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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농생명 산업으로 농업 판 바꾼다… 브랜드·수출·정주까지 한 번에

- 브랜드 키우고 판로 넓혀 가공·유통 혁신에 속도
- 공익수당 인상·계절근로 확대 농가 소득안전망 강화
- 농촌 정주환경 1022억 투입 살기 좋은 농촌으로 전환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나주시가 농업의 결을 바꾸고 있다. 땅에서 나는 것만 잘 키우는 도시가 아니라, ‘농생명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농업을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또렷하게 세웠다. 브랜드를 앞세워 판로를 넓히고, 가공·유통 구조를 손보며, 수출까지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여기에 농업인 소득안전망과 농촌 정주 여건 개선을 함께 묶어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그림도 내놨다.

 

 

전라남도 나주시(시장 윤병태)는 전통 농업 기반 위에 산업화·고부가가치화를 덧입히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생산량 중심 농정에서 벗어나 ‘잘 팔리는 농산물’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농촌이 머무를 만한 공간이 되도록 생활 인프라와 복지까지 동시에 챙기는 방식이다.

 

나주시가 농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잡은 키워드는 ‘브랜드’와 ‘시장 확대’다. 지역 대표 농축산물인 ‘천년이음나주배’, ‘나주들애찬한우’를 집중 육성해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품질 관리와 이미지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권역별 대표 농특산물도 전면에 세웠다. 남평 딸기, 산포 풋고추, 세지 멜론, 금천·봉황 단호박, 노안 미나리 등은 단순히 “우리 동네 특산물”에 그치지 않도록 생산·유통·마케팅을 하나로 묶어 전국 명품화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품목을 잘 고르고 집중적으로 키우는 방식은 농가 소득을 두텁게 하고, 나주 농산물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도 힘이 된다.

 

농식품 가공과 먹거리 산업 쪽으로는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가 눈에 띈다. 동수동에 건립 중인 센터는 농산물 가공 기술 개발과 창업 지원, 시제품 제작, 기업 연계 등을 통해 1차 생산 중심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확장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키우고 끝”이 아니라, 가공과 제품화로 부가가치를 붙여 농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온라인 유통도 한층 공격적으로 간다. 나주 지역 농특산물 통합 온라인 쇼핑몰 ‘나주몰’은 2025년 매출 16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는 운영 활성화와 마케팅 강화로 신규 소비시장과 젊은 소비층을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 클릭 한 번으로 구매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해외시장에서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민선 8기 동안 나주시는 미국, 호주, 베트남,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등 8개국과 총 4470만 달러 규모의 농식품 수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현지 맞춤형 마케팅과 수출 품목 다변화를 통해 나주 농산물의 ‘글로벌 루트’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농업을 산업으로 키우는 데서 빠질 수 없는 축은 ‘소득안전망’이다. 나주시는 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핵심으로 보고 촘촘한 지원 체계를 다듬고 있다. 대표 정책으로는 농업인 공익수당 인상이 꼽힌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지급하는 공익수당을 기존 6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올려 농가 경영 부담을 덜겠다는 방향이다.

 

농촌 인력난 대응도 동시에 추진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23년 354명에서 2025년 800명으로 늘었고, 2026년에는 1000명까지 확대하는 구상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에서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인력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영농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도록 구조를 받쳐주는 셈이다.

 

청년농·후계농 육성과 스마트농업 기반 확충도 함께 간다. 농업이 단기 소득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대인 만큼, 다음 세대가 농촌에 남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나주시가 내건 또 다른 축은 농촌 정주 여건 개선이다. 농업 정책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이 살 만한 농촌”이라는 판단에서다. 나주시는 농촌 정주 환경 개선에 1022억 원을 투입하며 생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손본다.

 

먼저 농촌 공간 정비사업이 눈에 들어온다. 악취 민원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돈사를 철거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에 442억 원을 투입해 노안면 금안리, 문평면 오룡리, 봉황면 죽석리, 세지면 대산리 등 4개소를 정비한다. 농촌이 ‘살기 힘든 곳’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 단추로 읽힌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도 굵직하다. 남평읍과 공산면에 각각 150억 원씩 총 300억 원을 투입해 중심지 기능을 강화하고, 금천·산포·다도·봉황면과 동강·반남·세지·왕곡면 등 8개 지역에는 280억 원 규모의 기초생활 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의료·복지·문화·생활서비스 접근성을 끌어올려 “읍면에서도 생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12개 귀농귀촌 마을 조성도 이어간다. 농촌 공동체 회복과 도시민 유입을 동시에 노리는 정책으로, 단순한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정착’까지 염두에 둔 접근이다.

 

농업인 복지 정책도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단가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리고, 지원 일수도 연 24일에서 25일로 확대했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농번기에는 체감이 크다. 농작업용 편의의자 보급 확대, 농촌 들녘 여성농업인 화장실 지원 등도 현장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여성농업인 복지도 강화됐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는 20세부터 80세까지 연 20만 원을 지원하고,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비 22만 원 지원으로 건강권을 챙긴다. 농촌의 ‘돌봄 공백’을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

 

농업의 기술 전환도 속도를 낸다. 나주시는 스마트 온실, ICT 기반 환경제어, 노지 과수 로봇 실증, 데이터 농업 도입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동시에 노린다.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AI 기반 농업기술 보급, 기후변화·병충해 대응, 신품종 개발 지원도 이어간다. “기후가 흔들리는 시대, 기술이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친환경 농업 확대와 저탄소 전환도 주요 축이다. 친환경 인증 확대, 토양 환경 개선, 탄소중립 실천 농가 지원 등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가축 방역체계 강화, 축산환경 개선, 스마트 축사 보급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다져간다.

 

이런 흐름은 각종 수상 성과로도 확인된다. 나주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지역 먹거리 지수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전라남도 주관 농식품 유통 업무평가 2년 연속 최우수상, 농수산식품 수출평가 3년 연속 최우수상, 농촌진흥 사업 종합 평가 최우수상 등도 이어졌다. 나주 대표 쌀 브랜드 ‘왕건이 탐낸 쌀’은 전라남도 선정 고품질 10대 브랜드 쌀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한편 나주시는 이상기후 피해 농가 지원에도 속도를 냈다. 나주시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고온과 잦은 강우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12억 6000만 원을 지난 16일 지급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2월 5일까지 정밀 피해 조사를 한 결과, 전체 벼 재배면적의 약 11.7%에 해당하는 1,305ha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1192농가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지원은 피해 면적에 따라 차등 지급됐고, 금융 지원도 병행한다. 피해 면적에 따라 농작물 피해 재해대책 경영자금 융자(연리 1.8%)를 지원하며, 농가 단위 피해율이 30% 이상이면 농업정책자금 상환 연기와 이자 감면을 1년간 적용한다. 단기 복구를 넘어 경영 안정까지 고려한 조치다.

 

스마트농업 교육 현장도 바뀌고 있다. 나주시는 스마트농업인상담소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현장 중심 맞춤형 스마트농업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시는 14개 읍면동 농업인상담소에 디지털 환경을 구축했고, 올해부터 농업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안전한 농작업 환경 조성을 목표로 본격적인 현장 교육을 추진한다.

 

지난 15일 금천면에서는 금천면생활개선회 연시 총회와 연계해 스마트농업 정보교육을 진행했다. 회원 38명이 참석한 이날 교육은 전자칠판을 활용해 ‘농업e지’ 활용 방법을 시연하고, 농업 정책 정보와 영농 기술 콘텐츠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농작업 안전교육도 시각 자료를 활용해 사고 사례와 예방 요령, 안전 수칙 등을 안내하며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교육으로 농업인들의 이해도와 현장 활용도가 크게 향상됐다”며 “앞으로도 스마트농업인상담소를 중심으로 현장 맞춤형 디지털 농업 교육과 상담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2026년 새해 나주시의 농업정책 비전은 지원을 넘어 농업을 산업으로 키우고 농촌을 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으로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농생명 산업을 중심으로 한 나주의 도전이 농업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