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17에서 막판 역전극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골프가이드 김백상 기자] 고진영은 9월 17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클럽 하늘코스(파71 / 6,40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을 포기하고 선택한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지켜내며 후반기 KLPGA 여러 부문에서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고진영은 지난 달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후 이번 우승으로 시즌 2승에 투어 통산 9승째를 신고하며 2017 KLPGA 투어 개인 타이틀 경쟁에 뛰어 들었다. 지난 해 대상을 수상했던 고진영은 여세를 몰아 올해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등 개인 타이틀 싹쓸이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녀는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와 상금랭킹에서 각각 3위로 뛰어 올랐다. 아직 남아있는 KLPGA 투어 중에총상금 8억원, 2배의 대상 포인트가 걸린 두 개의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남아 있어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 대회는 최종일 전반이 끝날 때까지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선두권 선수들은 2, 3타 차이로 순위가 뒤바뀌고 있었다.
전날까지 선두 이승현(26, NH투자증권)에 한 타 뒤진 공동 2위 고진영은 마지막 날 집중력을 발휘했다. 2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승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승현이 7번 홀(파4) 버디로 앞서갔다. 하지만 종반부로 넘어가면서 우승의 향방이 서서히 드러났다. 승부처는 후반 다섯 개 홀이었다. 그전까지 선두 이승현과 뒤를 바짝쫒는 고진영, 그리고 조용히 타수를 줄이며 3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허윤경까지 선수들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우승 경쟁을 펼쳤다.
고진영은 10번 홀(파5) 버디 이후 11번 홀(파4) 보기를 했지만 14, 15번 홀에서 버디를 하며 단독선두에 올랐다. 선두 자리를 잘 지켜오던 이승현은 15번 홀에서 티샷한 볼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트리며 더블보기를 범해 승부가 기울었다.
우승 경쟁에서 살아남은 허윤경은 이날 버디를 다섯 개 잡으며 선두를 위협했다. 15번홀 버디로 한때 공동선두까지 올랐지만 16번 홀(파3)에서 보기가 뼈아팠다.
허윤경이 선두에 한타 뒤진 11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가운데 고진영이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파세이브를 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허윤경은 지난 2014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이후 3년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단독 2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키던 이승현은 마지막 날 버디 2개에 15번 홀에서의 더블보기로 이븐파에 그치며 역전을 허용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이승현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뒤를 이어 박유나(30)가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단독 4위에 올랐다.
올 시즌 대상, 상금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6(21, 토니모리)는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김해림(28, 롯데), 서연정(22, 요진건설), 조윤지(26, NH투자증권)와 함께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전날 6오버파로 무너졌던 아마추어 성은정(18, 영파여고)은 마지막날에도 이븐파에 머물렀다. 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성은정은 공동 37위에 그쳤다.
고진영은 인터뷰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첫 대회이다. 타이틀 방어를 한 번도 못해봐서 부담감이 컸는데, 잘 이겨내고 우승해서 내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한 주였다. 사실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최종일 아슬아슬한 승부를 이어가며 역전 우승에 성공한 그녀는 마지막 퍼트도 극적으로 들어갔다. 먼저 홀 아웃을 한 허윤경은 공이 홀컵을 돌고 나왔지만 고진영의 공은 들어갔다.


고진영은 마지막 홀에 대해 “핀까지 15미터 남은 버디 퍼트였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가는 훅 브레이크였고, 약간 내리막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리막은 아니라서 홀에 들어가지 않고 어중간한 파퍼트가 남아있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한 타차 선두인 건 두 홀 전에 알고 있었다. 아주 조심스러운 파퍼트였다. 마지막 홀에서 리더 보드를 못 본 채 정확한 상황은 모르고 있었다. 당장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생각했다. 정말 볼이 돌다가 들어가서 굉장히 기쁘고 너무 좋았다.”며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3위, 대상포인트 3위로 올라와 여러 부문에서 포인트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고진영은 “이번 주 대회는 타이틀 방어에 도전했는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부담감이 컸다. 부담감을 이겨내고자 했고, 스스로 만족할 플레이를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상금랭킹 등의) 타이틀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스윙과 멘탈 부분을 개선 중이고,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금랭킹이나 대상포인트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목표도 잃게 된다. 순수한 골프가 되지 않는 느낌.”이라며 자신의 골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최강 성은정, 2프로 부족한 마무리
아마추어 성은정(영파여고)은 3라운드 잃은 타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지막 날 이븐파에 그치며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로 공동 37위에 머물렀다.


성은정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중간합계 8언더파 134타로 1타차 단독 선두에 올랐다.
성은정은 “나도 빠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혜진이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늦은 건가’ 울컥할 때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코스에서 독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샷이 다른 방향으로 가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럼 하나 더 치지’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많이 강해진 것 같고 내공이 쌓인 것 같다.”고 했다.
여고생 골퍼 성은정(18)은 아마추어 자격으로 2승을 거둔 ‘괴물 신인’ 최혜진(18)과 함께 여자 아마추어 골퍼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프로로 전향한 최혜진은 데뷔하기도 전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2승을 거두며 앞서 나갔다.
“프로 데뷔 후 시합을 뛰면 더 편해질 것 같다.”고 고백한 성은정은 “남은 라운드는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잘하고 싶다. 잘 돼서 우승하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3, 4라운드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못내고 우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김백상 기자 104o@daum.net
(사진 = KLPGA 제공)
김백상 기자 104o@daum.net
(사진 =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