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천=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최호성(45)의 스윙이 24일 끝난 '제61회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대회 마지막 날 최민철, 사이먼 예이츠(스코틀랜드)와 함께 챔피언 조로 가장 마지막에 출발한 최호성은 자신만의 특이한 폼으로 갤러리들은 물론 대회 중계 방송을 지켜 본 수많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스윙 폼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특이한 폼이다. 감히 투어 프로의 폼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폼이다. 투어 프로라고 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스윙이 완벽하고 교과서적인 폼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호성의 스윙 폼은 골프를 갓 배우기 시작한 초보 골퍼도 흉내내기 어려운 상상 초월 폼이다. 따라 하고 싶어고 쉽게 따라 할 수도 없는 기이한 폼이다. 전국의 어떤 골프연습장에서든 그렇게 스윙 폼을 하는 골퍼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폼이다.
가장 큰 특징은 임팩트 후 피니시 동작에서 오른 발을 높이 들어올린다는 것. 흡사 드라이버를 들고 춤을 추는 동작 같기도 하고 발레 동작 같기고 하다.
그의 스윙은 스탠스부터 유별나다. 타깃보다 10도 이상 오른쪽으로 정렬해 선다. 대개 타깃과 평행하게 서는 일반적인 스탠스와는 다르다. 그런 다음 클럽헤드를 약간 엎어서 바깥쪽으로 뺀다. 톱 스윙에서 내려 오는 다운스윙, 특히 임팩트 순간의 자세는 교과서적이다. 보통 골퍼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공을 치고 나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때로는 무릎을 굽히기도 하고, 왼쪽 다리를 들고 한 바퀴 회전하기도 한다. 허리를 옆으로 90도 가까이 꺾기도 한다.
그런데도 공은 똑바로 멀리 나간다. 이번 대회에서도 3라운드에서 박상현, 4라운드에서 최민철과 동반 라운드를 할 때 두 선수보다 드라이버 티 샷으로 공을 똑바로 더 멀리 친 때가 많았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자세가 불안하니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다.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그 때문에 4라운드에서 여러 번 보기를 했다. 그게 다 그의 특이하지만 일관성이 부족한 스윙 폼 때문이다.
그는 또 “임팩트 순간 최대한 머리를 공에 고정하며 많은 힘을 싣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활동하는 일본 투어에서는 낚싯대를 들어 올리듯 클럽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한다고 해서 낚시꾼 스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팩트 순간에 최대한 힘을 싣는 데 주력하다 보니 동작이 좀 우스꽝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버디 퍼트를 비롯해 중요한 퍼트가 들어가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허공에 어퍼컷을 날린다.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 거의 그린 위에서 데굴데굴 구를 듯한 과도한 동작을 하기도 한다. 샷을 한 뒤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볼 때도 몸동작이 유난히 크다.

이런 최호성의 리액션에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호성의 팬이 됐다는 사람도 많고 '최호성 때문에 골프 중계방송을 끝까지 봤다'는 팬도 있다.
최호성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동작"이라면서도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호응을 해주시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최호성의 스윙은 해외에서도 화제다. 아시안 투어는 공식 트위터에 최호성의 스윙 영상을 올리고, 최호성에 대해 '피셔맨(낚시꾼)이라고 썼다. 미국 골프채널은 최호성의 영상을 올리고 "세계에서 가장 웃기는(craziest) 스윙"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골프위크도 “최호성의 스윙은 매우 이상하고, 재미있다. 그는 두려움 없이 클럽을 던지는데 그 (낚싯대) 스윙으로 큰 돈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위크는 “최호성이 우승 또는 준우승을 한다면 (대회가 열리는) 카누스티에서 큰 화제가 될 것이다. 골프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최호성은 이날 대회 결과 공동 5위에 그쳤다.
세계 랭킹 2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리고 “나도 오늘 한 번 해 봐야겠다”고 썼다. 미국 골프팬은 트위터에 “가장 이상한 스윙이지만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
그가 2008년 투어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을 때도 장애를 극복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건설현장 인부, 배달 등 일용직을 전전하다 26세 때 골프장 허드렛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골프장에서 잡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휘둘러본 골프 클럽에 끌려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마침내 투어 프로가 됐다. 그는 "워낙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골프라서 골프 경력이 이제야 겨우 20년"이라면서 "그래서인지 아직도 현역으로 뛸 힘이 충분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늦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KPGA 2승을 거뒀다.
그는 최근 일본 투어에 전념하느라 출전권을 잃어 이번 한국오픈에 예선을 통과해 참가했다. 672명이 18장의 티켓을 놓고 치른 예선대회에서 마지막 홀 칩인 이글이 들어가 그야말로 막차로 합류했다. 그리고 2라운드 후 선두로 나섰고 3라운드 후 최민철에 2타 뒤진 2위로 마지막 날 우승에 도전했으나 아깝게 실패했다.
이날 대회장에 온 많은 갤러리들은 최호성을 열렬하게 응원했다. 그동안 갤러리들에게 큰 웃음거리가 없던 대회장에 최호성은 큰 웃음을 선사했다.

최호성은 장인을 캐디로 쓰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장인 황용훈(64) 씨는 최호성 선수의 백을 맨 지 10년 안팎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황 씨는 나흘간 최호성의 클럽백을 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