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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우승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 노력과 끈기의 결과

최운정,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우승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 노력과 끈기의 결과

 

최운정(25·볼빅)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매도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 5언더파를 기록한 최운정은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장하나(23·비씨카드)와 연장전을 벌인 끝에 첫 홀 파로 우승했다. 지난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7년 만이다.

 

장하나와의 접전 끝에 연장전 돌입......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대회는 '1세대' 박세리(37, 하나금융그룹)가 5승을 거두고, 2010년최나연, 2012년 유소연(25, 하나금융그룹)이 정상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들이 총 9번이나 정상에 올랐던 인연 깊은 무대였다. 최운정은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장하나를 꺾고 7번째 시즌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라운드에서 공동 62위를 기록한 최운정은 3일 연속 상승세를 선보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보여 줬다. 그는 2라운드에서 5타,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인데 이어 최종라운드에서는 버디만 5개를 기록하는 노보기 플레이를 펼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했다. 최운정은 3일 연속 단독 선두를 달린 장하나가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기복을 보이는 사이 추격에 성공했고 연장전에 돌입, 첫 홀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를 범한 장하나를 꺾고 데뷔 첫 정상에 올랐다. 2008년 프로로 전향한 최운정은 2부투어 한 시즌 만에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해 데뷔했지만 이후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탈락 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 최운정은 2012년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2013년 미즈노 클래식, 2014년 ISPS 한다 호주오픈 등에서 연거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매번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기대를 모았던 2015시즌이었지만 최운정은 ISPS 한다 호주 오픈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톱20'에 드는 일도 거의 없었다. 7월에 열린 US 여자 오픈에서 공동 20위로 감을 조율한 최운정은 이번 대회에서 1라운드 부진 이후 사흘 연속 맹타를 휘둘러 157번째 도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세계랭킹 2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는 1타 차 공동 3위를 했다. 김효주(20·롯데)와 백규정(20·CJ오쇼핑)이 11언더파 공동 5위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10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운정, 노력과 끈기의 승리

 

최운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끈기 있는 선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이올린을 배운 최운정은 어머니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지만 1년 동안 단 한 번도 필드를 밟지 못했다. 그러다 TV광고를 통해 알게 된 소규모 골프대회 출전을 결심하고,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큰 신장과 긴 팔다리, 악착같은 승부근성, 거기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성까지 지닌 최운정은 누구보다 높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운동신경도 타고나서 남다른 볼 스트라이킹 능력까지 갖췄다. 최운정의 잠재력이 드러난 것은 세화여중 3학년이던 지난 2005년부터다. 일송배 한국주니어골프대회 우승을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었고, 세화여고 1학년이던 2006년에는 김혜윤, 편애리 등과 함께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2009년, KLPGA투어를 거치지 않고 LPGA투어로 직행, 그녀의 아메리칸드림은 시작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여름 미국으로 단기 유학을 갔던 그는 2부 투어부터 차근차근 밟고 정규 투어까지 입성했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냉혹했다. 최운정의 가장 큰 문제는 짧은 비거리였다. 미국으로 출전하기 전부터 체력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를 높이며 비거리 향상에 주력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골프선수로서 탁월한 신체조건과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비거리는 늘 최운정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첫 해였던 2009년에는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탈락하는 등 하위권을 맴돌다 상금랭킹 86위로 아슬아슬하게 시드를 유지했지만 이후 해마다 좋아졌다. 2010년 70위, 2011년 35위를 했다. 2012년 20위, 2013년 17위에 이어 지난해에는 10위에 올랐다. 우승만 못했을 뿐이다. 올해는 퍼팅 난조로 톱 10 두 차례가 최고 성적. 그러나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인내심으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 내달렸다. 8년 간 캐디백을 메며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온 아버지 최지연씨와 함께 한 우승이라 더 감격이 컸다. 3라운드에서 데일리베스트인 6언더파로 우승 경쟁에 뛰어든 최운정은 마지막 날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했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도 버디를 잡는 무리한 플레이보다 실수를 줄이는 플레이로 장하나를 물리쳤다. 반면 장타자 장하나는 최종일 버디 6개를 잡았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로 연장전을 허용했다. 연장 첫 홀 경기에서도 보기를 하면서 첫 우승 꿈이 물거품 됐다.


우승 뒤에 숨겨진 이름, 아버지.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최운정은 아버지(최지연 씨)가 캐디를 맡아 경기에 나서는 '부녀 콤비'로 유명하다. 경찰관 출신인 아버지는 딸이 2부 투어에서 뛸 때인 2008년부터 이번 대회까지 8년간 캐디를 맡았다. 최운정이 첫 우승을 할 때까지만 하겠다고 한 것이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09년부터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최운정은 이번 대회 전까지 156개 대회에 출전했고, 그 기간 동안 준우승만 세 번 했다. 최운정은 첫 우승을 차지한 뒤 LPGA 투어 인터뷰에서 "2012년께 기자회견장에서 내가 '첫 승을 할 때까지 아빠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위에서는 아빠가 캐디를 해서 우승을 못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며 "하지만 오늘 아빠가 옆에서 '참고 기다리라'며 조급해하지 않도록 도와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친 최지연(56) 씨도 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이제 (최)운정이도 골프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행복해했다. LPGA 투어는 "이들 부녀는 앞으로 2개 대회의 숙소 예약을 마쳤기 때문에 아마 2개 대회에 더 함께 호흡을 맞출 것"이라며 "그 뒤로는 새로운 캐디를 구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운정은 "아버지도 내가 우승을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하기도 하시고 '다른 캐디와도 해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며 "첫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모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쉬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일단 두 개 대회는 계속 아빠와 함께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와 함께 "엄청 울었다"는 최운정은 "특히 18번 홀 2.5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기고 무척 긴장이 됐지만 오늘은 계속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연습한대로 자신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상반기에 성적이 비교적 좋지 않았던 그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운동도 많이 했는데 초반에 약간 부진해 조바심도 났지만 감각만 되찾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승하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아빠를 안아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운정은 "일단 첫 승을 했으니 그다음은 좀 더 쉽게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원래 목표를 크게 잡는 편이 아닌데 앞으로 2승, 3승째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 태극 낭자들, LPGA 최다승 타이 기록

 

최운정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7년만에 거둔 감격 첫 승은 한국 태극 낭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LPGA 투어 157번째 도전 만에 들어 올린 최운정의 첫 우승 트로피는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거둔 11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이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기록한 한국 최다승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김미현과 한희원이 2승씩을 거둔 가운데 김주미, 이미나, 임성아, 이선화, 박세리, 장정, 홍진주 등이 1승씩을 보탰다. 또 신지애와 최나연이 각각 3승, 2승을 거둔 2009년에는 오지영, 김인경, 이은정, 지은희, 허미정, 송보배가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은 개막전이던 '코츠 골츠 챔피언십'에서 최나연(28, SK텔레콤)이 우승하며 첫 테이프를 끊은 한국은 김세영(22, 미래에셋), 양희영(26), 박인비(27, KB금융그룹), 김효주(20, 롯데), 전인지(21, 하이트진로)가 정상에 오르며 한국 여자 골프의 위상을 심었다. 이 중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3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최나연과 김세영이 2승씩을 올렸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아직 15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새롭게 작성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사진 : LPGA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