 해외 중재 강제가 결합된 구조에서는 수급사업자가 실질적인 권리 구제에 나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구조가 인수 이후에도 유지됐다면, 총수 차원의 판단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이재명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린 다음 질문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글로벌 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재명 정부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와 협력사 피해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기업의 해외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공정거래 원칙과 책임 있는 경영이 전제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이번 사안은 이러한 정책 기조가 해외건설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로 읽힌다. 책임질 자리에 있던 사장들의 침묵, 구조화된 책임 공백, 그리고 총수의 판단이 요구되는 지점까지, 정책과 기업 지배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업계 일각에서는 만약 그룹의 최종 책임자인 정의선 회장마저 이 문제를 책임경영 차원에서 정리하지 못한다면,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글로벌 성과에도 불구하고 왜 끝내 ‘일류 기업’으로 완전히 도약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오래도록 안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이코노미는 다음 보도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글로벌 공정경제 정책이 해외건설 하도급 구조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후속 취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