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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노년에 넘어지면 인생도 무너진다. 가벼운 낙상도 죽을 수 있다

 

가을이다. 가을은 어느 때보다 골프를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낙상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골프를 치다 넘어지거나 카트에서 떨어지면 골절이 생기기 쉽다. 노년에 골절을 당하면 낭패를 당한다. 때로 가벼운 낙상 사고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낙상으로 운동이 부족해지면 결국 근육 손실을 가져오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 감소는 35세부터 완만하게 일어나다가(매년 0.7%씩) 60세부터 두 배 이상 (매년 2%씩) 빠르게 진행된다. 80세의 근육은 60세 근육의 절반 정도다. 근육이 부족하다면 더 큰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부상으로 입원하면 근육을 자극하는 활동이 없어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입원 환자의 근육은 일주일에 10%씩 이상 감소한다. 한 달만 누워 있어도 입원 전에 비해 근육이 50%나 줄어든다. 이는 결국 근육 부족으로 자신의 의지로 일어날 수도 없게된다. 근육이 소실되면 몸에 큰 변화가 생긴다. 70세 이상 골퍼가 낙상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변화는 급속히 진행된다. 특히 엉덩이뼈나 고관절이 부러지면 두 달이 지나도 누워 뒤척일 수조차 없기에 대부분 사망으로 이어진다.

 

낙상(落傷)은 넘어지거나 미끄러져서 뼈가 금이 가는 상처를 말한다. 넘어져서 다칠 경우 가벼우면 찰과상, 심하면 열상, 골절,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근력과 균형 감각이 약해지고 뼈가 약해지는 시니어 골퍼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주요 낙상 골절 부위로는 대퇴골(넓적다리뼈), 척추, 고관절, 손목 등이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가벼운 낙상으로도 심한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낙상은 생각보다 큰 부상이다. 인간은 체중이 보통 50kg 이상으로 동물 중에서 무거운 편으로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엄청나다. 특히 다리가 두 개밖에 없기에 더 넘어지기 쉽다. 따라서 인간의 사고사 원인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사망 사례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연령별로는 시니어층이, 직업별로는 건설 노동자, 등산가, 운동선수(골프 포함) 등이 낙상의 위험이 높고 더 큰 부상을 입는다.

 

가을비에 약간의 안개가 서린 새벽 경기도 여주의 

OO골프장에서 유 모(70세) 씨가 2번 홀에서 드라이브 티샷을 했다. 그러나 유 씨는 분실된  공을 찾기 위해 비탈진 경사로를 내려가다 비에 젖은 낙엽을 밝고 넘어지는 낙상사고로 약 5m 언덕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엉덩방아를 찧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했다. 곧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결국 고관절 골절(골반과 허벅지뼈가 만나는 부위)로 꼼짝없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고관절이 부러지면 사망률이 70% 정도로 치명적이다. 합병증 때문이다. 회복될 때까지 장기간 누워 지내야 하기 때문에 합병증이 흔히 발생한다.

 

고관절 골절은 최근 발표된 한국인 '질병부담' 순위에서도 7위에 진입, 간암과 위암보다도 높았다. 특히 고관절은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때 골절되기 쉬운 부위이지만 요즘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고관절이 골절된 적 있는 50세 이상 사람들은 1년 내 사망률이 남성은 22%, 여성은 17%에(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달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여 발생하는 낙상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낙상은 넘어지는 방향에 따라 신체가 받는 충격이 차이가 난다. 앞으로 넘어지는 낙상 사고라면 충격이 손과 무릎으로 분산되어 체중의 2.5배 정도 되며 뒤로 넘어지는 낙상사고라면 충격이 엉덩이 쪽에 집중되어 체중의 4배 정도가 된다.

 

특히 라운드 도중 넘어지는 경우는 주로 분실구를   찾기 위해 언덕을 내려가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낙상 환자 중 5, 60대는 주로 손이나 팔, 어깨를 다친다. 70대 이상의 낙상 환자라면 고관절, 척추를 다치는 환자가 많다. 때로는 무릎, 팔꿈치 등의 관절이 골프 카트 승하차 때 넘어져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골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70대 이상의 시니어골퍼들은 노화에 의해 균형감각이  떨어져 낙상 사고가 날 때 바로 손으로 바닥을 짚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골절상을  입는다.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 1년 이내 사망률 20%

고관절 골절은 시니어골퍼에게 나타나는 심각한 골절로 단순한 엉덩방아로도 발생할 수 있다. 주로 발생하는 부위는 엉덩이뼈와 연결되는 대퇴골의 머리 근처이다. 고관절 골절은 발생 직후 바로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고관절이 골절된 후 즉시 치료받지 않으면 폐렴, 욕창, 혈전에 의한 심장마비,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합병증으로 인해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약 20%에 달한다. 고관절은 체중 대부분이 전달되는 곳이기 때문에 나사못으로 골절 부위를 고정하거나, 필요에 따라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엔 2, 3일 동안에는 안정을 취하며 통증을 조절한다. 이때 휠체어 보행 및 기립 운동을 시작한다. 재활 프로그램에 맞추어 회복이 잘 되는 경우에는 상처 치료가 끝나는 2주 정도 후면 보행기를 잡고 병동에서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다.

 

낙상으로 인한 척추압박골절, 5년 내 사망률 70%

척추압박골절(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낙상 등으로 척추뼈가 골절되는 질환) 등을 앓았거나 평소 허리가 안 좋은 사람은 가을 및 겨울철에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낙상으로 인해 척추가 골절된 경우 5년 내 사망률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때의 충격으로 척추가 압박 받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주된 증상은 심한 허리 통증이며 골절로 인해 신경이 마비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나 통증이 줄어들 때까지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척추압박골절 역시 장기간 누워 있으면 욕창, 폐렴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치료를 위해 일찍 내원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척추뼈를 통증 거의 없이 원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다.

손목 골절도 낙상 질환 중 하나다. 손목 골절은 라운드 도중 넘어질 때 손을 땅에 짚으면서 발생하는데, 손목이 골절되면 통증이 나타나고 붓기 시작하면서 피멍이 생긴다. 손목골절은 뼈가 부러지자마자 제대로 치료 받아야 손목 변형이 안 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어 통증과 부종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라운드 중 낙상으로 인한 골절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운동을 통해 기초 체력을 강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라운드 전 준비운동을 해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등 올바른 골프 습관만 지키면 건강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을 붙잡고 일어나거나 천천히 일어나는 방법을 교육해서 낙상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약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어지러움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복약 지도가 필요하다. 시력과 청력을 교정하는 것으로도 효과적으로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낙상 사고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여 충분한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하도록 한다.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이 길어져 골퍼 스스로와 주변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추운 계절 낙상 예방을 위해 몸을 따뜻하게 두꺼운 옷으로 보온에 신경 쓰는 것도 골절 예방에 좋은 방법이다.

여성 시니어 골퍼의 경우 폐경기에 에스트로겐의 양이 줄고 골밀도 감소가 시작되므로 1, 2년에 한 번씩 골밀도 검사를 받고 뼈 건강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다. 평소 꾸준한 운동은 골밀도 향상에 도움이 되며 중년 이후 골밀도 감소 속도를 줄여준다. 스트레칭, 소도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 골프에서는 카트보다 걷기와 수영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낙상은 예방할 수 있다. 운이 나빠 넘어진 게 아니라 예방하지 않아 넘어진 것이다

부상에 대한 최선의 대처 방법으로 통증이 시작되면 바로 골프를 잠시 쉬는 것이다. 최소한 통증이 사라질 때 까지. 그러므로 아프면 쉰다. 운동 전 반드시 스트레칭한다. 공보다 안전이다. 라운드 도중 분실구는 찾지 않는다. 골프는 즐기는 것이지 통증까지 참고 인내하면 안된다.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가을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누가 뭐라해도 ‘천고마비의 계절’이자 골프의 계절이다. 라운드를 통해 얻는 기쁨은 그동안 고생한 만큼 보상을 주기도 한다.

라운드 도중 낙상 사고를 당했다면 급하게 일어나려고 하지 말고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살펴본다. 그런 다음 주변에 있는 고정된 지지물에 의지해 천천히 일어난다. 만약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면 골절을 의심한다. 이때 동반자(캐디)를 부르거나 직접 119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여 병원을 찾도록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으로 가을 골프 라운드에 임하자.

 

이원태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