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내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기업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대형 기업들이 전체 실적을 떠받쳤지만, 이를 제외한 상당수 산업에서는 수요 둔화와 일회성 비용 증가로 부진이 이어졌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상장사 246개 가운데 158개사(64%)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거나 웃돈 기업은 88개사(36%)에 그쳤다.
컨센서스 대비 실적 괴리가 가장 컸던 기업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였던 1232억원보다 98% 낮았다. 인건비 상승과 소송 관련 일회성 비용이 실적을 압박한 데다,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모바일 게임 매출 감소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영업이익이 15억원에 그치며 컨센서스(483억원)를 97% 밑돌았다. 연말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합성고무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밖에도 POSCO홀딩스(-96%), 한화시스템(-85%), 씨앤씨인터내셔널(-82%), 현대무벡스(-79%) 등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반면 일부 기업은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6억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실적을 냈다. 겨울철 독감과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약품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애프도 영업이익 825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치(187억원)의 4배를 웃돌았다. 녹십자 역시 영업이익 46억원을 올려 전망치(11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이외에도 CJ CGV(103.3%), 인텔리안테크(93.1%), 미래에셋증권(92.5%), CJ ENM(79.8%) 등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를 약 8% 웃돌았고, SK하이닉스 역시 19조169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예상치를 약 16% 상회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군의 분위기는 대체로 침체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6954억원, 1조842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각각 37%, 1% 밑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454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예상치(615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부진이 올해 1분기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존재하는 146개 상장사 가운데 47%(68개사)의 실적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 실적 전망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정유, 증권, 금속 등 에너지와 금융 관련 업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