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압구정5구역에서 발생한 ‘촬영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입찰 과정에서 제기된 무단 촬영 문제로 인해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되면서, 사안의 파장이 실제 사업 진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에 유권해석 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약 1조5000억원 규모 사업의 시공사 선정 일정은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이번 조치는 단순 논란을 넘어 행정적 판단이 개입된 사안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앞서 지난 10일 마감된 입찰에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참여하며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그러나 마감 직후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펜카메라를 이용해 입찰 관련 서류를 촬영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DL이앤씨는 박상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개인의 의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부당한 이득이나 공정성 훼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해당 직원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사안에 대한 기업의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별 행위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여러 추가적인 점검 필요성을 제기한다. 입찰 제안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단계로 평가되는데, 이 과정에서 촬영 시도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절차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 수준과 기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조합 역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합은 DL이앤씨 측에 “절차 중단으로 인한 책임은 원인을 제공한 측에 있다”고 밝히며, 향후 입찰 관련 행정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안의 책임 소재와 향후 절차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비사업 수주 시장 전반의 경쟁 방식과 운영 관행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 정보 확보 방식이나 현장 대응 기준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인의 과도한 경쟁 의욕’이라는 설명과 관련해, 해당 판단이 전적으로 개인 차원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조직 내 경쟁 구조와 무관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의 책임은 사후 조치에 그치지 않고, 유사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는 내부 관리 체계 전반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다.
압구정5구역은 지하 5층~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대형 재건축 사업이다. 상징성과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논란은 개별 사업지를 넘어 향후 정비사업 수주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정성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이번 사안은 절차의 적정성과 운영 기준에 대한 사회적 기대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묻고 있다. 유권해석 결과와 향후 조치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정비사업 시장의 기준과 인식 역시 일정 부분 재정립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특정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 공정 경쟁의 기준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합의와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한,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