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코리안투어 김승혁, 대상과 상금왕 수상
- ‘발렌타인 2014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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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남자 프로골프 최고 스타 김승혁(28)이 1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발렌타인 2014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에서 대상과 상금왕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앞서 만난 김승혁에게 ‘오늘’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2005년 데뷔 이후 무명으로 지낸 9년의 세월이 떠오르는 듯 보였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오네요. 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입니다. 오늘 날짜로 시계가 멈췄으면 좋겠어요.” 김승혁의 오늘은 보내고 싶지 않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날 김승혁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시상식은 오후 4시30분이었지만 오전 10시에 집을 나섰다. 화사하지만 튀지 않는 의상으로 코디를 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시상식의 주인공답게 한껏 ‘뽐’을 냈다. 모든 준비를 끝내니 결혼식을 앞둔 신랑처럼 설렜다. 그는 “1년 농사를 잘 지은 농부는 겨울을 행복하게 보낸다. 나 역시 오늘은 후회 없이 행복하고 싶다. 평소 외모에 큰 관심은 없지만 축하해주실 많은 분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승혁의 1년은 ‘최고의 모습’ 그대로였다. 국가대표 출신인 김승혁은 2005년부터 코리안투어에 합류했다. 이후 오랜 기간 무명 선수로 살았다. 대망의 첫 우승은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일궈냈다. 지난 10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카이 클래식도 제패했다. 상승세를 탄 김승혁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3승을 한꺼번에 챙겼다.
적지 않은 상금도 주머니에 챙겼다. 올해 국내 대회 2승 포함, 톱10에 네 차례 오르는 동안 쌓인 상금은 5억8900만원이다. 지난 9년간 받은 상금액은 3억5000만원. 1년 동안 번 돈이 총수입보다 2억원이나 많았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큰돈이 생기자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시상식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의 표현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김승혁은 “어릴 때 골프를 가르치기 위해서 아버지가 사업을 접으셨다. 그동안 효도하지 못해 너무 죄송스러웠는데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승혁은 해병대 출신 골퍼로 유명하다. 2008년 도망치듯 입대했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하고 투어로 복귀했다. 다행히 1년 동안은 골프장 관리병으로 근무하면서 골프에 대한 감을 잊지 않았다. 그는 “군대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는건 행운이었다. 연습량은 많지 않았지만 군인정신으로 시드전에 도전해서 2위에 입상했고, 전역 뒤 바로 투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지금도 힘이 들면 군대 시절을 떠올린다. 멘탈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승혁과 박상현이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연인 양수진(23·파리게이츠)의 역할도 컸다. 둘은 올해 초 베트남 전지 훈련에서 처음 만났다. 골프라는 공감대가 있어서인지 자연스럽게 교제로 이어졌다. 때로는 스윙 코치, 때로는 갤러리로 1년을 함께 보냈다. 김승혁은 “오늘 시상식 의상과 인사말까지 체크하는 세심한 여자친구”라며 “수진이에 비해 나는 보잘것없는 선수였다. 남자친구로 체면을 세우고 싶었는데 다행히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둘은 올겨울 전지훈련도 태국에서 함께 한다.
김승혁은 내년 목표는 일본투어 상금왕이다. PGA 투어 등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은 일본을 정복한 후 고민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쇼트 게임 능력이 필요하다. 전지훈련에서 집중적으로 연마해 내년은 일본도 휩쓸어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코리안투어 상금왕 2연패 꿈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올해 우승한 대회 모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다면 상금왕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거라 생각한다”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