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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험금 지급은 거절, 기록은 계약자에게 불리하게…KB손보 ‘고객 우롱’의 작동 방식

해지 통보 문구에 덧칠된 사실관계
“확인했다”는 말, 드러난 거짓말
설계사 반박으로 확인된 내부 모순
책임은 떠넘기고 기록만 남겼다
통화 녹취·문자가 밝힌 보험금 회피

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KB손해보험의 반복된 책임 회피 행태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감사당국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사안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보험사가, 질병 발생과 보험금 청구 이후에는 해석 기준을 바꿔 지급을 거절하고, 언론 보도 직후에는 계약 해지까지 통보한 정황이 단순한 실무 착오나 개별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이코노미는 지난 5일 1탄 「KB손보 보험금 지급 논란… ‘문제없다던 계약, 질병 오자 달라졌다’」를 통해, 고객이 병력과 치료 사실을 고지했음에도 이를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후적 고지의무 적용 관행을 짚었다. 보험사의 위험 인수 책임은 사라지고, 부담은 전적으로 계약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였다.

 

이어 6일 보도한 2탄 「보도 나오자 계약해지… KB손보, 보험금 분쟁에 ‘책임 회피 시스템’ 가동했나」에서는, 언론 보도 직후 계약 해지 통보가 이뤄진 사례를 통해 보험금 분쟁 발생 시 조직적으로 출구 전략을 가동하는 내부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3탄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대응이 단순한 실수나 해석 차이를 넘어,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고객을 압박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조직적 대응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는 실체를 집중 조명한다. 동시에 이 사안이 금감원 조사 및 감사원의 직권 감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지이코노미는 KB손해보험(대표이사 사장 구본욱)이 한 계약자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피하는 과정에서, 문자 통보–내부 전달–보상 심사–설계사 확인이라는 일련의 절차를 통해 계약자에게 불리한 기록을 축적하는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닌지, 관련 통화 녹취와 문자 기록을 토대로 그 실체를 추적했다.

 

■ “응급실 내원·검사·약물치료”…해지 통보 문구부터 ‘프레임’이 달랐다

 

사건의 출발점은 KB손보가 계약자 A씨에게 발송한 계약 해지 통보 문자다. KB손보는 A씨가 보험 가입 전 3개월 이내에 “한양대병원 통원, 심부전, 응급실 내원하여 검사 및 약물치료(라식스정 처방)”를 받았음에도 이를 청약서 질문표에 알리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문제는 이 문구의 결합 방식이다. A씨가 다투는 핵심은 ‘응급실 내원 및 검사’ 자체가 아니라, 라식스정(이뇨제) 처방을 고지했는지 여부였다. A씨는 “응급실 내원 사실과 검사 사실은 가입 당시 이미 모두 설명했고, 관련 녹취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KB손보의 해지 통보 문구는 ‘응급실 내원·검사’와 ‘약물 처방’을 하나로 묶어, 마치 응급실 내원 사실 자체까지 숨긴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구조로 작성됐다. A씨는 이를 두고 “라식스 처방 하나만으로는 향후 분쟁에서 KB에 불리할 수 있으니, 응급실 내원·검사까지 포함해 고지위반의 외연을 넓힌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 “우리는 통보 받은 대로”…확인도, 정정도 없는 ‘전달 체계’

 

A씨가 즉각 항의 전화를 건 곳은 문자에 적힌 GA계약변경센터였다. 통화에서 담당 실장은 A씨의 문제 제기에 대해 “보상 부서에서 통보받은 내용을 그대로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가 요구한 것은 해지 결정 번복이 아니라, 사실관계가 다른 문구를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럼에도 센터 측은 “사실관계를 따져도 해지 결정은 바뀌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설계사를 통해 계약 부서에 민원을 제기하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고객은 “사실이 다르다”고 말하는데, 회사는 “어차피 해지”라며 사실관계 확인과 기록 정정을 뒤로 미루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사실과 다른 문구가 공식 기록으로 남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됐다고 말한다.

 

■ 보상과 통화에서 드러난 설명 방식…라식스정은 ‘심부전 치료제’인가

 

의혹은 KB손보 보상과와의 통화에서 한층 증폭된다. 보상과 담당자는 A씨에게 “가입 당시 3개월 이내 치료·투약 사실을 고지해야 했는데 이 부분이 누락됐다”며, 그 근거로 “지난해 6월 15일 응급실 내원 당시 라식스정을 처방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약물에 대한 설명이다. 담당자는 라식스정을 “주로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에 쓰이는 약재”라고 안내했다. 이에 A씨는 “라식스정은 소변 배출을 돕는 이뇨제로, 응급실 상황에서 한 알만 단회 처방됐다”고 반박했다.

 

보험 계약에서 고지의무 판단은 약물의 성격, 복용 기간,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럼에도 단회 처방된 이뇨제를 ‘심부전 치료 약재’로 설명할 경우, 고객에게는 중대 질환 약을 상시 복용한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 A씨가 “사람을 속이는 설명”이라고 강하게 항의한 배경이다.

 

■ “설계사에게 확인했다”는 설명…설계사는 “통화한 적 없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보상과 담당자의 다음 발언이다. 담당자는 “조사 과정에서 고객이 설계사에게 모두 고지했다고 말해, 설계사에게 확인했는데 ‘고지를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고 A씨에게 안내했다.

 

그러나 설계사와 A씨의 통화 내용은 이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설계사는 “KB에서 전화가 한 번 왔으나 받지 못했고, 문자만 확인했을 뿐 실제 통화나 확인 절차는 없었다”고 밝혔다. A씨가 “KB에서는 통화를 했다고 하던데, 내가 병원 간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설계사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즉, KB손해보험 측은 고객에게 “설계사에게 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설계사 본인은 확인 과정 자체가 없었다고 증언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전달 착오나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내부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마치 확인이 완료된 것처럼 고객에게 안내됐다면, 사실관계를 불리하게 굳히기 위한 설명이 의도적으로 선택·가공됐을 가능성, 다시 말해 조직 차원의 은폐 또는 책임 회피 정황까지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연’이라 보기 어려운 흐름…기록은 남고, 책임은 사라졌다.

 

문자 통보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센터 대응, 보상과 설명, 설계사 확인 논란으로 이어지는 동안 한 방향으로만 작동했다. 해지 통보 문구는 핵심 쟁점을 넘어 고지위반의 범위를 인위적으로 넓혔고, 내부 전달 과정에서는 사실관계 확인과 정정 요구가 의도적으로 차단됐다. 보상 단계에서는 약물의 성격이 과장된 설명으로 치환되며, 계약자에게 불리한 해석만 누적됐다. 결정적으로 “설계사에게 확인했다”는 핵심 설명마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이 일련의 대응이 우연이나 착오가 아닌 구조적 작동 방식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모든 과정이 보험금 지급을 전제로 작동했다기보다,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었다는 점에서 의문은 커진다.

 

■ KB손보가 답해야 할 핵심 쟁점

 

지이코노미는 KB손보에 다음 쟁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다. △ A씨가 가입 당시 응급실 내원 사실을 고지했다는 주장과 관련 녹취는 확인했는가. △ 그럼에도 해지 통보 문구에 ‘응급실 내원·검사’까지 포함한 이유는 무엇인가. △ 라식스정의 성격과 단회 처방 여부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 “설계사에게 확인했다”는 안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그에 대한 기록은 존재하는가.

 

보험은 신뢰 산업이다. 고객이 “사실을 말했는데도 오히려 숨긴 사람으로 몰렸다”고 느끼는 순간, 그 신뢰는 무너진다. 더구나 ‘확인했다’는 안내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이는 개별 민원을 넘어 감독당국이 판단해야 할 공적 사안이다.

 

지이코노미는 KB손보의 공식 입장과 추가 내부 자료, 유사 사례 제보를 토대로 이 사안이 개별 계약 분쟁에 그치는 문제인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인지를 계속 추적 보도할 예정이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들을 종합할 때, KB손보의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계약 해지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은 계약자들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감독당국의 판단 결과에 따라 이 사안이 집단 민원이나 집단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 분쟁을 넘어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