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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LOVE

ⓒ골프가이드 2월호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2023시즌 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의 주인공은 함정우였다. 그를 표지모델로 선정하면서 대상 소감과 여러 자료 등을 찾아봤다. 묘하게도 대상 수상 소감에서 “저희 남자 골프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사랑해주시고…”라는 부분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잡아본 표제가 GIVE LOVE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면 당신은 이미 KPGA코리안투어의 팬일 것이다. 올해 조금 더 사랑을 보내줄 것으로 믿고 보내드린다. 갸웃했다면? 살려는 드릴 테니 약속 하나 하자. 올해 한국 남자 골프 중계를 ‘작년보다 딱 1경기만 더’ 시청하기로.


날지 못해도 좋다
올 시즌 특유의 집중력과 함께 장기인 아이언샷 능력을 바탕으로 시즌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함정우는 우승 1회를 포함해 총 11회나 ‘톱10’에 진입하며 대상 수상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대상 포인트는 6,062.25점, 2위 이정환(5205.02점)과는 꽤 격차를 벌렸다. 대상 특전으로는 보너스 상금 1억 원과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차량이 지급됐고, 코리안투어 시드 5년과 DP월드투어 시드 1년, PGA투어 Q스쿨 최종전 직행 자격도 챙겼다.


이중 Q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은 이미 사용했다. 첫날 공동 10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는 공동 45위.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 출전권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함정우는 지난 1월 미국으로 건너가 바하마 샌덜스 에메랄드베이 골프코스에서 열린 콘페리투어 개막전 ‘바하마 그레이트 엑서마 클래식’에 출전했지만, 2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에 머물렀다. 1·2라운드 합계 1오버파 145타를 친 그는 컷 기준(1언더파 143타)을 넘지 못하면서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다음 대회인 콘페리투어 ‘바하마 그레이트 아바코 클래식’에도 출전하는 등 2월까지는 미국에서 대회 출전과 연습을 병행하는 함정우가 어떤 성과를 내고 돌아올지는 이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는 1월 21일에는 알 수가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건 2023시즌 KPGA코리안투어 대상을 수상한 그가 미국 무대를 찐하게 경험하면 할수록 올 시즌 KPGA코리안투어가 더 볼만해질 것이라는 거다.

 


“함정우의 2023년? 50점짜리”
박상현은 시상식 전 토막 인터뷰에서 2023시즌 함정우에게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50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말 열심히 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인데 단 1승에 그쳤다는 게 아쉬워서 절반의 점수를 줬다는 의미였다.


박상현의 말대로 단 1승이기는 해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의 우승은 대상 수상에는 결정적이었다. 대회 사상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자, 최경주(2011·2012년 우승) 이후 이 대회에서 2승을 차지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우승상금 2억5천만 원은 개인 통산으로도 가장 큰 금액이었고, 2024~2026년까지의 시드권과 1천 점의 제네시스포인트가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반면 박상현의 말처럼 함정우는 더 큰 가능성과 기량을 지닌 선수다. 2016년 프로로 전향한 함정우는 2018년 KPGA투어에 합류했고, 13개 대회에 출전해 10회의 컷 통과와 3회의 TOP10 진입으로 루키 시즌 1억2,400만 원을 획득(상금 순위 31위)하면서 신인상(명출상)을 받았다.


첫 우승은 2019년이다. KPGA투어 데뷔 이후 18번째 출전 만에 얻은 성과였다. 2019년 5월 열린 ‘SK텔레콤 오픈 2019’에서다. 이 대회에서 함정우는 나흘 모두 언더파를 기록했는데, 심지어 66-66-70-69타로 3일 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6자’를 그린 기염을 토했다.


그런 함정우가 지난 202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원래’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 것이 최종 꿈이었다”고 했다. ‘원래’라는 단어와 꿈‘이었다’는 말이 왠지 씁쓸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시 큰 꿈 한번 꿔보자
함정우는 ‘어차피’ 2023시즌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2024년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 출전권도 받았다. DP월드투어와 PGA투어의 공동 주관 대회인 만큼 여기서 우승이라도 한다면 바로 미국행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작년에 큰 화제가 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돌아온 천재’ 김영수도 많이 깨지고 돌아왔다. 우리가 PGA에서 성과를 내는 선수들에게만 시선이 빼앗긴 와중에 이러한 사례는 수두룩하게 많이 쌓이고 있다.


“PGA투어에서 오랫동안 롱런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선수로서의 최종 목표인 함정우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인물이 필 미켈슨인데, 실제 함정우의 롤모델도 필 미켈슨이란다. 1994년생인 함정우도 벌써 29세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롱런’하는 선수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다. 세계 무대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회를 잡은 올해, 그가 최대한 많이 부딪히고, 깨지고, 확인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올 시즌, 함정우의 부탁대로 한국 남자 선수들에게도, “시상식 후에는 돌아가 육아하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도록 하겠다”는 함정우에게도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겠다.

 

ⓒ골프가이드 2월호

EDITOR 박준영 PHOTO 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