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무안군이 대형 우수관을 설치해야 할 구간에서 하수관 정비공사를 먼저 진행하며 ‘엇박자 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향후 대형 우수관 공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미 보수한 하수관을 다시 손봐야 하거나, 무안읍 상습 침수 개선 대책의 핵심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안군이 대형 우수관 설치 예정 구간에서 하수관 공사를 선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선 8기 후반부에 접어든 군정의 통제력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군수는 공식 석상에서 부서 간 협업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전 조율 없이 공사가 진행됐고, 관련 부서는 착공 사실조차 공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업’이라는 주문이 조직 전반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23일 무안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군은 무안읍 노후하수관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며 무안교육지원청 뒷길 일대에서 도로 절개 작업에 착수했다. 해당 구간은 497억 원이 투입되는 무안읍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의 핵심 시설인 폭 6m, 높이 2m 규모 대형 우수관 설치 예정지다. 동일 공간에서 두 대형 사업이 동시에 얽힌 구조다.
하지만 하수관로 공사가 굴착 단계에 접어들었음에도 대형 우수관 사업을 담당하는 안전총괄과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총괄과는 공사 착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상하수도사업소는 뒤늦게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군수는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착수보고회에서 실·단·과·소 간 긴밀한 협업을 주문하며 상습 침수 해소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핵심 구간에서 공정이 충돌한 것은 지시와 집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조직 장악력과 공정 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행정에서 수장의 발언은 조직 운영의 기준선이다. 특히 임기 후반부에는 정책 추진력보다 내부 통제와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그 시점에 대형 사업이 같은 공간에서 조율 없이 진행됐다는 사실은 군정 전반의 긴장도가 이완된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 레임덕 기류가 감지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무안군 관계자는 “용역이 진행 중이라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협의가 늦어졌다”며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위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굴착이 시작된 뒤의 수습이 사전 조율의 공백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97억 원 규모의 재해 예방 사업과 25억 원대 하수관 정비사업이 동일 구간에서 충돌한 이번 공정 엇박자는 단순한 현장 혼선으로 보기 어렵다. 대형 사업 간 일정과 공간이 겹쳤음에도 기본적인 협의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는 실무 착오를 넘어 군정 운영 체계 전반의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군정이 이 사안을 ‘행정적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명확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없이 봉합에 그친다면, 예산 낭비 우려는 물론 군정 전반의 통제력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사안은 행정의 긴장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