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이원태 | 용은 12지신 중 큰 희망과 성취,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존재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변화를 수용하고 기회를 찾는 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새해 아침을 희망으로 열지 않은 해가 있었는가?
2024년은 윤년이자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용은 하늘을 나는 신비로운 존재로, 큰 희망과 성취 그리고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12지신 중 하나다. 용은 눈부신 모습과 함께 삶의 활력과 용맹한 에너지를 대표하는 동물로 2024년도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변화를 수용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터키 속담이 있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과
편함을 보지 말고 꾸준히 건강을 챙겨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 의지로 인해 매
년의 각오가 무위에 그치지 않도록 올해는 과감한 결단력과 자제심을 가지도록 하자.
2024년은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 하루하루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막연히 어떻게 잘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평소 건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고 싶었던 운동을 오
래 할 수 있도록 약속하자.
‘오늘이 남아있는 삶 중 가장 젊은 날이며, 육체적으로 최고의 상태’라는 긍정적인 마음
이 또 한 해의 ‘다사다난’을 버티게 해 줄 에너지가 될 것이다.
골퍼로서의 새해 결심이나 소망은 대부분 간단하게 일치한다. 싱글 핸디와 장타왕이
다.
이를 위해 올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골프의 원년이라 생각하고
①책임골프를 완성하기 위해
②체력 보강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③평생을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는
한 해로 만들어보자.
1. 스스로 책임지는 ‘책임골프’ 완성하기
책임골프(responsible golf)란 골퍼의 의식과 행동을 자신이 책임져 더 좋은 골프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골퍼는 분명 손님(고객)이지만 자신의 행동이 이웃과 골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골프는 수많은 변수가 동반되는 야외 스포츠로 기량을 겨루는 실력보다 서로의 안전과 매너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로 안착시켜야 한다.
최근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안전사고는 예년보다 2.2배나 증가하였다(한국레저산업연구소). 2021년 국내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세계 2위로 골프 국가 일본의 골프 인구 520만 명을 추월하면서 골프장 이용객도 폭발적으로 급증했는데, 정작 사고를 대비한 관리강화나 시설 안전 조치는 미비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체육시설 설치 법령에 골프장 안전 시설물 설치 규정이 있지만, 규정 자체가 미흡하고 골프장 자율에 맡기고 있기에 안전대책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골프장이 의외로 많다. 특히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발생하는 사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골퍼들이 너무 쉽게 골프에 입문하는 탓에 기본 예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필드에 나와 책임골프를 하지 않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의 안전에는 별도의 규정은 없으나 골프에서 강조하는 매너를 지킨다면 모두의 안전도 지켜진다.
유연성도 근력에서 나온다 |
2. 체력 보강에 더 많이 투자하기
문화관광부가 조사한 2022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금전적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하고 싶은 종목’ 1위가 골프였다. 다음은 수영과 요가·필라테스·태보, 승마, 수상스키·웨이크보드·윈드서핑 순이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는 운동은 걷기(36.8%), 보디빌딩(12.8%), 등산(10.5%) 순이었는데, 골프는 걷기와 등산이 모두 포함된 운동이다. 골프는 기초체력이 따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는 체력증진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도록 한다. 건강한 운동의 출발은 하체의 단련에 있다. 특히 근육량이 계속 줄어드는 시니어 골퍼들은 올해 하체 단련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자.
①핑거링(finger ring) 테스트
손쉽게 근육량을 평가할 수 있는 핑거링 테스트를 소개한다. 핑거링은 양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만든 동그라미를 말한다. 성인의 핑거링 둘레는 30~32㎝ 정도이며,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다리 종아리 중 가장 굵은 부위를 감쌌을 때, 종아리가 핑거링보다 굵은 경우, 딱 맞는 경우, 헐렁한 경우,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핑거링 테스트에서 딱 맞는 경우는 근 감소증 위험이 2.4배, 헐렁한 경우 6.6배로 나타났고 이 경우 사망률이 3.2배 높았다. 따라서 종아리가 핑거링보다 가는 골퍼라면 하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넓은 보폭에 빠른 걷기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키우도록 노력한다.
②5회 반복 일어서기 테스트
의자에서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5회 반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고 근육의 노쇠 정도를 파악하는 테스트다.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기록한 5회 반복 기립 테스트 결과를 분석하면, 60대는 11.4초 이내가 기준치다. 걸린 시간이 짧을수록 근육과 운동 기능이 튼실한 것으로 평가한다. 70대는 12.6초, 80대는 14.8초 정도다. 60세 이상에서 12초를 넘어가면 근육이 부실하다고 평가하며, 17초 이상 소요되면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입원 및 사망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 근육량의 70%를 차지하는 곳이 하체다. 하체 단련을 위해 보행 속도가 떨어진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 2회 한 시간 근육 운동을 수행하게 한 결과 1년 후 근육이 5.5%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③신체 균형 감각 테스트
하체 근육을 바탕으로 한 균형 감각을 측정하는 테스트로 시간대별로 나이 기준이 정해져 있다.
평평한 바닥에서 서서 양팔을 벌려 옆으로 쭉 뻗는다. 그 상태에서 눈을 감고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면서 시간을 측정한다. 총 3번 측정한 다음 평균값으로 구한다. 20대 80초 이상, 30대 75초 이상, 40대 50초 이상, 50대 35초, 60대 19초 이상, 70대 5초 이상이 정상범위다.
나이가 들면서 근력과 유연성, 순발력은 점차 저하되지만 같은 나이지만 노화의 속도는 현저히 다를 수 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순 없지만, 노력에 따라 신체 나이를 어리게 만들 수는 있다. 반복 훈련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젊어져 보자.
3.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자.
습관은 제2의 천성(天性)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갖는 성질이 제1의 천성이라면 내가 성장하면서 만드는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 같은 행동을 오랫동안 반복하면 하나의 습관이 만들어진다. 한번 습관이 형성되면 인간은 그 습관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게 더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매일 취하는 행동의 약 43%가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이다. 다시 말해 습관은 아무 생각 없이도 기계적이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자동 조종 장치’ 같은 것이다. 이 장치가 좋은 방향으로 사용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절대 하지 않기를 바라는, 해서는 안 될 일에 작동하면 때론 큰 낭패가 아닌가. 그래서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이 천성이자 내 본성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의외로 습관을 바꾸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바빠서’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현대인에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으니 늘 하던 방식대로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고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골프에서도 그렇다. ‘골프’ 하면 매너와 에티켓이다. 사실 라운드하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인상을 동반자에게 심어준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나 다 알지만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거기에 많은 골퍼가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골프에 입문하며 매너와 에티켓을 배우고 익힐 시간이 부족하니 공을 멀리 보내는 것에만 치중한다. 그래서 바쁘다.
바쁘니 새로운 습관을 들일 여유와 시간이 부족하고, 그러니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 그저 플레이에서만 나오면 다행인데, 이러한 나쁜 습관들은 부주의가 되고, 이는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골퍼 스스로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 좋은 습관은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나쁜 습관은 버리도록 한다. 과도한 내기를 자제하고 라운드 도중 앞뒤 팀과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샷은 천천히 걸음을 빠르게’ 하며 카트 운전을 한다면 곡예 운전 등 안전불감증과 관련된 행동은 삼가도록 하자.
골퍼가 캐디 눈치도 좀 봐야 하는 이유
무려 5시간 동안 별말 없이 도우미 역할을 하는 캐디에게 골퍼들은 잡담하면서 라운드를 즐기지만, 캐디는 직업정신으로 동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어 보고 있다. 먼 거리지만 단박에 OB를 판단하고, 스코어 및 퍼트 수, 스코어 오기, 오비나 해저드 구역 내에서 알까기 및 미심쩍은 행동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골퍼의 행동을 손금 보듯 훤하게 파악하면서 단지 입을 열지 않을 뿐 침묵하는 캐디의 뇌리엔 그날 골프의 모든 것이 스캔된 것처럼 저장된다. 여기에 점수 기록 시 한 타라도 줄여보겠다는 골퍼의 볼썽사나운 행동까지 상대하면서 골퍼의 습성을 기억하고 있다. 점수에 그치지 않고 골퍼의 무례, 인성, 습관, 패션까지 캐디에게 저마다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동반자보다 때로는 캐디가 더 두려운 이유다.
얼마 전 동여주 체력단련장에서 만난 캐디는 만약 캐디로 보조하면서 남편감을 고르라 하면 단 두 라운드 만에 하늘이 두 쪽 나도 이혼하지 않을 배우자를 고를 자신이 있다고 했다. 캐디 생활하며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얻었다고 한다.
골퍼들은 캐디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 게 좋을까. 양심적으로 매너있는 행동을 통해 골프를 즐긴다면 라운드 내내 즐거움과 함께 존경받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골퍼가 캐디 눈치도 좀 봐야하는 이유는 캐디가 아니라 골퍼 본인을 위해서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스콧 애덤스가 ‘더 시스템’이라는 책에서 말한 골프의 매력은 싱글 타수나 장타왕이 아니라 ‘친목 도모’였다.
그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만나 푸르른 잔디가 깔린 넓은 필드에서 자유롭게 걷고 바람을 즐기는 단 하나의 스포츠로 서로를 응원하고 경쟁하는 그것이야말로 정말 멋지고 설레는 일’이라고 했다. 본인이 평생 할 운동으로 골프를 골랐다면 즐기면서 시작하자.
한편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거미집〉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전여빈은 눈물의 소감에서 ‘중꺾그마’라는 표현을 썼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말이다. 연약한 잡초도 한겨울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연약함에도 차가운 얼음을 뚫고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이니, 그 잡초를 밟으며 골프를 치는 우리는 그보다는 조금 더 강직해져 보자.
이제 희망찬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힘차게 출발했다. 골퍼들이 저마다의 본질을 지키면서 변화무쌍한 혹한과 혹서기를 이겨낼 체력을 보강하고 실력을 갖춰, 늘 그렇듯 다사다난할 2024년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확신하며, 힘차게 응원한다.
‘성공한 골퍼’라면 확 와닿는 골프 격언들’ - 스콧 애덤스
-벤 호건, 메이저 9승, PGA투어 63승.
- 게리 플레이어. 70세. 통산 250승
- 유진 R. 블랙. 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