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곧 돈이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불거진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인력 구금 사태는 이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글로벌 대규모 투자가 일정에 발목 잡힐 때, 손실은 하루 단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HL-GA는 총 43억달러, 약 6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완공되면 연간 30GWh, 전기차 30만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북미 핵심 거점이 된다. 당초 올해 말 가동이 목표였지만 이미 내년 초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 체포·구금 사태는 추가 지연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불을 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이 단순한 행정 차질이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업계는 HL-GA가 안정화 이후 연간 6000억원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할 것으로 본다. 하루 단순 계산만 해도 약 16억원, 한 달이면 480억원의 기회 이익이 증발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가치’다. 자본비용과 기회비용을 고려한 순현재가치(NPV) 개념으로 환산하면 30일 지연만으로도 160억~2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 숫자는 냉혹하다. 투자자와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시간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임금 체불도 산업재해처럼 중대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며, 재범을 일삼는 악의적 기업에 대한 엄벌을 지시했다. 정부는 상습 체불 기업 명단 공개, 반의사불벌죄 폐지, 외국인 노동자 권리 보장 등 실효적 대책을 발표하며, 노동자의 땀의 대가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광신종합건설(이경노 회장)과 그 하도급업체 대영건업(이대영 대표이사)의 갈등은 정부 대책이 왜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이코노미가 수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대영건업은 광신건설로부터 약 4억7천만 원의 공사대금을 2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이다. 대영건업 이대영 대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걸려오는 “인건비를 언제 주느냐”는 노동자들의 전화에 시달리며, 도산 위기와 인간적 고통 속에서 버티고 있다. 그 사이 광신건설은 잘 먹고 잘 사는 모습만을 유지하며,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다. 이 극명한 대비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 구조를 여실히 드러낸다. 광신건설의 수법은 교묘하다. 이미 승인된 시스템 동바리와 외부비계 공사에 대해 사후적
카카오페이가 또다시 지갑을 열었다. 자회사 카카오페이손해보험(대표이사 장영근)에 1천억 원을 수혈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증자다. 출범 3년 만에 매출은 성장했지만 적자 늪은 더 깊어지고 있다. 과연 이번 수혈은 ‘성장의 발판’일까, 아니면 ‘적자 연명’일까. 카카오페이손보는 2022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2년 261억 원, 2023년 372억 원, 지난해에는 4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17억 원 손실을 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적자 역시 480억 원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매출과 보험료가 늘어날수록 적자 폭도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358억 원이던 수입보험료는 올해 상반기 277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보험금 지급 부담이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성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보험사 구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카카오페이손보의 매출은 90% 이상이 특종보험에 편중돼 있고, 모집 역시 자체 채널에 크게 의존한다.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와 판매망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매출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여기에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보험업법상 ‘디지털 보험
미국이 800달러 미만 해외 직구 상품에 적용되던 면세 혜택을 전격 종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조치는 단순한 관세 정책 변경을 넘어, 글로벌 유통·전자상거래 산업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번 폐지는 당초 2027년 종료 예정이던 소액면세제도(de minimis)를 조기 폐지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제도를 “재앙적인 허점”이라 규정하며, 값싼 중국산 상품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구조를 정면으로 차단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전략의 재가동이자, 중국발 저가 공세를 겨냥한 명확한 시그널이다. 문제는 속도다. 글로벌 기업들은 예상보다 빠른 제도 종료에 제대로 된 대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물류 시스템 업데이트가 미비한 일부 국가는 아예 미국행 발송을 중단했고, 다국적 소매업체들은 공급망과 사업 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특히 쉬인·테무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뿐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는 기존 글로벌 유통 기업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자 부담도 불가피하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가구당 연간 약 136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조합장 지종원)이 오늘(30일) 오후에 열리는 정기총회를 앞두고 상정한 안건들이 잇따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차입금 상환’ 관련 안건에서 영수증·약정서 등 기본적인 증빙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합원 불신이 커지고 있다. ◇ 협력업체 차입금, 영수증·계약서 부실 정기총회 책자에 따르면 조합은 시공사 선정 전까지 협력업체로부터 사업비를 차입해 운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비대위와 법률전문가들은 “차입금이라면 반드시 영수증과 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자료에는 영수증이 첨부되지 않았다”며 절차 위반을 지적했다. 실제 조합은 CM업체로부터 1억 원을 차입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증빙이 누락됐다. 또한 협력업체 차입금만 1억 4,971만 원, 토지등소유자·조합원 차입금은 7억 6,660만 원에 이르는데, 이 역시 사용처와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 3억 원 총회 비용, 인근 구역의 4배 예산 책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위15구역은 이번 정기총회 비용으로만 3억 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유사 규모의 이문1구역(약 7천만 원)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연간 2회 총회를 가정하면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조합장 지종원)이 30일 오후 2시 장위감리교회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 가운데,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정관 개정이 조합원의 재산 보호가 아닌 조합장과 집행부의 권한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조합원 제명까지 가능케 하는 ‘11조 개정’ 가장 큰 논란은 제2호 안건 ‘조합 정관 변경의 건’이다. 현행 정관 제11조는 건축물 소유권을 양도하거나 분양 신청을 포기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기에 “조합에 손해를 입힌 경우 총회 의결로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려 한다. 이는 사실상 조합 집행부에 비판적인 조합원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재개발 조합 정관에 ‘조합원 제명’ 조항을 넣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나아가 개인의 재산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공사 선정, ‘20% 참석’으로 무력화 두 번째 쟁점은 시공사 선정 규정이다. 현행법은 조합원 과반수 직접 출석과 과반 찬성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를 조합원 20% 출
코아스가 신약개발사 노벨티노빌리티에 총 500억 원을 투입한다. 기존 가구업의 성장 정체를 탈피하고, 바이오라는 미래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행보다. 그러나 이 선택은 단순한 신사업 확장을 넘어,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이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벤처기업에 대규모 베팅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성장 서사(growth narrative)’와 ‘재무적 모럴 해저드(financial moral hazard)’의 경계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아스는 이미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하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적자,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 손실 22억 원, 그리고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현금성 자산은 150억 원에 불과한데, 이는 예정된 투자 집행액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이번 투자는 자체 유보 현금으로는 충당 불가능하며, 추가 차입이나 메자닌 발행을 통한 레버리지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는 자본비용(capital cost)의 상승으로 이어져 재무구조를 더욱 경직화할 수 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항체치료제 개발이라는 매력적인 기술 스토리를 보유했으나, 아직 상업화된 파이프라인이 전무하다. 기술특례 상장을 자진 철회한 사실은 자본시장 접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 지종원 조합장이 최근 배포한 유인물이 조합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본인의 비위와 불투명한 자금 사용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불법 유인물"로 매도하며, 정당한 의혹 제기를 무조건적인 "사업 방해"로 치부하는 태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지 조합장은 이번 정기총회를 앞두고 "정병호, 서호정이 불법 유인물을 배포하고 문자로 총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부터 왜곡됐다. 조합장이 작성해 뿌리는 유인물은 합법이고,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비위 의혹을 알리기 위한 유인물은 불법이라는 주장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본인이 하면 합법,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조합원의 권리인 문제 제기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이다. 특히 논란이 집중되는 제4호 안건은 "출자금 및 협력업체 차입금 상환" 건이다. 지 조합장은 "조합이 서울시 융자를 받지 못해 협력업체로부터 자금을 빌려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업체로부터 받은 3억 원이라는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대한 소명이 전혀 없다. 조합원들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누구에게서, 얼마를, 어떤
STX(대표이사 박상준)가 또다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겉으로는 상장폐지 위기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번 유증의 본질은 사실상 경영권 매각을 위한 수순이자,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시간벌기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X가 이를 공개적으로 ‘새 주인 맞이’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 신뢰를 고려한 포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이 행보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STX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상장 유지다. 한국거래소는 회계처리 위반 문제를 근거로 STX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했고, 내년 6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그때까지 주식 매매는 정지된다. 유상증자는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와 투자자에게 “우리는 개선안을 실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편이다. 문제는 자금 수혈만으로는 기업 체력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간 적자와 부채 급증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채 단순히 유증만 반복하는 것은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없다. 더 큰 의미는 경영권 매각에 있다. STX는 새 주주의 적격성을 철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정릉골 재개발조합 조합장 해임총회가 철회서 제출 여부를 두고 무효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성북구청이 임동하 조합장에 대한 공식 인가를 내리면서 조합 운영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성북구청은 이달 22일자로 ‘정릉골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변경) 인가서’를 임동하 조합장 명의로 발행했다. 인가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에 따라 조합설립 변경을 인가한다고 명시했으며, 주요 변경 내용으로 ‘조합임원(조합장) 선임’을 분명히 적시했다. 이에 따라 임 조합장은 조합원들에 이어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도 정식 인정을 받으며 명실상부 정릉골재개발조합의 합법적 대표로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조합장 해임총회는 발의자 측이 “조합원 326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나, 임 조합장 측은 “참여자 중 51명이 사전에 철회서를 제출해 실제 참석 인원은 275명에 불과하다”며 과반수 미달로 무효임을 선언했다. 이번 성북구청의 인가 결정은 조합 내 해임 논란과는 별개로, 현 조합장 체제를 행정기관이 법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임 조합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조