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CONOMY 이민기 기자 | “작년에 해체됐던 팀을 올해 다시 새로운 팀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여주시민축구단’이 아닌 ‘여주FC’로 2021 시즌을 시작한 심봉섭 감독의 소감이다.
여주FC는 14일 여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4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올해 K4리그에 프로 B팀으로는 처음 참가한 강원FC B팀에 1-4로 패했다. 이날 여주는 후반 초반까지 1-1로 강원과 팽팽하게 맞섰지만, 이후 연달아 3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비록 첫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심 감독과 여주FC 선수단은 경기를 뛸 수 있는 지금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들은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팀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었다. 올해 초까지도 팀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맘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여주시체육회가 창단 3년차 여주시민축구단의 해체를 결정했다. 당시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선수단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해체를 결정한 이유에는 구단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팀을 아예 없애버리는 결정은 선수들에겐 너무나도 가혹했다.
갑작스럽게 팀이 해체된 상황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지역 동호인들이 뜻을 모아 ‘여주FC’라는 새로운 팀을 창단했다. 여주에서 나고 자란 심 감독은 “고향의 축구 팀이 없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재창단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랴부랴 새 팀을 꾸렸지만 짧은 기간 동안 새 시즌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심 감독은 “1월까지도 여주FC로 리그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2월 초에 비로소 가닥이 잡혔다. FA컵 신청을 해서 1라운드 경기(3월 7일) 2주 전 숙소를 구하고 선수들을 선발했다. 하지만 시기도 늦었고 코로나 상황 때문에 선수 기량에 대해 확실히 알고 뽑지 못했다”며 빠듯했던 일정 속 선수 선발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팀 해체 결정 이후 사회복무요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팀을 떠나거나 축구를 그만 뒀다.
현재 여주FC는 사회복무요원 선수들을 포함한 기존 선수 9명에 새로 선발된 21명을 더해 총 30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여주에 몸담고 있는 수원FC 출신의 채선일은 “해체와 재창단이라는 어수선한 과정을 겪으면서 환경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선수들한테도 부담이 작용했다. 새로운 선수들과 훈련도 아직 3주 밖에 하지 못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말했다.
리그 첫 경기를 치렀지만, 여주FC의 K4리그 정착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여주FC는 진정한 시민구단으로서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민들과의 유대감을 쌓기 위한 지역 밀착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지역의 중고등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와 경기 운영을 도왔다. 채선일은 “경기가 없는 날에는 (사회복무요원을 제외한) 선수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있다”고 말했다.
팀 운영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는 한편 후원기업도 물색 중이다. 심 감독은 “후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여러 기업체들과 대화 중이다. 아직 확정된 곳은 없지만 K4리그에 참가하게 된 만큼 팀에 대한 관심은 늘었다”며 희망 섞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심 감독은 여주를 대표하는 팀으로 시즌에 나서는 것 자체가 감개무량하다. 그는 “이런 소도시에 시민구단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원래 어렵다. 해체된 팀을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기적이다. 저번 FA컵 경기를 치르면서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며 웃음 지었다.
팀의 경기력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심 감독과 선수들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다. 심 감독은 “선수들 간 호흡은 시간이 필요하다. 3개월 정도는 결과보다 부상 당하지 않으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팀의 해체와 재창단의 모든 과정을 함께 겪은 채선일도 “후반기로 갈수록 선수간 호흡이나 체력적인 면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후반기 도약을 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