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이 심해저 광물 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TMC)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고위험 논란 속에서도 전략적 의도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 선택이 미래를 여는 열쇠일지, 과거의 실책을 반복하는 열쇠일지에 대한 물음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와 자원 무기화 국면 속에서, 핵심 광물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었다. 특히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 등 2차전지 및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는 산업패권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선택한 ‘심해저 채굴’ 투자는 과감하지만 동시에 논쟁적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캐나다의 심해저 광물기업 TMC 보통주를 인수하고 콜옵션까지 포함해 약 1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TMC는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채굴해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을 확보하려는 기업으로,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 원료를 자회사 제련소로 도입해 공급망 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TMC가 회계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실질적인 매출 실적이 없는 상태라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롯데건설이 2년 넘게 미뤄온 하도급 대금 135억 원을 지연이자까지 얹어 한꺼번에 지급했다. 자발적인 ‘상생’이었냐고? 천만에. 공정위의 칼날이 코앞까지 들어오자 뒤늦게 허둥지둥 ‘돈 풀기’에 나섰다. ‘벌점 없는 경고’라는 마지막 유예기간을 붙잡으려는 궁색한 뒷수습이다. 정산을 미룬 이유에 대해 롯데건설은 “과도한 손실비용 요구”와 “공사 범위 이견”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법은 분명하다. 하도급법상 정산이 늦어도 공사 완료 후 60일 이내 지급이 원칙이다. 길게는 735일을 넘긴 상황에서 ‘상생 차원 지급’이라는 변명은 우습기만 하다. 결국 이 기업이 ‘공정’보다 더 무서워한 건 ‘행정벌’이었다. 롯데건설은 2년 넘게 하청업체의 생계를 외면했다. 58개 중소업체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못 받아 연쇄부도를 걱정하며 버텨야 했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시작 후 ‘30일 유예기간’의 끝자락에야 지급을 마쳤다. 이쯤 되면 ‘상생’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경고 한 번 피하려고 급히 포장된 쇼다. 이재명 정부는 ‘갑을 문제’ 해결을 민생 정책의 핵심으로 천명했다.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건설 현장 하도급 미지급 문제는 심각한 구조적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 지종원 조합장이 2022년 외부 업체로부터 조합 명의로 3억원을 차입한 뒤, 이 중 1억원을 조합 동의나 회계 처리 없이 본인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 20일, 설계업체 S이엔지로부터 3억원이 지 조합장 개인 명의의 조합통장으로 이체됐다. 나흘 뒤인 5월 24일과, 이틀 뒤인 5월 26일에는 각각 5천만원씩 총 1억원이 지 조합장 개인 통장으로 이체된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 자금의 사용이 조합 동의 없이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조합원 총회의 승인이나 이사회 결의, 회계 장부 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조합의 자산으로 들어온 금액 중 일부가 조합장이 임의로 유용됐다는 정황이 명백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 조합장은 조합 임원 7명의 연대보증을 받아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다수 임원은 이 같은 사실조차 사후에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은 “보증인의 서명을 도용하거나 기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 조합장은 그동안 본지 및 조합원 질의에 대해 “차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은평구청 정비사업추진과 소속 공무원들이 조합원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과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고, 민원에 대한 입장을 함께 조율한 정황이 복수의 증언과 문서, 그리고 공무원의 직접 발언으로 드러났다. 이는 행정기관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사안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공무원법, 민원처리법 등 복수의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갈현1구역 조합원들에 따르면, 구청의 민원 담당 공무원은 민원 내용에 대해 조합 및 시공사 측과 사전에 논의하고, 이들의 입장을 반영한 듯한 답변을 반복해왔다. 실제 구청 담당 부서의 책임자는 조합원들에게 “롯데건설과 상의했고, 입찰보증금 300억 원은 결국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 이자만 보전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원 처리와 관련한 사전 논의는 물론, 결과까지도 시공사 편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행정 중립성을 명백히 훼손한 행위다. 공무원의 이 같은 행위는 △도정법 제45조 제1항 위반 행위를 묵인·방조했을 가능성 △민원처리법 제7
“우리 돈을 굴릴 자격이 있는가.” 금융소비자들의 이런 질문 앞에, 일부 대형 증권사는 대답을 못하고 있다. 전산 사고로 거래가 끊기고, 불완전 매매로 손실이 발생하며, 심지어 일부 임직원이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다. 그 와중에 이들은 고객 자산보다 몇 배 더 큰 돈을 굴리는 ‘발행어음’ 사업을 허락해달라며 금융당국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5곳 중 4곳이 문턱에서 멈췄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대해 ‘심사 중단’을 요청했고, 금융위원회는 이 요청을, 받아들일지 다음 회의(8월 28일)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당초 올해 안에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확대해 기업금융을 키우려던 정책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제동은, 정책이 아니라 결국 신뢰를 잃은 ‘증권사 자신들’이 만든 벽이다. 신한투자증권은 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장내 선물 거래를 벌여 손실을 본 뒤, 이를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왑 거래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발생한 손실은 1300억 원에 달했고, 이 사건의 책임자는 최근 징역 3년형
신협(회장 김윤식)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침내 칼을 뽑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전 신협중앙회를 상대로 고강도 현장검사를 벌였다. 단순한 정기검사로 보기 어렵다. 연체율 폭등, 부실채권 누적, 통제 실패, 그리고 반복되는 사고. 그동안 쉬쉬하며 쌓여온 내부의 고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신협은 더 이상 소규모 서민 금융기관이 아니다. 자산 153조원, 전국 865개 조합, 670만 조합원이 이용하는 거대한 상호금융 네트워크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드러난 실적 악화와 사고 다발, 허술한 감독체계는 ‘금융사로서의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제 당국은 묻는다. “왜 신협만 유독 달라지지 않는가.” 농협과 새마을금고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반면 신협은 무사안일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이번 검사는 경고이자, 최후통첩일 수 있다. 신협의 위기는 숫자부터 말해준다. 2023년 전국 신협의 순손실은 3419억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기관이 휘청였던 2008년에도 순이익을 기록했던 신협이, 작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냈다. 특히 지역조합 10곳 중 3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단순
랜섬웨어 공격으로 전산 시스템이 마비됐던 SGI서울보증이 81시간 20분 만에 주요 전산망을 복구하고 보증서 발급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수일간 멈췄던 업무 여파는 국민 금융 생활 곳곳에 적잖은 불편을 초래했고,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으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 사태는 금융 공공기관이 갖춰야 할 보안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리고 위기 대응 능력은 또 얼마나 부실한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SGI서울보증은 연간 300조 원 이상 규모의 보증을 취급하는 업계 1위 보증기관이다. 그러나 이런 ‘국가 금융 기반시설’에 준하는 기관이 기본적인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ISMS-P) 인증조차 취득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민간 기업이라면 금융거래가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받는 인증을, 수백조 원 규모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 공공기관이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적 미비가 아니라, 구조적 보안 방기라고 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기관에 대해 “핵심 업무는 사고 발생 후 24시간 내 복구”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다수 금융기관은 ‘재해복구망(DR망)’을 별도로 구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종원 장위15구역 조합장의 행태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개혁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현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및 재개발 조합 비리 척결을 정책 기조로 내세웠지만,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 내 비위 의혹을 폭로한 조합원, 이를 조합 밴드에 공유한 밴드지기,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까지 무더기로 고소한 지종원 조합장의 행태가 공익신고자 보호, 언론자유, 조합 개혁 등 현 정부가 천명한 3대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재개발조합 조합장은 조합의 대표이자 사업 집행 책임자로서, 조합원과 위임에 기반한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 그러나 지 조합장은 이 같은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피해보상금 청구 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오히려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 조합장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장을 통해 조합 밴드지기까지 실명으로 적시하고,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무려 5천만 원의 피해보상금을 언론사에 청구한 것으로 확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 사업에서 책임준공 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며 조합과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자금력과 브랜드에 기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이면에는 어떤 현실적 판단이 숨어 있을까. 책임준공확약서는 시공사가 준공을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공사비가 오르든, 자재가 부족하든, 시공사는 공사를 멈추지 않고 끝내겠다는 법적 확약이다. 조합과 조합원이 믿고 사업을 맡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또다시 이 확약서를 내놓지 않았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삼성물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핵심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자신들이 “공사를 중단한 적 없는 유일한 건설사”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기보다는 ‘공사를 멈추지 않아도 조합이 손들게 만든 구조’에 가깝다.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는 당초 공사비 7,458억 원에서 1조 3,817억 원으로 85%나 뛰었다. 공사기간도 13개월 늘었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공사비가 50% 이상 증가했고, 신반포15차 역시 증액과 지연이 반복됐다. 이들 모두 책임준공확약서를 받지 못한 곳이다. 공사를 멈추지 않더라도, 조합은 끌
지역주택조합이란 이름 아래 흘러온 수많은 서민의 눈물이 마침내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 석상에서 “전국 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있다”며 실태조사를 전격 지시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과 함께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선 이례적인 공조는, 그동안 이 제도가 얼마나 방치돼 왔는지를 반증한다. 대통령이 칼을 빼든 이유는 분명하다.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1980년,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그 취지는 왜곡됐고, 구조는 방치됐다. 조합원이 스스로 주택을 짓는다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조합장·업무대행사·시공사 3자가 권한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 시스템이 고착화됐다. 수억 원의 선납금을 낸 조합원은 정작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고, 의사결정에도 참여하지 못했으며, 탈퇴하면 환불조차 받지 못하는 구조적 ‘을’로 전락했다. 꿈에 그리던 내 집은 고사하고, 인생을 걸고 낸 돈을 날리는 참담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 가운데 무려 187곳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공사비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